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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없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찰나에 스친 생각

by 그리여

오랫동안 어깨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은 또다시 병원을 들락거리는 신세가 되었다.

한번 상한 근육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고, 아파서 팔을 움직이지 못하니 근육이 굳어버리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고통을 잘 참는 나였지만, 이런 고통은 좌시할 수가 없었다.

일단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따르니까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불편하니까 결국은 치료받을 수밖에 없다.

완치는 없다지만 그래도 고통이 줄어드니까 치료를 받는다.

병원을 다니는 것도 힘이 든다.

한번 갈 때마다 기가 빨리는 느낌이다.


오늘도 고통을 참을 수가 없어 결국은 병원으로 갔다.

어깨를 초음파로 보면서 주삿바늘을 꽂는데, 바늘이 선명하게 들어오는 게 보이면서 액체가 주르륵 들어간다. 저 액체들이 손상된 나의 근육들을 감싸주는 듯이 보인다.


잠시 후 이번에는 목디스크 때문에 또 주삿바늘을 꽂는다.

많이 아프다는데 평소 아픈 거에 비하면 참을 만했다. 잘 참는다고 칭찬을 들었다. 씁쓸하다.


갑자기 나의 왼팔이 뚝 떨어지면서 중심이 안 잡힌다.

오른손으로 왼팔을 잡으려는데 아득히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무슨 일이지? 왜 팔이 내 맘대로 안되지?'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내가 팔을 못 움직이면 어떡하지 할 일이 많은데......'

당장에 가족들은 얼마나 걱정을 할 것인가? 거의 딸들은 엄마건강염려증이 중증이다.

팔을 계속 주무르고 움직이려 했지만, 역시 그냥 툭 떨어지는데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두려움! 웬만해선 잘 느끼지 않는 감정이 일었다.

두려움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감정이지만, 난 애써 그걸 극복하려 애쓰며 살아왔다.

힘든 순간이나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 하면 되지! 견디면 되지! 뭐 이런 긍정의 힘으로 이겨내는 것이다.


근데 이렇게 팔이 움직이지 않으니, 내가 쓸모없는 사람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정말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이 찰나의 순간에 온전히 뇌리에 전해졌다.


결국은 간호사를 불렀다

"선생님 제 팔이 이상한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선생님께 말씀드릴게요"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잠시 팔을 만져보시더니 걱정 말라고 하신다.

"어깨에 약을 투입할 때 약간의 마취성분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그런 거니까 곧 나아지실 겁니다"

"아 그런 거군요"


저번에는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컨디션이 별로라서 그랬나

아무튼 별일 아니란 걸 확인했으니 다행이었다.


잠깐 동안 정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짧은 시간에 팔을 못써서 일상생활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불편함이 다 생각났다.


약간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지금은 쓸 수가 있으니까 얼마나 다행인가

앞으로 더 소중하게 나의 근육들을 관리해야겠다.


정형외과는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지 모르겠다.

어르신들 사이에 끼어서 치료를 받다 보면 현타가 온다.

좀 더 쓰고 와도 되지 않는가! 빨리 나아서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난 어쩌다가 이렇게 병원을 들락거리게 되었나.

지천명! 하늘의 뜻을 안다는 50대인데 난 내 몸의 뜻도 모르겠다.

너무 많이 혹사를 한 내 탓도 있지만, 그래도 좀 더 튼튼하게 태어나지 못한 나의 뼈들이 원망스럽고, 힘없는 근육들이 아쉽다. 운동으로도 잘 생기지 않는 근육은 점점 근손실로 이어지는 듯하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좋아져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근육을 못살게 굴어도 근육이 잘 생기지 않는 이상한 체질이다.


그래도 열심히 운동해야지! 하고 의지를 다진다.

잠깐이었지만 내가 내 몸을 제어하지 못할 상황에서의 상실감을 맛보았다.


하루를 살더라도 건강하게 살아야지

나의 근육들아 제발 튼실해져라


쓸모가 없어진다는 두렵고 낯선 감정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




#회전근개파열 #상실감

#두려움 #근육

#낯선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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