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서. 맛있어서. 잊지 못한 그날 밤
산이와 목이는 오늘도 어쩌다 보니 밤늦게 진부에 도착했다.
시골이라 차도 없고 가로등도 없어서 칠흑같이 어두워서 먼 길이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배짱이 생긴다.
지도를 보고 길을 더듬어 찾았고 달빛조차도 희미한 시골길을 하염없이 걸어간다.
소금강산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서둘러 가야겠다는 생각만 앞섰다.
사실 산이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마치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발길을 재촉한다.
한참을 가는데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옆에 서더니 창문이 열린다.
"어디까지 가세요? 가는 방향이 같으면 태워드리겠습니다" 한다.
요즘 같으면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라 거절할 텐데 90년대에는 이런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골에는 버스도 없으니 서로 상부상조하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차가 일찍 끊겨 차를 못 타는 날도 부지기수이니 걸어 다니는 사람도 꽤 있었다.
"감사합니다 소금강산으로 가는데요"
"아 그래요 나도 그쪽으로 가는데 타세요"
친구들은 신이 나서 인사를 하며 올라탔다.
"그런 신세 좀 지겠습니다"
"아이고 신세라니요 어차피 가는 길인데 심심하지 않고 좋습니다 "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전 여기 숙소를 잡아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숙소는 잡으셨어요?"
"아니요 그냥 산장까지 걸어가려던 참입니다"
"아이고 너무 멀어서 힘든데 제가 잡은 민박에 머무시겠습니까"
잠시 친구들은 고민하다가
"그렇게 해 주신다면 고맙죠 이 밤에 민박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렇게 소금강산으로 가다가 숲으로 난 작은 길로 들어선다.
한참을 꼬불꼬불한 산길을 들어갔다.
"도착했습니다"
내려보니 환한 전등에 비친 마당은 고르고 평평하고 깨끗이 쓸려있었고, 방들이 쭉 이어져 있고 방앞의 작은 마루는 반짝이며 윤이 나도록 닦여 있었다.
그 앞으로 어두워진 산이 아래까지 어둠을 이고 쭉 펼쳐져 있다.
"저는 친구들이 저기서 기다리고 있어서 가봐야겠습니다. 잘 쉬시고 좋은 산행 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을지"
"별말씀이요"
하면서 그는 멀어져 갔다.
깨끗한 온돌방에 들어서니 피곤이 확 몰려왔다.
오랜만에 창호지 발린 예스러운 문창살을 보니 고향에 온 듯 포근하다 생각하며 멍하니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조금 있으니 문을 두드리며 같이 오신 분이 한 상 차려주라고 해서 가지고 왔다며 아주머님이 밥상을 주고 나가신다.
"다 드시고 밥상은 마루에 내놓으면 돼요"
옥수수 밥에 구수한 된장. 조물조물 맛나게 무친 산나물 반찬.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에 허겁지겁 수저를 들고 입으로 떠 넣었다.
얼마나 맛있는지 꿀맛이다.
그렇게 밥을 먹고 피곤함이 몰려와 모르는 사이에 그냥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주변은 어둠에 잡아 먹힌 듯 고요함에 꿈도 꾸지 않고 자다가 새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다.
문을 여니 앞은 드넓게 펼쳐져 멀리 산등성이까지 눈에 들었고, 화창하고 상쾌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에 말문이 막혀 그저 쳐다만 볼 뿐이었다.
사람을 찾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데 그냥 가셨나 보다. 주인아주머니도 찾을 수가 없어서 메모를 남기고 나왔다.
문밖으로 나와서 한참을 걷다 보니 소금강산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그 이후에 이곳을 찾으러 몇 번을 왔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귀신에게 홀린 것인가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거기는 길이 없다고 한다.
그날 밤에 만난 그분은 누구였을까? 정갈한 민박은 어디 있는 것일까
친구들은 오랫동안 찾았지만 결국은 못 찾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찾아봤지만 여전히 없었다. 분명 있었는데 없다.
도원경(桃源境)에 갔다 온 것인가 그날 분명히 하룻밤이 있었는데 없었던 것처럼 흔적조차도 찾지 못하였다.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어부가 표식을 하였음에도 아무리 찾아도 길을 찾지 못하였듯이 산이 또한 그러한 경험을 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반질반질한 마루와 깨끗하게 쓸어진 흙이 곱던 정갈한 마당이 다시 보고 싶다.
소박하고 맛깔스러웠던 옥수수밥과 무나물. 산나물무침을 먹고 싶다.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경험으로 인하여 세상은 알지 못해도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친구들을 품어주었던 따뜻하고 신기루 같았던 산사람의 인정이 가끔 너무도 그립다.
그럴 수는 없을 거 같아 쓸쓸하다. 도대체 어딜까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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