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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mme soupe Nov 09. 2021

여기까지가 이마였네.

오 늘 의 기 분 



 남자아이 하나가 교복 속에 받쳐 입은 후드를 쓰고 누가 봐도 나 늦었어.라고 읽힐만한 박자로 뛰어간다.

계속 머리를 맴도는 어떤 노래의 구절처럼 뛰어간 아이의 분주한 걸음 박자를 떠올리며 걷는다.


 빗물이 고인 작은 물 웅덩이를 만났다. 발을 적시지 않고 웅덩이를 건너기 위해 보폭을 조금 더 늘일 때 내가 잠깐 숨을 참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시 일정한 보폭을 가다듬으며 딛는 발의 모양이 반듯하도록 신경을 쓴다. 산책이 끝나고 현관에 벗어놓은 운동화의 왼쪽은 눈에 띄게 찌그려져 있는데 골반이 심하게 틀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신경을 쓰며 걷다 보면 어깨와 허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미 나쁜 각도에 길들여져 있는 탓일 것이다. 

 

 소나무 솔잎 끝에 빗물이 유리구슬처럼 맺혀있다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초침 없는 시계에서 분침이 슬그머니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는 어린아이처럼 그 일찰나를 보기 위해 소나무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초등학생 일 때 들은 유머는 잊히지 않는 것 같다. 대머리는 과연 세수를 어디까지 할까 하고 어떤 아이가 물었을 때 저마다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대머리 아저씨가 등장했다. 이마와 머리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친 아이들이 동시에 와 - 하고 웃었을 때 내 머릿속에 있던 대머리 아저씨는 이게 그렇게 웃길 일이야? 하듯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머쓱한 표정으로 나와 같이 웃었다. 아파트 입구의 낙엽이 가지런히 쓸려있는데 문에서 다섯 걸음 정도 더 비질이 되어있다. 

여기까지가 이마였네. 하고 중얼거렸다.



 오늘 아침 산책에서 본 것들. 두서없이.









여기까지가 이마였네.

 오 늘 의 기 분 


글 ㅣ pommesoupe. 김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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