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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텅, 꽉 찬

by 그리여

곡식을 거둬들인 텅 빈 들판

떨어진 이삭 누가 주워주길 기다리나

연붉은 노을빛이 물들어 들판에 깔린다

적막하고 비어있는 아름다움에 괜히 울컥해진다

아름다움과 슬픔은 서로 등지고 있고

서로를 보지 못해도 느낀다


내어주고 키워주고 지켜주고 비어주고

그렇게 그 자리에서 잉태한 생명이

또다시 생명을 키운다

텅 비우고 나니 편안하게 쉴 수 있구나

비어서 허전한

아니

고요해서 슬픈

그런

쉼을 쉼 없이 하고 있구나


쉼이 끝났다

다시 내어주고

다시 지켜주는

그런 되풀이가 시작된다

초록의 생명이 들판에서 하늘하늘거린다

싱그러움이 파릇파릇 다시 피어난다


닦아도 또 끼고 닦아도 또 끼는 물때처럼

감정의 찌꺼기는 하릴없이 끼고 닦이고

시간은 그렇게 채우고 비울 수 있는

허허벌판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엄.마...

떠나간 내 영웅이 생각난다



#어버이날 #엄마 #아버지

#빈자리 #채우고 #비우고

#들판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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