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관대하지 않다
오늘도 지친 모습으로 현관을 들어선다.
출퇴근 지옥을 매번 겪으면서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힘듦일 것이다.
서이 : 엄마 동기가 그만둔대
맘 : 왜?
서이 : 술 먹고 전화한 거래처 대표가 고소한다고 하면서 난리치고 그래서 대표한테 불려 가 혼나는데 성격 바꾸라! 하는 말까지 듣고. 그래서 일적으로 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질문에 답은 없고 그냥 혼내기만 하더래. 어쨌든 뭘 잘못했는지 모르게 혼나니까 답답하고 왜 내가 여기서 이런 대접을 받나! 하는 생각이 들더래. 몇 번 울고 나더니 그만둔다는군
맘 : 저런
서이 : 영혼을 갈리고 나왔대
뭘 잘못했는지 알려주고, 거래처 대표는 왜 그렇게 술 먹고 주정을 했는지 전후사정을 물어보고 해결했으면 좋았을 것을 대표는 팩트와 상관없는 직원의 인상이 좋으니 나쁘니 성격을 바꾸라느니 그런 말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어른답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회사는 그런 곳 이긴 하지. 개인을 돌봐주는 곳은 아니니까 서로의 이해득실에 맞게 모인 곳인지라 더 그럴 것이다.
그래도 조금만 친절하면 안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회사는 학원이 아니니까 일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가며 일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곳이 아니긴 하다. 그래도 조금의 자비도 없이 일의 잘잘못은 따지지 않고 성격 운운하며 혼냈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아직 어린데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맘 : 안타깝네! 너랑 결이 맞는듯해서 잘 견디길 바랐는데, 그래서 너랑 오래 같이 다니면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속상하네
서이 : 그러게 말이야 본인 선택인거지
맘 : 달리 옮길 자리라도 생각하고 그만두는 건가?
서이 : 원래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그걸 준비한다고 하더라고
맘 : 아직 어리니까 뭐든 할 수 있지 잘 준비하길 바라게 되네
서이 : 잘하겠지
맘 : 근데 언제 그만두는 거니
서이 : 내일 얘기한다네
왠지 맘이 안 좋다. 사회 초년생들이 회사에서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이런 생각은 현실과는 거리 먼 이상이겠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의 아이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마음을 다쳤다고 하면 괜히 더 속상하다.
다음 날 동기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하고 있는데, 서이가 들어서면서 말한다.
서이 : 엄마 동기 내일부터 바로 안 나온대
맘 : 이번 달 안 채우고 바로 그만둔다고?
서이 : 응 연차 있는 거 쓰고 바로 그만두는 걸로 얘기가 됐대 대표랑
맘 : 서운하겠네
서이 : 생각보다 바로 그만두는 거라 놀랐어
같이 1년을 버티자던 동기는 두 달을 못 채우고 그만두었다. 그래도 마음이 제법 잘 맞아서 서로 의지하고 다닌 거 같은데 안타까웠다.
같이 의지를 다지던 동기가 그만두어 힘이 빠지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걔의 선택인거지! 나는 나의 길을 가야지!'라고 하는 것이었다.
'지금 그만두면 딱히 할 것도 없고' 하면서 말하는데 왠지 짧은 시간에 성장한 듯하다.
오늘도 막내는 이렇게 성장해 가면서 직장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앞으로의 날이 더 기대가 되는 순간이 오길 바랐다.
힘든 순간을 거쳐야 정말로 단단해지니까
세상의 모든 회사는 신입에게 좀 더 친절해지면 안 되는 걸까?
물론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직장을 다니다 보면 일을 못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동료들에게 많은 민폐를 끼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이 착한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주면 인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인데 회사는 기다리는 것보다 완성형 인재를 선호한다. 그래야 하는 게 맞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사회 초년생에게는 조금만 관대해지면 안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기만성(大器晚成) 형의 인간도 있는 것인데......
친절한 감성보다는 냉철한 이성이 먼저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경쟁사회니까
그래서 관대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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