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만 입어보고 싶었다네 흠..
두리와 오랜만에 사직동 쪽에서 데이트를 하였다.
각종 특이한 액세서리를 파는 경복궁 뒷골목 상점에서 구경을 하는데, 두리 또래쯤 되어 보이는 여성들이 나누는 대화가 귀에 꽂혔다.
"걔 웨딩촬영한대 그래서 몇 가지 액세서리 보는 중이야"
스타일이 멋진 여성들은 아마도 웨딩 관련 일을 하는 듯이 보였다.
"결혼한대?"
"아니 그냥 웨딩드레스 입고 촬영만 한대"
아마도 친구이야기인 듯하다
"결혼도 안 하면서 왜 촬영해?"
"몰라 그냥 한대"
"남자는 뭐라고 하고?"
"남자가 없대"
"혼자 촬영한다고?"
"응 그렇대 결혼은 안 해도 웨딩드레스를 입어 보는 게 꿈이었대"
나는 이 대화를 들으며 뭔가 우리 사회가 정말 많이 변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우리 엄마가 들었으면 아마도 땅속에서 벌떡 일어나지 않으셨을까
'그기 뭐 하는 짓이고 때가 되면 결혼해야지 먼소리하노!!' 하면서
엄마는 자식들 키우고 결혼까지 시키시는 게 인생 최고의 목표이셨던 분이셨다.
그 세대 부모님들은 아마도 다 그러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대 중반부터 결혼하라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화려한 싱글 삶을 살아보고 싶었으나, 엄마의 등쌀에 결혼을 하기는 했지만 잘한 일인 거 같다.
이쁜 아이들도 생기고 나를 누구보다 지지해 주는 확실한 내편이 생겼으니까
둘째 딸 두리도 절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좋아서 옆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오래다.
어느 날 결혼을 한다고 하면 모를까 내가 먼저 하라고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며칠 전에 통화한 친구는 그런다.
아들만 하나 있는데, 와이프가 매일 세뇌를 시키고 있다고 한다. 결혼은 하더라도 며느리 밥을 얻어먹을 생각은 하지 마라. 요새 애들은 밥은 밖에서 먹고 집에서는 과일과 차만 먹는다더라!
자고 가란 말은 더더욱 하지 마라 잠깐 앉아 있다가 가는 게 트렌드란다.
라고 하면서 세뇌를 시키고 있다길래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세뇌당하는 게 속 편할 거야 꼭 세뇌당하길 바란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근데 좀 씁쓸하기는 하다"
기대하는 게 있으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도를 닦아라 인생 뭐 있나 가족들이 만나서 즐거워야지 별거 아닌 걸로 서로 얼굴 찌푸리면 뭐 하겠냐
맞아! 하고 서로 이견 없는 긍정의 대화를 나누었다.
20세기를 거쳐서 21세기를 겪은 세대로서 부모님을 공경하고 자식들에게 헌신적인 세대는 아마도 50대인 우리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식들이 잘 살면 그만이지 내가 뭐 하러 자식들 힘들게 하겠는가!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나의 부모님이 그러했듯이 나도 내리사랑을 하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짝사랑은 아니라서 좋다
그러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웨딩드레스
#결혼 #비혼
#변화한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