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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가 어디 갔나

순간 등골이 오싹!

by 그리여

건망증이 절정이던 그 시절의 이야기


거실에서 애들은 놀고 있고,

나는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막내가 보이지 않는다

기다려 먹여줄게

갓난아기가 돌아다닐 리가 없는데 무슨 일이지

순간 식은땀이 났다

"얘들아 막내 어디 갔니?"

"엄마 등에 있는데?"

아이들이 의아하다는 듯이 또박또박 알려준다

"응? 에고.. "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잠시도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던 막내는 늘 내 등에 업혀있었다

감각이 무뎌져서 애 업은 걸 잊었다

'업은 아이 삼 년 찾는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다


선조들은 어찌 그리 찰떡같이

옳은 말만 하셨을까



첫째를 키울 때는 낮과 밤이 바뀌고, 엄마만 찾는 아이 때문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밤새 안 자다가 아침에 겨우 재워놓으면,

나는 시어른들 식사를 챙겨야 해서 같이 잘 수가 없었다

애가 잘 때 같이 자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잠은 늘 부족했고,

첫아기라 너무 예쁜데도 힘들었다

집안일과 육아를 같이해야 하니 쉴 틈이 없어서 더 그랬던 거 같다.


그러다가 연년생으로 둘째가 우리에게 왔다

임신 내내 힘들어서 그랬나

둘째는 예정일보다 보름이나 먼저 태어났다

아기가 잠만 잤다. 수유를 해야 하는데, 먹지도 않고 잠만 잤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깨워서 겨우 모유수유를 하고 나면 또 잤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백일이 지나고 나니,

2시간마다 일어나서 칭얼거렸다

배꼬래가 작아서 쪼끔만 먹고, 배가 고파서 그런지 푹 자질 못했다.

자다가도 2시간마다 모유를 먹이자니 늘 잠이 부족했다.


첫째는 씩씩하게 잘 걸었고,

자기도 아기인데 업어달라고도 하지 않았다.

동생을 많이 이뻐했다

겨우 한 살 차이인데도 기특했다

낯가림이 심했던 첫째는 내가 안 보여도 울고,

누가 쳐다만 봐도 우는 울보였다.

눈이 커서 그런가 눈물도 많았다.

아기가 아기를 안고 있네

누가 둘째를 이쁘다고 쳐다보면

"내 동생이야 보지 마" 하고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

그나마 둘째는 낯을 가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연년생 키우는 게 쌍둥이 키우는 것보다 힘들다고 한다는데 실감해 보니 그런 듯하다

아이가 이뻐도 이쁜 걸 느낄 새도 없이 키우기에 버거웠다


감기 기운이 있어 내과를 가는데

첫째가 그런다

"엄마 배속에 콩만 한 아기가 있어"

그럴 리가..


병원에서 진료받는데 선생님이

"감기가 아닌 거 같네요 소변검사 한번 해볼까요"

얼떨결에 소변검사를 했다

"산부인과 가보셔야 할거 같네요"

하신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나 뜻하지 않게

셋째가 우리에게로 왔다


나도 못 느꼈는데 첫째는 어찌 알았을까

내내 신기했다


계획하진 않았지만 셋째는,

아이 키우느라 지친 나에게

아이 키우는 기쁨을 줬다

육아경험이 생기고, 애들이 막내를 이뻐해 주니

비로소 아이 키우는 기쁨을 느꼈다.



건망증이 심했던 시절이었다

냉장고를 열면 왜 열었는지 모르겠고,

닫고 나면 잠시 후 다시 생각나고,

핸드폰을 손에 들고서도 찾고 있고,

밥을 안치고 취사를 안 누르고

시장 가면 꼭 사야 할 건 빼먹고 오고

메모라곤 하지 않던 내가 메모를 할 수밖에...

휴~ 그래도 다행이다

바로 생각이 안 나면 그건 치매라는데

잠시 후에 생각이 나니까 말이다. 허허!!!


아이가 자라고 건망증은 차차 나아졌다.

그 시절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꼈던

감동과 기쁨은 잊히지 않는다.



#업은아이삼년찾는다

#육아

#건망증

#공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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