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느 봄날의 겨울

낯설어서 낯선 하루

by 그리여

습하고 우중충한 날이 온몸의 신경을 적셔 팔의 통증은 마른 기침에도 심장을 쫄게 만들며 기분 나쁘게 나를 떠민다

고통에 둔감한 나였지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아픔에는 신음이 절로 난다


비가 오면 나가기 싫은데 쉬기 위하여. 잊기 위하여. 추적추적 비 내리는 도로로 나섰다

날이 궂어 차가 별로 없는 고속도로가 낯설다. 달려~

주말에 달리는 속도감이라니

3월16일의 눈발

영상 2도 구간에 눈이 미친 듯이 덤빈다

3월에 보는 제설차가 낯설다

염화칼슘을 눈처럼 뿌리며 지나간다

아이쿠야! 도망가자 얼른 피해 본다


터널을 지나 영상 4도 구간에 들어서자 굵은 빗방울이 차창 위에 꽂히며 속도에 못 이긴 물방울이 위로 치닫는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아픈 팔의 통증을 잠시 잊었다


봄은 어디 가고 겨울이 미적대고 있는가


봄비인가 봄눈인가

오르락내리락 변덕 부리는 온도 한가운데 나는 서있다

구름은 바람에 밀려 이 산등성이 저 산등성이 물 흐르듯 유유히 넘나들며 떠돌고 덩달아 마음도 같이 날아오른다


산 위에 걸린 이불솜 같은 구름이 눈과 마음을 빼앗는다


#봄비 #눈 #겨울

#설악산 #오색약수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