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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이니까 눈물이 난다

넋이 나간 표정이다

by 그리여

막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할 말이 많았다는 듯이 조잘거린다.

엄마 신입이 들어왔어! 하면서 힘들었던 일상을 풀어놓는다


퇴사한 후임으로 신입이 들어왔는데, 이 친구도 아르바이트만 하다가 처음으로 회사에 입사를 했다네

직장생활은 처음인지라 어리바리하고 뭘 하는지 모르게 멍하니 있을 때도 있어

마치 내가 신입일 때를 보는 듯했어


나는 그래도 좀 한가할 때 들어와서 사수에게 물어보기 좋았는데, 이 친구는 바쁠 때 들어와서 물어보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니까 더 힘들어 보여

그러다가 가끔 모르는 게 있으면 구원해 달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봐

그래도 내가 조금은 알려 줄 게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알려줬어


가리켜주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나의 사수도 나를 보면서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그렇지만 어쩌겠어 난 신입이었으니까


그 친구는 매일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어

울고 싶은 표정으로 모니터만 노려보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괜히 짠한 생각도 들더라고


엄마 나도 신입 때는 저랬으니까 저 친구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되는 거 있지

그래서 더 도와주고 싶은데 나도 아직은 아는 게 많지 않아서 사수에게 물어보라고 하는데, 사수는 바빠서 정신이 없어 보이니까 더 눈치를 보고 못 물어보는 거야

얼마나 힘이 들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나도 내 일하느라 바빠서 어쩌지 못했어

그렇게 그 친구는 내가 그랬듯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어.


어느 날 둘이 점심을 먹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신입 : 난 집에 가면 매일 울어요

서이 : 누구나 신입 때는 다 울어요 저도 그랬어요

신입 :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서이 : 나도 처음에 아무것도 몰라서 힘이 들어서 집에 가서 오열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렴!이라고 했어요.


그 말을 하는데 신입이 밥 먹다 말고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서이 : 왜 울어요

신입 : 몰라요 그냥 눈물이 나요


엄마! 그 친구가 우니까 당황해서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몰랐어

아마도 엄마 이야기를 하니까 눈물이 난 거 아닐까 생각해 엄마라는 단어는 눈물 버튼이잖아

이 친구는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거 같아


옆에서 듣고 있던 두리도 한마디 거든다

언니네 회사에도 애들이 신입 때 일하면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고 하더라

난 집에서 두 번 몰래 울었는데 헤헤


만만찮은 세상살이에 애들이 홀로 던져져서 애쓰며 견디는구나

울기라고 해야지! 그래야 견딜 수 있겠지

울고 나면 좀 나아질까 그런 생각이 든다.


독기라도 품어야 힘든 회사생활을 견디겠지

마냥 어리기만 한 애들이 독기를 품고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우리가 자랄 때는 열악한 환경이라 웬만한 힘든 일은 힘든 것도 아니었으니 다들 강하게 자랐다.

그래서 견디는 것도 잘했는데, 요즘 애들은 그런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으니 얼마나 견디기 힘들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하지만 애들은 부모들의 걱정보다 훨씬 더 잘해 나간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너무 어리게만 보는 것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신입이 무너지지 않고 잘 적응하길 바라본다.


엄마! 저 친구가 잘 다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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