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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mme Jan 22. 2024

별을 쫓는 아이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단단해지는 과정이란 -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다. 전적으로 공감 가는 말이고, 또 공감하고 싶은 말이다. 공감이 간다고 말한 이유는 성인이 되어보니 흔들릴 일이 너무 많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고, 공감하고 싶다고 말한 이유는 이러한 흔들림 끝에 '어른'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는 부모라는 방파제가 있었기에 거친 파도를 직접 마주할 일은 없었고, 그때 파도라고 생각했던 것은 실은 방파제에 부딪혀 깨진 파도의 거품이었다. 방파제 너머로 가보니 내 앞에는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었고, 항로는 보이지 않았다.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끊임없이 요동치는 파도에게 무력하게 삼켜지기 일쑤였고, 넘실거리는 유혹은 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러다 가끔 배가 뒤집어 지기라도 하면 나는 허우적거리다 이내 끝없이 침잠했다. 지도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을 하나 없는 새까만 도화지가 펼쳐져 있던 날이 많았다.  


마음속의 갈망이 한이 될 때까지 원하고 구하다 보니 밤하늘에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 빛을 좇았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내가 그 별에 가까워지고 있는 건지 별은 더욱 선명해지다가,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곳에 이르렀을 때 야속하게 종적을 감추곤 했다. 상심에 빠져 있다가도, 별은 자신이 떠날 때 다른 별을 남겨놓고 떠나가는지 새롭게 반짝이는 별이 두둥실 떠오르곤 했고, 그러면 나는 새로운 별을 향해 나아갔다. 사람이 오고 가는 데서 오는 상심은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었지만 신기하게도 안의 별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겪는 상실은 나를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별과 사이를 이동하는 기간이 막연한 것은 매한가지지만 좌절하지는 않게 되었고, 지나온 삶에서 나타났던 별의 궤적을 그려보니 그게 별자리인 같기도 했다. 


이렇게 천 번을 흔들리고 나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만의 별자리를 그려가는 여정일지도 모르겠다. 삶이 지속되는 한 별자리의 모양은 조금씩 변하겠지만 별 한두 개가 새롭게 붙고 떨어져 나가더라도 변하지 않을 정체성이 생겼을 때, 그때 아마 나는 어른이 될 수 있으리라. <Lost stars>의 가사처럼 스스로가 광활한 우주 속의 보잘것없는 먼지처럼 느껴질 때가 많을 것이고, 지나온 삶이 먼지처럼 흩어져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기분이 들 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 삶의 무수한 점들은 결국 연결이 되어 생의 한 걸음 한 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은 사진. 센 강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분주한 움직임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 벌거벗고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홀로 멈춘 시간은 쓸쓸하고 외롭지만, 고독 속에서 스스로와 대면하는 시간을 통해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음을 믿는다. 


* 오늘의 추천곡: 김필 <그때 그 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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