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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놀아줘요

아빠 같이 놀아요

by 그리여

일하는 나의 뒷모습만 보며 아이들이 자랐나 보다

명절이 지난 어느 날

"왜 엄마만 일 해?"

"흠.. 엄마가 제일 젊어서 그래"


육아하랴 부모님 봉양하랴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바빠서 같이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웠고,

아이들이 자라서는 서로 일정을 맞추기 힘들어서 어울릴 시간이 부족했다

겨우 시간을 같이 맞췄다

"엄마 놀아줘요"

"그러자"

"엄마 나 탁구 안쳐봤어"

"치지 뭐 오랜만이라 될까 모르겠네"

"엄마 탁구치고 나면 오락실도 가고 보드카페도 가야 돼! 아~ 노래방도 가자"

딸들은 신이 났다


탁구를 시작했다

'핑퐁 핑퐁' 해야 하는데

'핑 호다닥!!!

'틱 후다닥!!!

탁구공이 이리 슝~ 저리 슈우웅~

주으러 달려가기 바쁘다

그래도 신이 난다

엉망진창이지만 행복탁구를 쳤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나 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보드카페를 갔다

커피와 음료를 시켜놓고

두뇌게임도 하고,

쉬운 게임이라는데 은근히 쉽지 않은 단순 게임도 하고,

승부욕에 불타서 게임에 푹 빠져들다 보니,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졌든 이겼든 하하 호호!!


해가 늬엇늬엇 지고 있다

일정을 빡빡하게 짰나 보다

하루에 다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른 건 다음에 하자고 하고 집으로 왔다


이런 시간을 가지는 날이 오다니

평범한 일상도 생각해 보면 쉬운 게 아니다

일정을 맞추어야만 가능하니까 말이다



아이들은 늘 바빠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엄마와 아빠의 등만 보고 자랐다

이제는 마주 보고 여행을 계획하고

운동을 하고

게임을 하고

쇼핑을 하고

행복한 데이트를 즐긴다


"다음에는 아빠도 같이 와서 놀면 좋겠다"

아이들의 바람이 좀 더 빨리 이뤄지길 바라본다

그래도 짬짬이 시간이 맞으면

이런 시간을 갖자 얘들아!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오듯

이제는

우리의 시간도 때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여 같이 어울릴 시간과 준비가 되어 있다.

맞추기만 하면 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됨


가족이 있어

즐거운 날이든 힘든 날이든 이겨낼 수 있는 거 같다

밖에선 긴장하고 야무지게 살아야만 한다

어벌쩡하게 일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족끼리도 마음이 안 맞으면 싸운다는데

직장생활이야 오죽하겠는가

서로 다른 품성의 사람들이 만났으니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

상하관계가 존재하고, 경쟁구도다 보니 더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온다는 게 그렇게 힘든 것이다


이해에는 인색하고, 배려보다는 오해가 난무하는 사회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갈등은 스트레스가 되고,

그러다 보면 지치고 고단한 어깨는 펼 수가 없다

그 모든 걸 잘 견디고 집으로 들어왔을 때,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가족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따뜻한 온기를 나눈다

집에서만이라도 편안하기를 바란다


가족이니까



태어날 때부터 부모인 사람은 없다

딸이었고, 아들이었으리라

내가 지금 하는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참고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희로애락의 돌부리와 그루터기가 여기저기 놓여있는 삶이라는 긴 길을 걸어갈 때,

넘어지면 서로 손을 잡아주고 기다려주면서 같이 가야 한다

좋은 가정도 결국은 서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못해도 잘한다 잘한다

잘해도 잘한다 잘한다

칭찬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표현하지 않는 진심은 후회를 낳는다




#여가시간

#탁구

#보드게임

#데이트

#가족

#공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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