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거 뭐 있나 먹고 싶은 건 먹어야지
금강산도 식후경
먹고 죽은 귀신 떼깔도 좋다.
시장이 반찬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 그림의 떡이다. 등등
살든 죽든 뭘 위해서든 인간은 먹어야 한다.
아프고 난 후 먹는 것이 즐겁지가 않다.
그저 '좀 맛있네' 하는 정도였다.
미각이 더 예민해지고 싫은 냄새는 강하게 후각을 헤집었다.
원래가 먹는 것에 진심이지 않았는데 조금 더 발전된 까탈스러움이 생겼다.
먹는 것만 먹게 되고 별로 당기는 음식도 없고 그저 움직일 정도만 먹으면 그만이다.
엄청나게 맛있는 것도 없고 지극히 싫은 것만 많다.
그런 내가 먹이는 거에는 최선을 다한다.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무거나 먹일 수가 없다.
그래서 매일 밥을 짓는다. 지지고 볶고
둘째 딸은 먹고 싶은 게 많다. 제때 잘 먹지 못하는 직업 특성상 배고픔을 느끼는 시간이 길다.
그래서 우리는 뭐든 먹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온 가족이 둘째 먹이기에 집중한다.
뭔가를 배달시켜 먹을라치면 다 둘째에게 물어본다.
배가 고파 먹고 싶은 거 생각이 잘 나는지 메뉴를 줄줄이 읊는다.
우린 결정장애가 중증이니까
사실 뭘 먹고 싶은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게 맞다.
둘째의 배고픔으로 배달메뉴를 그렇게 결정한다.
예전부터 '사람은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라는 질문을 나에게 종종 던졌다.
또한 이 같은 질문을 주변에서도 나에게 던지곤 한다.
그러면 지체 없이 말한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먹는다고
딱 그만큼이다 먹는 것에 욕심이 없다.
'먹고살기 위해 직장을 다닌다 돈을 번다'라고 말한다.
그 말에는 삶의 근본적인 목적이 들어있다.
먹지 않으면 죽는 것이니까 살아야 뭐든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본능에 충실한 것은 살기 위함이니까
세상은 온통 먹는 것에 열광한다.
난 남이 먹는 거 보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
배 부르게 먹고 밥숟가락 놓으면 먹는 것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리라
다만 먹을 때는 최선을 다해서 실컷 먹는다. 밥심이라고 오로지 밥만 잘 먹었다.
뭔들 좋아할까! 뭔들 맛있을까!
"남 먹는 거 뭐 하러 보노 니가 거지가"
배고프던 시절 여기저기서 그런 말 하는 것을 보고 자라서 그런가
마음껏 먹이지 못했던 우리네 부모님의 안타까움이 배어 나온 말이런가
산해진미 맛난 것도 먹어야 하고
나이도 먹어야 하고
원치 않는 한방도 먹었다.
해마다 꼬박꼬박 나이를 먹어서 배부르다. 그러면 됐지 뭘 더 바라겠나
살기 위해 먹든 먹기 위해 살든 배만 부르면 되는 것이지
배가 부르면 배짱이 생기고 여유가 생긴다.
뭐가 더 먹고 싶냐고 내게 묻는다면 아직도 놓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꿈을 먹어보겠다고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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