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허당

어디더라? 저긴가? 아닌가!

by 그리여

소슬바람이 분다

선선하고 쓸쓸한 외로움에

갈색 잎이 떨어지고

빨간 잎이 떨어진다

미쳐 못 버틴 노란 잎이 떨어진다


바스락바스락

어느덧 산길 위로

알록달록 수 놓인 카펫이 깔린다


숨 막히듯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낙엽이 산길에 떨어진다


나풀나풀

한잎 두잎 떨어질 때

툭! 데구루루

아기자기한 열매가 툭! 떨어진다

여기도 툭

저기도 툭

신이 난 다람쥐가 양볼에 가득 도토리를 머금고

여기도 묻고 저기도 묻고

폴짝폴짝 잘도 뛰어다닌다

누가 볼세라 두리번두리번 잘도 묻는다


저런 어쩌나

너무 잘 묻었네

나도 못 찾겠네

금세 잊은 다람쥐는

다시 폴짝폴짝 도토리를 주워 묻는다


겨울나기 준비를 한다

부지런히 뛰어다닌 덕분에

끄떡없이 추운 겨울을 잘 보내겠네


다람쥐의 지독한 건망증

참나무가 고맙다고 한다

덕분에 산다고

산천이 고맙다고 한다

덕분에 늘 푸르다고


나도 고맙다

너 덕분에

묵사발을 맛있게 먹는다


#가을

#단풍잎

#도토리

#다람쥐

#공감에세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