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 않길 바래
비 오면 나가기도 귀찮으니까 산행을 나서지 않는데, 이번에는 그냥 계획했으니 나섰다.
무지막지 쏟아지는 빗길을 뚫고 달린다.
나갔다가 비를 만난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 나서는 건 거의 없는 일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거라 생각해서 기대가 되었다.
남원 지리산 바래봉은 철쭉으로 유명한 곳이다.
쏟아지던 빗줄기가 약해지니 갈만했다.
우비를 입고 출발해 본다.
비가 오니 추워서 옷을 단디 입고 옷깃을 세운다.
우산을 쓰고 가도 무리 없는 넓은 길이라 초보자들에겐 딱 좋은 등산코스다.
하지만 나에겐 좀 지루한 게 흠이다.
초입에는 꽃이 피어 있었는데. 정상 부근은 꽃망울만 올망졸망하고 그나마도 운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손잡아
아니야 비와 걱정 말고 가
손잡아
내편이 내민 손을 잡으니 손등으로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맞잡은 손바닥은 온기가 전해져 따뜻함으로 가득하다.
혼자 가면 지루할 수도 있는 완만한 등산로가 둘이 가니 콧노래를 부르며 올라갈 수 있다.
이 빗속을 걸어갈까요. 둘이서 말없이 갈까요.
--- 다정스런 너와 내가 손잡고 라라라라 라라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 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은 오르막이 쭉 이어진다.
왕복 8킬로가 되는 길을 오락가락 오는 비를 맞으며 걷는다.
우산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의 음률에 새소리가 코러스로 얹힌다.
지리산은 온유했고 정상 부근은 강한 바람으로 등 떠밀어 주고 계단은 다리근육을 강하게 키운다.
운무가 짙게 깔려 낭만에 온몸이 부르르 춤춘다.
구름 속으로 조용히 몸이 사라지며 묻힌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에 어찌 말이 필요할까
구름이 발아래 깔리고 마음은 바람 따라 나부낀다.
아침에는 꽃망울이었던 철쭉이 내려올 땐 더러는 활짝 피어서 하늘하늘 잘 가라 손 흔든다.
난 지금 여기 있다.
사진에 다 담기지 않는 신비로운 풍경을 마음에 담고 아쉬우나마 셔터를 누른다.
#남원 #지리산허브밸리
#철쭉 #바래봉철쭉축제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