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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이 주는 설렘

엄마 아들 수학여행 보내는 거 같아!

by 그리여

한창 차박을 다니고 캠핑을 했었는데 요즈음 도통 하지를 못했다

어쩌다 보니 이래저래 시간이 나지를 않았다

산행만 즐기기도 시간이 빠듯했다

그러다가 내편이 오랜만에 친구들과 캠핑을 간다고 설레서 기분이 업이 되었다

내편 : 자기야 뭐 준비해야 하지

네편 : 캠핑장비가 시원찮은데 어쩌 친구들은 장비가 있겠지

내편 : 애들이 나는 침낭과 의자만 챙겨 오라던데

네편 : 그럼 그렇게 하면 되겠네

내편 : 어묵 가지고 갈까

네편 : 그려 내가 해줄게

어묵 육수를 진하게 내어서 꼬치어묵을 사서 준비해 주었다

김치도 챙기고 명이나물과 마늘장아찌도 챙기고 쌀도 챙기고 그러다 보니 점점 가방이 가득 찼다

딸 : 아빠 침낭과 의자만 갖고 간다더니

내편 : 엄마가 끓여주는 어묵은 캠핑장에서 먹으면 기가 막혀서 뺄 수가 없어

내가 캠핑을 가는 것도 아닌데 바쁘다

장을 보러 가서 고기도 사고 아이스가방에 준비한 것들을 넣어주었다


내편이 거실에 앉아서 침낭을 잡고 낑낑거리며 혼자 중얼중얼 떠든다

네편 : 뭐 해?

내편 : 이상하다 침낭이 자크가 잘 안 잠기네 너무 안 써서 그런가

내가 가서 차근차근 위치를 찾아서 자크를 채워주었다

네편 : 왜 그래 자크도 못 잠그고 너무 설레서 자크 잠그는 방법도 잊은 건가 ㅋㅋ

내편이 멋쩍어한다

딸 : 아빠! 엄마 너무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내편이 허허 웃는다 딸과 그 모습을 같이 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엔간히 좋은가보다


이래저래 준비하여 드디어 출발한다

준비하느라 분주한 내편을 대신하여 핸폰으로 캠핑장을 검색하여 차의 내비로 전송하여 보냈다

네편 : 내비에 위치 전송했으니 잘 다녀와 눈이 와서 길이 별로니까 조심하고

내편 : 응 고마워



보내놓고 반찬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내편 : 자기야 우리 묵은지 있지?

네편 : 응 왜?

내편 : 애들이 김치가 없다고 많이 가지고 오라는데 김치는 챙겼으니 묵은지도 고기랑 먹으면 좋을 거 같아서

네편 : 그냥 가! 묵은지 얼마 없어 나 지금 찌개 끓이려고 하는데

내편 : 이미 차 돌렸어

에구! 묵은지를 물에 씻어서 고기에 싸서 먹기 좋게 잘라서 담는데 내편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네편 : 이 정도면 되려나 친구들 먹성이 어떤가?

내편 : 조금 더 담을까? 남으면 고기랑 구워도 되니까

네편 : 좀 더 담았으니 잘 먹고 오셔 안전 운전하고

내편 : 고마워!!

딸 : 아빠 잘 놀고 와

신나서 다시 나갔다


딸 : 엄마! 아빠 캠핑 가는데 마치 아들 여행 보내는 거 같아

맘 : 아들 여행 보내면 이런 기분이려나

딸 : 아니! 엄마 아들들은 아마도 아무것도 안 챙겨갈걸

맘 : 그러려나 애들은 오히려 챙겨가는 걸 귀찮아하겠지

딸 : 그렇겠지 아빠가 손이 더 많이 가는 거 같아 ㅎㅎ



비가 조금 오기는 했지만 다행히 잘 놀고 있다고 전화가 왔다

딸들이 돌아가면서 전화하고 아빠의 안부를 묻는다

날이 추우니까 꽁꽁 싸매고 잠자라고 당부하기도 한다

가지고 간 음식들 다 먹고 오려면 하루 갖고는 어림도 없을 거 같다

그래도 모처럼의 캠핑을 즐겁게 보내고 있을 내편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딸이 아빠 잘 놀고 있는지 영상통화를 하니 친구들이 옆에서 딸이 어떻게 그렇게 다정하냐고 하더란다

어묵은 파는 거보다 맛있다고 어쩜 이러냐고 육수를 연신 떠먹더란다

내편이 기분 좋아서 후기를 얘기해 준다

불멍


잘 놀고 온건 좋은데 감기 기운이 있던 중에 다녀온지라 호되게 고생하고 있다

기침이 도져서 힘들어했다

네편 : 에구 잘 놀고 와서 이게 뭐람

내편 :감기가 이상해 왜 이렇게 안 떨어지지

네편 : 요즘 감기가 그런가 봐 생강이랑 대추 끓인 물에 꿀 타서 먹자 그러면 좀 나아지겠지

내편 : 응 약도 먹었는데 차암나


감기 한번 안 앓던 강골이던 몸이 언제 이렇게 축났나

코로나를 앓고 나서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그 이후로 자주 감기를 앓는다

속상하다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생강대추차를 진하게 끓인다



#캠핑

#불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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