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른다

나이 먹어 서러운 게 아니다

by 그리여

오랜만에 만난 친구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었네

탄탄하던 근육은 힘이 빠지고

무엇이 그리 힘들었나

어깨가 한없이 축 처졌다

똑같이 흐르는 세월에 있건만

어떤 친구는 급류에 휘말린 듯하고

어떤 친구는 배를 타고 간 듯 곱다


언제 이리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건강한 친구는 힘이 넘치고

아픈 친구는 기가 빠지고

그 시절 그 모습을 한 아들이 있고 딸이 있다

나보다 아이의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사람 사는 거 뭐 별거 있나

"취업은 했니"

"결혼은 언제 한다니"

"애는 언제 낳는다니"

어린 시절 잔소리같이 듣기 싫어하던 말들을

이제는 그 시절의

부모님과 같은 나이가 되어 자연스레 늘어놓는다

"난 우리 애가 나처럼 안 살아서 좋아"

"그렇지 근데 우리 애는 뭐 하고 살지 걱정이다"

이런저런 쓸데없지만 쓸데없지만은 않은

소소한 걱정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결혼도 일상도 선택하고 사는 애들을 응원한다


세월은 그런 것이다

지나면 잊히고

듣기 싫었던 말들도 하게 되고

잊지 말아야 할 건 잊고

기억하지 말아야 할 건 기억한다

나이를 먹는 게 서러운 게 아니다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서 서러운 거다

당당했던 나 자신은 어디 가고

아프고 늙어가는 내가 있나 한탄하게 된다

세월은 여전히 무심한 듯 흐르고

서러운 나이는 배부른 줄 모르고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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