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낭만 뿌시기

흔한 티키타카

by 그리여

쉬는 날엔 내편과 여기저기 산을 돌아다니며 산행을 하고, 가끔은 호수 주변이나 수목원을 산책한다

남편은 뭐든 보면 입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난 그런 남편에게 늘 말한다

"아이고 금쪽이 먹지 마 찌지"

그래도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 탐색에 집중한다

그러면 난 또

"저기 밤송이 있네" 하고 알려준다

수확의 기쁨을 잠시나마 누리게 해 준다

"자기의 취미를 존중해~"


비탈길에 감이 툭 떨어져 있다

"먹으면 맛있겠다"

"아니야 떫어"

"도토리 주워서 묵 쒀먹을까"

"아니 가루 내기 힘들어"

"밤 주워 갈까"

"까기 힘들어 다람쥐 먹게 냅둬요"

"다래 따서 먹을까"

"고 떨어진 거 더러워"

"아니야 맛있어"

"그냥 키위 사줄게"


"잣이다 까서 먹을까"

"손에 묻으면 끈적거려 "

이것도 먹을까 저것도 먹을까

뭐든 먹어보려

먹지 마 찌지야 눈으로만 먹어요


잠자리가 내 어깨에 살포시 앉았다

"짜식 이쁜 건 알아서"라고 내편이 말한다

그러곤 손을 가만히 내밀어 잠자리가 앉기를 바란다.

"풋! 내가 좀 자연친화적이지"


"네 잎은 행운인데 세 잎 클로버가 뭐지?"

"행복이지"

"행복이 좋은 거 아닌가"

"네 잎은 그냥 보너스 같은 거겠지"

"꽃이네 반지 만들어 주까"

"아니요" 칼같이 거절한다

"에이 감정이 메말랐어"

"내 나이 돼봐"

동갑내기의 흔한 대화다


숲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왜?"

"삼지오엽인가"

"정신 차리세요~"

산삼을 꿈꾸는 내편

그게 우리 차지가 되겠는가


원래 나도 한 낭만 한다

하지만 지금은 내편이 훨씬 더 낭만적이다

산을 내려온다


우리의 낭만은 계속된다


오늘도 낭만을 뿌셨다

"낙엽이 물들기 시작하네"

아련하게 쳐다보며 감상에 젖는다

"가을이니까~ 겨울 준비를 하는게지"



#낭만

#뿌셔

#가을

#공감에세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