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순간에 시간 이동!! 뜬금없는 상상을 한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수선 상황이나 끝날 거 같지 않은 고단하고 힘든 클라이맥스가 전개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 곧이어 화면이 바뀌면서 자막으로 몇 개월 후 혹은 몇 년이 지난 후로 상황을 정리하고 전환시키는 스토리를 보게 된다
그러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일상도 저러하면 얼마나 좋을까
몹시 피곤한 날 몇 시간 후로 편집되어 포근한 이불속에 누워서 감성적인 음악을 듣는다는 상황으로...
무슨 일이든 과정이 있으니 결말도 있는 것이지
그러나 그 어떤 과정들은 그냥 건너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특히나 요맘때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지 않을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김장거리
다듬고 씻고 절이고 또 씻고 이런 과정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김치속을 만들고 버무리고 속 넣고 그 모든 과정을 거쳐야 겨우내 먹을 김치가 통에 가득 담긴다
이때 생각해 본다
몇 시간 후 김치통 가득 김치가 짜잔!! 담겨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으며 현타가 온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왼다
아삭한 밥도둑 알타리 김치가 보기 좋게 버무려진다
이것이 과정이다!!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식재료들
재료를 깨끗이 손질하고 맛있는 양념을 만들어 켜켜이 속을 넣고 김치통에 김치를 차곡차곡 담는다
무한반복!!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 배기고 다리도 저린다
그래도 맛있는 김치를 먹을 생각에 쉼 없이 손을 움직인다
일이 끝난 순간을 계속 상상하며 부지런히 담는다
물론 현실은 과정을 뛰어넘지 못했다 드라마가 아니니까
편집이 안 되는 생방송인 거다
몇 시간 후
결국 몇 시간 후의 결과를 만드는 것은 내가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가능한 결말인거지
시골 가지고 갈 김치도 차곡차곡 쌓아둔다
이미 결말은 정해져 있었다
일을 하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훨씬 일의 능률이 오른다
잠시 후 편안히 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파이팅 하게 된다
그 모든 걸 끝내고 비로소 기분 좋은 나른함과 뿌듯함에 할 일을 마친 자의 편안한 자세로 다가올 겨울을 걱정 없이 맞이한다
나무도 추운 겨울을 대비하나 보다
거리마다 낙엽이 쌓여 괜히 낭만에 빠져든다
생각은 바스락바스락 소리 들으며 조용히 사색하 듯 걷는 것인데
현실은 심술쟁이 바람으로 인하여 먼지가 풀풀 날리고 낙엽은 내 머리를 툭 치며 떨어진다
경비 아저씨가 바람 나오는 기계를 윙윙 틀면 낙엽은 한 곳으로 날리며 쌓인다
내 앞길에 아저씨가 나타나면 저 멀리 도망가기 바쁘다
낙엽의 낭만보다 먼지를 더 많이 뒤집어쓴 듯 하지만 그래도 볼에 와닿은 차가운 바람이 좋다
#김장
#알타리김치
#배추김치
#겨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