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생각했다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장사하는 사람 다 망하지 않을까
옷가게를 보노라면, 난 일 년에 한 번 옷을 살까 말까 하는데 그러면 옷가게는 문 닫아야겠지
음식점을 보면 대부분의 음식은 직접 해서 먹고, 어쩌다 외식을 하는데 장사가 힘들겠지
미용실을 보면 일 년에 한 번도 펌을 하지 않고, 염색도 하지 않고, 가끔 커트만 하는데, 나 같은 사람만 있다면 미용실도 문 닫아야겠지. 심지어 남편의 컷은 내가 직접 해주고 있다.
이러니 경제가 잘 돌아가겠나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소비는 줄고, 경기는 더 나빠지겠지
다행히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서 세상은 잘 돌아간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난 정말 무엇을 위한 소비를 하는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살아가면서 꼭 써야 하는 몇 가지
가령 경조사비, 부모님을 위한 지출, 사회생활을 위한 회비, 아이들을 위한 소비...
이런 것들을 제외하면,
가계부를 따로 적지는 않지만 소비의 대부분은 식재료를 사는데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함께 밥을 해 먹고, 함께 맛을 즐기고, 그것만큼 중요한 게 없는듯하다.
욜로족은 현재의 삶을 즐기기 위해 가감한 소비를 하며, 인생의 순간을 최대한 경험한다.
요로족은 은퇴 후의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절제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데 집중한다.
요노족은 불필요한 소비가 아닌 필요한 소비만을 한다. 즉 경제적 자립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중요시하며 신중한 소비를 하자는 것.
난 이미 요노족이었다
꼭 나에게 필요한 소비만을 하여 최대한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무슨 무슨족으로 정의된 언어들이 유행하기 전에는
그저 아끼고 허리띠 졸라매고. 무조건 아끼는 부류였다는 거지
짠돌이란 말이 대표적으로 그런 그들을 평가하는 말이지 않았을까
예전에는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밥살게', '선배니까 내가 낼게', '형이니까 내가 살게', '언니니까 내가 낼게'
이런저런 구실로 사야 할 이유가 많았다.
주머니가 가난해도 체면치레로 원하지 않는 소비를 하곤 했다.
주머니를 열지 않으면 욕을 먹기도 했으니,
사회생활을 하려면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족으로 구분되면서, 개인의 삶은 존중받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나의 의지로 원칙을 두고 사는 게 욕먹을 일은 아닌 거지
어느 순간 나도 욜로족의 삶을 살고자 했다
애들 키우기 바빴고, 어른들을 공경해야 했으니 자유가 없었다.
아끼고 살고, 나중에 하지 뭐! 하다 보니 뭐 하나 제대로 해놓은 게 없고,
그렇다고 뭐 크게 부자가 된 것도 아니고, 즐겨야 하는 순간에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생겼다.
문득 현타가 왔던 거지
이렇게 살아서 내가 뭘 그리 대단한 영화를 누리겠는가
그래서 이것저것 해보고자 했으나,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만이 잘 놀고, 쓰는 것도 써본 사람이 잘 쓴다고
벌기만 어려운 줄 알았지
쓰는 것도 만만하지는 않았다
쓸 줄 몰라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서 써야 하지?
이게 꼭 필요한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니...
필요한 소비만을 하던 습성이 쉽게 버려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나만의 원칙이 생겼다
놀아야 할 땐 놀고, 밥 하기 힘든 날은 시켜 먹기도 하고,
쉬는 날은 늦잠도 자고,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직 나의 시간은 창창하다.
열심히 일한 만큼 충분히 그래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해 준다.
열심히 벌고 써야 할 때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여행도 중요한 삶의 즐거움이다
애들에게 항상 말한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고 선조들이 말씀하셨지
살아보니 그 말이 딱 맞아
젊을 때 놀아야 해 그 나이에 느끼는 것이 있으니
나이 들면 다니는 게 힘들어서 온전히 못 즐길 수도 있어
열심히 벌고, 열심히 즐기고, 그렇게 하라고 애들을 부추긴다.
나 또한 20대의 경험들이 제일 좋았다.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운동했고, 열심히 산행을 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아쉬움이 없다.
지금은 그저 예전의 추억여행을 하듯 슬슬 다닌다.
나중에 더 나이 들면 다리에 힘이 없어 못하니까.
요노족으로 사는 게 좋다
적절하게 소비하면서 만족을 얻는 게 행복하다.
'오늘은 뭐 먹지'
'이번 주말은 뭐 하지' 하고 고민하는 게 좋다.
일주일 고생한 자신에게 주는 보너스는 적절하게 알맞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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