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가 알던 모든 것들에게. 안녕, 내가 알지 못한 모든 것들에게.
작별 인사 중에 아듀(Adieu)라는 표현이 있다. 아듀는 "신의 곁에서 다시 만나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보부아르가 <작별의 의식>에서 사르트르가 평소와는 달리 "아듀"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언급했던 것처럼 아듀는 영원한 안녕을 뜻하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는 시점부터의 삶은 이전과는 절대 똑같이 흘러갈 수 없다. 새로운 것들을 맞이하기 전에 나는 지난 21년간의 삶에 작별 인사를 고하고 싶다.
내가 주변에서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너 같은 사람은 처음 본다."이다. 이 말을 들을 때면 그 사람의 뇌리에 박힌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하게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은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평탄하게 흘러왔다. 사고를 많이 치기도 하고 딴짓도 많이 했지만 내 삶에는 공부라는 절대적인 중심축이 있었고, 크게 봤을 때 공부의 길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스스로의 선택이나 의지도 있었겠지만 주변에서 좋은 길이라고 제시한 것을 따라간 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워킹 홀리데이는 처음으로 틀을 벗어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동시에 처음으로 완전히 자유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나는 자유의 가벼움과 묵직함을 동시에 느끼며 삶의 새로운 단계를 향해 발을 뗀다.
안녕, 내가 알던 모든 것들에게. 안녕, 내가 알지 못한 모든 것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