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단단해지는 과정이란 -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다. 전적으로 공감 가는 말이고, 또 공감하고 싶은 말이다. 공감이 간다고 말한 이유는 성인이 되어보니 흔들릴 일이 너무 많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고, 공감하고 싶다고 말한 이유는 이러한 흔들림 끝에 '어른'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는 부모라는 방파제가 있었기에 거친 파도를 직접 마주할 일은 없었고, 그때 파도라고 생각했던 것은 실은 방파제에 부딪혀 깨진 파도의 거품이었다. 방파제 너머로 가보니 내 앞에는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었고, 항로는 보이지 않았다.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끊임없이 요동치는 파도에게 무력하게 삼켜지기 일쑤였고, 넘실거리는 유혹은 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러다 가끔 배가 뒤집어 지기라도 하면 나는 허우적거리다 이내 끝없이 침잠했다. 지도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을 때 별 하나 없는 새까만 도화지가 펼쳐져 있던 날이 많았다.
마음속의 갈망이 한이 될 때까지 원하고 구하다 보니 밤하늘에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 빛을 좇았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내가 그 별에 가까워지고 있는 건지 별은 더욱 선명해지다가,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곳에 이르렀을 때 야속하게 종적을 감추곤 했다. 상심에 빠져 있다가도, 별은 자신이 떠날 때 다른 별을 남겨놓고 떠나가는지 새롭게 반짝이는 별이 두둥실 떠오르곤 했고, 그러면 나는 새로운 별을 향해 나아갔다. 사람이 오고 가는 데서 오는 상심은 나를 더 움츠러들게 만들었지만 신기하게도 내 안의 별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겪는 상실은 나를 더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별과 별 사이를 이동하는 기간이 막연한 것은 매한가지지만 좌절하지는 않게 되었고, 지나온 삶에서 나타났던 별의 궤적을 그려보니 그게 별자리인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천 번을 흔들리고 나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만의 별자리를 그려가는 여정일지도 모르겠다. 삶이 지속되는 한 별자리의 모양은 조금씩 변하겠지만 별 한두 개가 새롭게 붙고 떨어져 나가더라도 변하지 않을 정체성이 생겼을 때, 그때 아마 나는 어른이 될 수 있으리라. <Lost stars>의 가사처럼 스스로가 광활한 우주 속의 보잘것없는 먼지처럼 느껴질 때가 많을 것이고, 지나온 삶이 먼지처럼 흩어져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기분이 들 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 삶의 무수한 점들은 결국 연결이 되어 생의 한 걸음 한 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은 사진. 센 강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분주한 움직임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 벌거벗고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홀로 멈춘 시간은 쓸쓸하고 외롭지만, 고독 속에서 스스로와 대면하는 시간을 통해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음을 믿는다.
* 오늘의 추천곡: 김필 <그때 그 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