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깊은 깨달음

by 그리여

광화문에서 쭉 내려오면 도심에 인공암벽하는 곳이 있다. 그곳에는 암벽 타기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팔고 있었고 운동을 하도록 되어 있었기에 바위를 타는 사람들의 아지터가 되기도 하였다.

퇴근 후 체력단련을 위하여 인공암벽에서 운동하다가 만난 사람들은 바위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었다.


운동도 되고 스릴도 있는 인공암벽은 회사업무에 시달린 스크레스를 풀기에 적합했다.

손가락의 힘을 키우고 자세를 잡기 위해서 다리를 찢고 그렇게 운동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산이에게 자일파트너를 요구하는 동갑내기 친구로 인하여 그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자일 파트너를 한다는 건 믿음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서로의 목숨을 한 줄에 의지하고 바위를 올라야 하는 것이니 얼마나 신중하게 서로의 합을 맞추어야 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일이다.


어느 정도 그 사람들과 친분이 쌓인 후에 무등산 암벽 등반을 계획했다.

매일 운동을 하다가 바위를 좋아하는 마음에 자연스레 믿음이 생겼고 장비가 변변치 않았던 산이에게 파트너는 장비까지 챙겨 주면서 같이 하자고 했기에 평소에도 좋아하던 바위를 탄다는 마음에 들떠서 거절하지 못하고 실전에 돌입하기로 했다.

물론 그중에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산이는 그들과 같이 암벽을 탄다면 안심이 되리라 생각해서 따라나섰다.


퇴근 후 버스를 타고 내려오니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서둘러서 무등산으로 향했다.

야영할 장소까지 야등을 하는데 바위를 타기 위한 장비들을 담은 배낭은 무척이나 무거웠다.

그래도 다들 쉬지 않고 올라간 덕분에 무사히 야영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리 와 있던 선배들은 뒤이어 온 후배들의 합류를 반겨주었다.

암벽을 탄다는 건 위험이 언제나 같이 한다는 일이니 선후배의 관계는 규율이 언제나 엄격하였다.

위험한 만큼 예민하게 그들은 통제하고 리드해 간다. 사실 무서울 정도다.


자리를 잡고 저녁을 해 먹기 위하여 물을 받으려고 찾는데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물소리가 나는 걸 듣고 그곳에서 물을 떠 와서 밥을 지었다.

하얀 쌀밥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걸 보니까 다들 허기진 터라 허겁지겁 숟가락으로 덤벼들었다.

얼마나 맛이 있던지 배짱이 두둑하도록 먹으니 내일 바위는 뛰어서 올라갈 듯이 한껏 기분이 업 되었다.

뒷정리를 하고 잠을 청했다.


이른 새벽에 다들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려고 부산하다.

"어제 물 떠 온 곳에 가서 물 받아와라"

분명 이 근처였는데 친구들은 물을 찾았다.

그곳에는 낙엽이 잔뜩 쌓여 있어서 물이 더러워 보이는 웅덩이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우리가 어제 떠온 물이 이것이었던가 눈으로 보고는 도저히 뜨고 싶지 않은 물이었다.

자세히 보니 가재가 보였다. 그래도 썩은 물은 아니었나 가재는 깨끗한 곳에 살지 않는가 그렇게 서로를 안심시켰다. 물에서 가재 비린내도 나는 것 같았다.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먹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깨달음을 얻었듯이, 친구들도 여기서 깨달음을 얻는구나 생각했다.

원효대사는 깨달음을 얻고 그 길로 되돌아갔지만 친구들은 밥을 해 먹고 바위를 탔다.

물론 눈으로 보고는 그 물로 밥을 지을 수는 없어서 다른 곳에서 물을 구해서 먹었다.


깨달음이 얕은 소인배라 어쩔 수가 없다.

눈이 이렇게나 간사한 것인가 보고는 도저히 못하겠더란 말이지


그날 오른 바위는 환상적이었고 자일을 타고 쭉쭉 내려올 때는 신이 나서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찬란하게 솟는 햇살 받으며 반짝이는 바위벽을 오를 때

하늘보다 높고 푸른 너와 나의 가슴에 구름처럼 흐르는 이 기쁨

눈보라가 몰아치는 계곡에 얼어붙은 빙벽 위를 오를 때

바다보다 깊고 넓은 너와 나의 가슴에 파도처럼 밀리는 이 기쁨 밀리는 이 기쁨'

흥얼흥얼 클라이머의 기쁨을 허밍 한다. 대충 이런 가사였던 거 같다.


손에는 쵸크를 잔뜩 묻히고 바위 틈새를 과감히 잡고 거미처럼 찰싹 붙어서 올라선다. 바위 여기저기 먼저 올라간 선배들이 묻혀둔 쵸크가 뽀얗게 남아있다.

일자로 찢어진 다리와 쭉 뻗은 팔의 라인이 예술이다.

바위의 촉감과 땀을 흘리며 후배들을 이끌던 열정적인 선배들의 구릿빛 얼굴이 아른거리며 마음이 촉촉해진다. 확보 카라비나에 연결된 자일의 단단한 감촉과 카라비나가 철거덩 바위를 치며 부딪히던 청량한 그 소리는 내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소 거칠기도 한 선배님들의 리드하에 그날의 암벽은 완벽하고 아름다운 등반이었다.


무등산은 어리석은 인간에게 가르침을 주며 밤새 품어주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라는 가르침을 주고 바위를 타며 혹시라도 무서워 마음이 동요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하도록 배려해 준 건 아닐까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리니 꿈을 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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