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공감된다
내편 친구모임은 부부동반이라 같이 다니는데, 친구 중에는 나이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친구가 몇 명 있다.
"병원 갔는데 아버님 하고 부르는데 진짜 듣기 싫더라고"
한 친구가 토로한다.
"너 같은 아들 없다 그러지 그랬어"
"아 진짜 왜 그렇게 부르는 거야 자기 아버지도 아닌데"
"그러게. 나도 그렇게 부르는 건 듣기 싫더라"
나두 나두 하면서 다들 공감 가득이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들 불편한 호칭에 말도 못 하고 넘기는 게 대부분이었다. 뭐 딱히 뭐라고 할 것도 아닌지라.
물론 듣기 싫은 내면에는 내가 벌써 그렇게 나이를 먹었다는 건가 하는 거부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겠지
좀스럽게 뭐라고 하기도 그렇지 않은가
친근감을 표하고 긴장을 풀어주려고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이런 호칭은 싫다.
왠지 그렇게 불려지는 순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뭔가 혈기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조금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사회에 소속된 관계 속에서 부르는 호칭이 가족 간에 부르는 호칭으로 불려지는 곳은 없으니까
식당에서 이모님 하는 게 제일 이해가 안 된다.
난 그저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편하다. 물론 사장님이 아닐 수도 있으나 식당도 누군가에게는 직장인데, 직장에서 그렇게 불리는 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불리는 호칭만큼 대접해 준다는 느낌도 든다.
병원에선 환자분이라고 하면 되고, 그 외 가게나 다른 어떤 곳에서는 손님이나 고객님이나 뭐 부를 수 있는 호칭이 있지 않겠는가
어떤 곳에서는 대체로 무난한 선생님이란 호칭을 많이 쓰는 곳도 있다.
이런 호칭들은 거부감이 없다.
우리나라만 이렇게 친족 호칭을 쓰는 것일까
미드를 보면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나이를 서로 의식하지 않고 친구가 되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문화가 많이 있다는 걸 보게 된다
좀 까칠한가? 별 걸 다 신경 쓴다 싶었는데, 말을 안 할 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서유석의 노래가사가 와닿는다는 라디오 사연을 들었다.
정년으로 퇴사하고 기운 빠져있을 때 들으니 딱 자기 말 같다고
넌 늙어봤냐 난 젊어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30년을 일하다가 직장에서 튕겨 나와 길거리로 내몰렸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백수라 부르지
월요일엔 등산가고 화요일엔 기원 가고 수요일엔 당구장에서
주말엔 결혼식장 밤에는 초상집
넌 늙어봤냐 난 젊어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세상나이 60살에 돋보기도 안 쓰고 보청기도 안 낀다
틀니도 하나 없이 생고기를 씹는다
누가 내게 지팡이를 손에 쥐게 해서 늙은이 노릇하게 했는가
세상은 30년간 날 속여왔다.
넌 늙어봤냐 난 젊어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마누라도 말리고 자식들이 말려도 나는 할 거야
컴퓨터도 배우고 인터넷을 할 거야
서양말도 배우고 중국말도 배우고 아랍말도 배워서
이 넓은 세상 구경 떠나 볼 거야
넌 늙어봤냐 난 젊어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아비 되고 할비 되는 아름다운 시절도
너무나 너무나 소중했던 시간들
먼저 가신 아버님과 스승님의 말씀이 새롭게 들린다
인생이 끝난 것은 포기할 때 끝장이다
넌 늙어봤냐 난 젊어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요즘과는 약간은 다를 수 있는 옛날 가사지만 내포하고 있는 뜻만은 다르지 않으리라
요즘은 60대 70대도 한창이라고 한다. 외모도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분들이 많기도 하다.
시골 가면 나도 새댁이라 불리는 쑥스러운 순간을 마주했던 적도 있었다.
오히려 60대 이후의 나이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진짜 인생이라는 이도 있다.
즐긴다는 건 뭘까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어른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쉽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무슨 호칭으로 불리는 게 좋을까
난 우리 애들이 엄마 라고 할 때가 좋다.
내편이 자기야 하고 부를 때도 좋다.
가끔 아이들이 이름을 부를 때는 재미있기도 하다.
나도 요즘은 내편을 부를 때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왠지 그렇게 부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젊어서 좋았던 그 시절로 잠시 타임머신을 태우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도록 하고 싶은 것일까
부르다 보면 그게 또 그렇게 찰떡같이 입에 붙기도 한다
친구들과 모임을 할 때는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비록 얼굴엔 세월이 그린 흔적이 있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푸르디푸른 학창 시절의 그 친구가 보인다.
아무튼 지금 이 나이가 좋다.
그래서 서로 이름을 부르며 어제보다 젊은 오늘을 즐거이 보낸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만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어떤 호칭으로 불려지느냐에 따라 대접도 달라지고,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것 같다.
잊히지 않고 불려지는 호칭이 제일 좋은 것이겠지
누군가 나를 부를 때 이왕이면 듣기에 기분 좋은 호칭으로 불려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 줄 요약 : 돈 드는 것도 아닌데, 기분을 좋게 하는 호칭으로 불러주기를
#호칭
#아버님 #어머님
#환자분 #고객님 #선생님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