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도 없는 길에서 만난 인연
산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또다시 등반을 하고 서로의 결이 맞으면 또 만나서 산행을 같이 하고 그렇게 맺어진 산 친구들은 가끔 한 번씩 만나서 산을 오른다.
물론 정해진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속에 묶이는 게 싫었던 탓에 모임이 형성된 것도 아니어서 가끔 한 번씩 볼뿐이었다.
생각해 보면 산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깊은 우정을 나누고 그 누구보다도 오랜 인연을 이어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들로 인하여 알게 된 어르신들이 주축이 된 산악회가 있었는데, 등반 안내를 위하여 같이 가기를 원하여 몇 번 산을 오르며 후미를 봐준 적이 있었다. 그 산악회의 회장님이 우리를 너무 좋아하여 몹시도 부담스러웠다.
그들의 산악모임은 우리와 결이 맞지 않는데 자꾸만 산행을 같이 하자고 하고 산악회에 들어오라는 손짓을 끊임없이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떡하든지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려 했고 우린 거부하던 상황이었다.
그래도 인연은 가끔 생각과 다른 모습으로 다시 이어지기도 한다. 거절하지 못한 발걸음이 그들에게 인도하고 또한 그들의 산행을 도우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 당시에 산악인들의 큰 경기인 오리엔티어링이 있었는데, 대표로 경기에 참석해 달라고 끈질기게 부탁하여 계속 거절할 수가 없어 참여를 하게 되었다.
주말이면 도봉산 밤나무골에 모여서 야영을 하고 독도 연습을 했다.
평소에 지형을 보면서 길을 감으로 찾으며 다녔는데, 지도를 보면서 찾는 건 산이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등고선이 그려진 지도를 보는 게 학교 때 수업시간에 해본 이후로 너무 오랜만이다. 지리 선생님이 지도 그리는 걸 중시하는 수업을 하셔서 지도를 많이 그려보았기에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사실 우리는 만나서 연습을 하는 것보다는 먹고 마시고 밤새 떠들고 노는 게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일주일 동안 지쳤던 일상을 나누고 스트레스를 풀고 인생과 산을 이야기하며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밤을 밝혔다.
그러다가 해가 떠오르면 분주히 준비하여 지도를 꺼내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지형을 익히기 위한 과정이었다. 아는 길이지만 지도를 보고 가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다.
곳곳에 표시해 둔 길을 정확히 갔다 와야 하기 때문에 지도가 이끄는 길로만 가야 하는 것이다.
콤파스로 거리를 측량하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였기에 나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대표로 출전하는 만큼 부담이 되어 연습을 하면서도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였다.
바위를 만지고 나무를 안아보고 물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여유로운 산행을 즐기다가 졸지에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아서 뛰어야 한다니 여유라곤 없는 산행대회를 하게 되다니 참 ‘인생은 가끔 알 수 없는 길로도 인도하기도 하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산안회에 소속된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들과 인연이 닿아 간곡한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였기에 산악독도 오리엔티어링(OL)에 참여를 하게 된 것이다.
알파인 오리엔티어링은 산악운동의 일환으로 산악인의 독도능력과 체력을 점검하는 일종의 산악독도운행 경기였다.
1박 2일로 4인 1조로 구성되어 야영을 하며 등산장비 검사를 받고 독도법과 OL경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연습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관악산에서 열렸는데 우리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도봉산에서 연습을 하였다.
유쾌한 친구들과 다른 소속 일행들과 즐기는 시간은 재미있었고, 열정과 환호가 산을 뒤덮었다.
서로가 서로의 역량을 탐색하고 꼭 이겨보리라는 굳은 결심도 해본다.
방향을 정하여 뛰면서 지도를 활용하고 콤파스로 측량하면서 정해진 포스트를 빠른 시간 내에 찾아 골인하는 경기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게 평소 사용하지 않던 지도와 콤파스를 활용해서 거리를 측량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
등고선의 모습을 보고 주변 지형을 확인하고 콤파스로 거리를 측량하고 아무튼 속성으로 배운 독도법을 사용하며 열심히 뛰어다녔다.
시간 안에 들어왔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뛰다가 풍경을 보고 잠시 즐기다가 사람들이 뛰는 걸 보고 다시 뛰고 뭐 그렇게 열심히 경기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두 번을 그 산악회 대표로 출전을 한 거 보면 성적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나 보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야영을 하면서 열심히 연습하고 밤새 떠들다가 새벽 일찍 일어나도 체력이 좋았던 그 시절이 한 번씩 생각이 나서 그립기도 하다.
그 좋던 체력도 세월의 흔적 앞에 무너지고 산은 어느새 내가 알던 그 옛날의 산이 아니었다.
곳곳에 너무 친절하게 계단을 많이 만들어놔서 자연스러움이 사라지고 낭만도 함께 사라졌다.
산이 품어주었던 수많은 산행과 그 산행으로 이어진 추억과 잊지 못할 사건들. 신비한 경험. 그 안에서 맺은 인연들만이 젊은 날의 기억 속에서 살아나서 펄쩍펄쩍 뛰어다닌다.
잃어버린 그 기억들을 잡으려 산행을 해 보지만 지도에도 없는 길이 끊임없이 기억을 나열하고 이어져서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그 어떤 길로 자꾸만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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