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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안에는 나무향이 나는 도서관이 있다

피서엔 독서

by 그리여

연일 푹푹 찌는 더위는 숨통을 조이듯이 턱 하고 달려든다. 아스팔트가 뿜어대는 열기로 도시는 녹아내리는 듯 흐물거린다. 빌딩과 아파트숲 사이를 거니는 나는 볼이 벌겋게 달아올라 시원한 곳을 찾기에 분주하다.


광릉수목원을 가려면 주차장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다. 오전, 오후 나누어 예약을 받는데 할인 혜택도 있으니 잘 알아보고 예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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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좋아해서 평소에도 산을 가면 나무를 만지고 한참을 쳐다보는데, 따가운 햇살과 열기 때문에 유난히 나무의 그늘이 그립다. 그래서 찾아간 수목원의 시원한 나무그늘숲을 거닐다가 우연히 도서관에 들르게 되었다. 여태 오면서도 왜 여기를 들어와 볼 생각을 안 했을까 싶게 너무나 좋다.


일단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면 나무향이 나고 나무의 설명으로 채워진 공간을 마주하고 보면서 가다 보면 도서관이 나온다. 문을 열면 익숙한 나무향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조용해서 좋고 무엇보다 시원하다.


나무 향과 빽빽한 책으로 덮인 책 숲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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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만난 도서관에서 나무에 관한 책을 읽고 한참을 빠져들었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각종 전문도서를 훑어본다. 다음에도 또 와야지 하고 돌아서는데 코끝에 남은 나무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내편도 나와 같이 책 읽기에 빠져들었다. 같이 할 수 있는 게 또 하나 늘었다. 이것이 무엇보다 좋다.


그렇게 찾게 된 도서관은 이제는 휴식을 주는 장소이면서 피서지가 되었다. 한글 한글 읽을수록 빠져들고, 읽고 난 다음에 오는 여운은 나무향과 같이 음미하면서 내편과 서로 읽은 책을 권하고 줄거리를 들으며 감상을 주고받으며 책의 내용을 다시금 되새긴다. 이 시간이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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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남은 상처를 복구할 때는 누군가의 손길과 나의 의지가 필요하다


둘레길도 잘 되어 있었는데 폭우로 무너졌다. 정말 많은 비가 왔구나. 곳곳에 깊게 파인 모래는 푹 꺼져 있고 물길을 만들었다. 그 물은 흘러 흘러 개울로 내려간 흔적이 선명하다. 나의 여유로움 전에 있었던 예견할 수 없었던 치열한 폭우의 흔적이 수목원 곳곳에 남겨져 있다.


어쩌면 누군가의 삶처럼 혹은 나의 삶처럼 스스로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가 안겨 준 상처는 골을 만들고, 그 골은 오랫동안 메워지지 않겠지

폭우로 피해본 곳이 누군가의 손길로 복구가 되듯이 나의 가슴에 남은 깊은 상흔의 골도 그렇게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편과 나의 가슴에 남은 골은 서로가 메꾸어주려 시간을 할애한다.

성실하게 부지런하게 보냈던 일상 속에서 예견할 수 없었던 낙뢰와 폭우 같은 순간을 맞으며, 선으로 행한 일들이 부정당하며 너무도 아리게 슬프게 누군가가 문신처럼 남겨준 그 골을 조금씩 시간으로 다림질한다.


그렇게 우리의 중년은 파이고 메워지고 비워지고 또 채워지고 그 속에서 휴식을 찾으며 흘러간다.


나무의 향이 코끝에 맴돌고 책을 넘기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지나간 일보다, 남은 시간을 종이와 나무에 새기려 하고,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으며 그렇게 늦은 여름. 달라붙는 끈적한 더위를 피해서 책장을 넘긴다.


책 속에 있다는 그 길을 나는 찾을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 난 상처는 나의 의지가 없으면 도저히 복구할 길이 없다. 스트레스가 사람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행위에는 죄가 있어도 죄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살려고 하는 행동에 누가 죄를 묻겠는가. 책 안에 있는 길에는 많은 말들이 모래처럼 깔려있고 모래 속에 박힌 작은 조개껍질처럼 묻혀 있어서 집중을 하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다.


더위를 피하여 책을 읽고 있다지만 마음은 열병을 앓는 것처럼 뜨겁다. 그 답을 그 길을 책에서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무의 향으로 마음을 채우고 글을 채우며 치유한다.


독서가 주는 즐거움을 나의 아픔을 치유하는 약으로 활용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책은 의사가 아니지만 읽다 보면 따뜻한 간호사의 손길처럼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피서를 하기에 독서 만한 게 또 있을까 싶은 시간이다. 습기로 눅눅해진 마음을 포송하게 해주는 도서관의 시원한 공기는 무더운 공기가 주는 텁텁함에 갇힌 육신과 마음을 시원하게 건조해 준다.


머리가 맑아지면서 눈은 글을 쫓고, 손은 이정표를 찾아 한 장씩 책장을 넘기고 나면 활자들이 갈라지며 길을 만든다.


길을 찾는 건 온전히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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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https://omn.kr/2ez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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