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가 이렇게 큰데 4,000원이래요

이웃의 시골 5일장 장보기

by 그리여

아파트라는 공간은 수많은 사람이 같이 살고 있지만

이웃이라고 할만한 이웃이 별로 없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고 얼굴을 모르기도 하고,

얼굴은 아는데 인사 한번 없이 스치듯 지나간다

무대 위의 주연 말고, 조연도 아니고

지나가는 행인 1, 2 대충 그런 느낌이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런 이웃과 좁은 공간에

잠시나마 같이 덩그러니 서 있을 때가 있다

그저 핸드폰을 보거나 키오스크에 눈을 고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거 보세요 두부가 이렇게 큰데 4000원이래요"

짧은 단발에 흰머리가 단정하니 인자해 보이시는 어르신이 툭 말을 건넨다

검정봉지에 커다란 두부가 있고

다른 봉지엔 강냉이가 한 봉지 들려있다

"정말 크네요"

"엄청 싸게 샀어요. 시골장터에서 샀는데 물건들이 다 싸요. 놀러 갔다가 금액보고 안 살 수가 없어서 이렇게 사서 왔어요"

"잘 사셨네요 맛있어 보여요"

"요새는 두부도 비싼데 싸게 잘 산거 같지요"

"네 그런 거 같네요"

"시골장은 다 싸더라고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어르신은 뿌듯한 얼굴로 황급히 내리신다

"들어가세요"

"네 맛나게 드세요"

그렇게 잠깐의 대화를 나눴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그렇게 몇 마디 나누고 나니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난 절대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 낯가림이 심한 성향이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 말을 걸어주시는 어르신들을 만나면 뭔가 정스러워진다


나의 발밑은 누군가의 천장이겠지

아파트에 살면서 이런저런 소음에 고통스러워하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담배연기에 숨이 턱턱 막히고...

모두가 안다

누군가의 천장을 밟고 있고

누군가의 거실을 이고 있고


그래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 공간에 정스런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보면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굳이 알지 못해도 그저 한마디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그 누군들 좋지 않겠는가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다

밤산책하기 좋은 날이다


#시골오일장

#두부

#아파트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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