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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여 Dec 13. 2024

캠핑이 주는 설렘

엄마 아들 수학여행 보내는 거 같아!

한창 차박을 다니고 캠핑을 했었는데 요즈음 도통 하지를 못했다

어쩌다 보니 이래저래 시간이 나지를 않았다

산행만 즐기기도 시간이 빠듯했다

그러다가 내편이 오랜만에 친구들과 캠핑을 간다고 설레서 기분이 업이 되었다

내편 : 자기야 뭐 준비해야 하지

네편 : 캠핑장비가 시원찮은데 어쩌 친구들은 장비가 있겠지

내편 : 애들이 나는 침낭과 의자만 챙겨 오라던데

네편 : 그럼 그렇게 하면 되겠네

내편 : 어묵 가지고 갈까

네편 : 그려 내가 해줄게

어묵 육수를 진하게 내어서 꼬치어묵을 사서 준비해 주었다

김치도 챙기고 명이나물과 마늘장아찌도 챙기고 쌀도 챙기고 그러다 보니 점점 가방이 가득 찼다

딸 : 아빠 침낭과 의자만 갖고 간다더니

내편 : 엄마가 끓여주는 어묵은 캠핑장에서 먹으면 기가 막혀서 뺄 수가 없어

내가 캠핑을 가는 것도 아닌데 바쁘다

장을 보러 가서 고기도 사고 아이스가방에 준비한 것들을 넣어주었다


내편이 거실에 앉아서 침낭을 잡고 낑낑거리며 혼자 중얼중얼 떠든다

네편 : 뭐 해?

내편 : 이상하다 침낭이 자크가 잘 안 잠기네 너무 안 써서 그런가

내가 가서 차근차근 위치를 찾아서 자크를 채워주었다

네편 : 왜 그래 자크도 못 잠그고 너무 설레서 자크 잠그는 방법도 잊은 건가 ㅋㅋ

내편이 멋쩍어한다

딸 : 아빠! 엄마 너무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내편이 허허 웃는다 딸과 그 모습을 같이 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엔간히 좋은가보다


이래저래 준비하여 드디어 출발한다

준비하느라 분주한 내편을 대신하여 핸폰으로 캠핑장을 검색하여 차의 내비로 전송하여 보냈다

네편 : 내비에 위치 전송했으니 잘 다녀와 눈이 와서 길이 별로니까 조심하고

내편 : 응 고마워



보내놓고 반찬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내편 : 자기야 우리 묵은지 있지?

네편 : 응 왜?

내편 : 애들이 김치가 없다고 많이 가지고 오라는데 김치는 챙겼으니 묵은지도 고기랑 먹으면 좋을 거 같아서

네편 : 그냥 가! 묵은지 얼마 없어 나 지금 찌개 끓이려고 하는데

내편 : 이미 차 돌렸어

에구! 묵은지를 물에 씻어서 고기에 싸서 먹기 좋게 잘라서 담는데 내편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네편 : 이 정도면 되려나 친구들 먹성이 어떤가? 

내편 : 조금 더 담을까? 남으면 고기랑 구워도 되니까

네편 : 좀 더 담았으니 잘 먹고 오셔 안전 운전하고

내편 : 고마워!!

딸 : 아빠 잘 놀고 와

신나서 다시 나갔다


딸 : 엄마! 아빠 캠핑 가는데 마치 아들 여행 보내는 거 같아

맘 : 아들 여행 보내면 이런 기분이려나

딸 : 아니! 엄마 아들들은 아마도 아무것도 안 챙겨갈걸

맘 : 그러려나 애들은 오히려 챙겨가는 걸 귀찮아하겠지

딸 : 그렇겠지 아빠가 손이 더 많이 가는 거 같아 ㅎㅎ



비가 조금 오기는 했지만 다행히 잘 놀고 있다고 전화가 왔다

딸들이 돌아가면서 전화하고 아빠의 안부를 묻는다

날이 추우니까 꽁꽁 싸매고 잠자라고 당부하기도 한다

가지고 간 음식들 다 먹고 오려면 하루 갖고는 어림도 없을 거 같다

그래도 모처럼의 캠핑을 즐겁게 보내고 있을 내편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딸이 아빠 잘 놀고 있는지 영상통화를 하니 친구들이 옆에서 딸이 어떻게 그렇게 다정하냐고 하더란다

어묵은 파는 거보다 맛있다고 어쩜 이러냐고 육수를 연신 떠먹더란다

내편이 기분 좋아서 후기를 얘기해 준다

불멍


잘 놀고 온건 좋은데 감기 기운이 있던 중에 다녀온지라 호되게 고생하고 있다

기침이 도져서 힘들어했다

네편 : 에구 잘 놀고 와서 이게 뭐람

내편  :감기가 이상해 왜 이렇게 안 떨어지지

네편 : 요즘 감기가 그런가 봐 생강이랑 대추 끓인 물에 꿀 타서 먹자 그러면 좀 나아지겠지

내편 : 응 약도 먹었는데 차암나


감기 한번 안 앓던 강골이던 몸이 언제 이렇게 축났나

코로나를 앓고 나서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그 이후로 자주 감기를 앓는다

속상하다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생강대추차를 진하게 끓인다



#캠핑

#불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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