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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mme soupe Feb 21. 2022

수요일 시장











수요일 시장


마침 수요일이었다. 옆 마을에 장이 선다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싶었다. 

늦점심이면 파장이라고 해서 얼른 채비를 하고 10여분 차를 달려 퐁토르송(pontorson)에 갔다. 마을 초입 장날이라기에는 너무 조용해서 잘 찾아온 것이 맞을까 걱정하는 사이 멀리 귀여운 갈랜드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 나라나 시골 장날의 풍경은 모두 닮아있겠지. 제일 처음 만난 것은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이었다. 그중에서 아는 것과 모르지만 알 것 같은 채소를 구경하는 재미가 좋았다. 꽃 화분과 중고책, 할머님들을 위한 편한 신발과 가벼운 천가방을 파는 곳도 있고 허브 모종과 치즈, 올리브 절임, 비누, 수제 소시지와 햄을 잘라 파는 곳도 있다. 무엇보다 치킨과 잠봉 jambon 굽는 트럭은 단연 인기가 좋았는데 그 냄새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그나저나 (그놈의) 공룡은 만국 공통이었던가보다. 그 와중에 장난감 매대를 결국 찾아낸 우리 태오는 3유로짜리 브라키오사우르스를 얻어냈다.


교회 옆 골목에서 할아버지께서 알려주신 갈레트 트럭을 찾았다. 덩치가 아주 크고 안경을 쓴 사람을 찾으라고 하셨는데 그 설명 그대로의 아저씨가 갈레트를 굽고 있었다. 누텔라를 듬뿍 넣은 크레페는 재희에게 치즈와 버터 장봉을 넣은 갈레트는 부부가. 포일을 함부로 벗기면 셔츠 앞자락에 버터 국물이 줄줄 흐를 거라면서 차근차근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시고는 휴지를 여러 겹 싸서 건네주었다. 본 아쁘띠!라는 말도 함께. 한입 물고는 아 이거였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너무 익숙히 아는 맛이었다. 










꽃이 시들기 전에 떠나야 할 것 같지만. 




시장에는 할머니 손님이 가장 많고 이 시골 마을도 역시 구성원의 연령이 높다. 젊은 사람도 별로 없지만 동양인도 우리뿐이라서 나와 아이들을 정말 열심히 구경하신다. 그렇지만 막 기분 나쁜 느낌이 아니라 정말 신기해하는 눈빛. 눈이 마주치면 어쩔 줄 몰라 다른 곳을 보거나 아이들이 예쁘다는 제스처를 하신다. 이곳은 작은 시골 마을이고 관광지도 아니기에 특별한 기록이 없어 프리뷰를 못했는데 어렵게 찾아낸 2017년 누군가의 글을 읽고 아 이거다. 하고 웃었다. 양촌리에 덴마크 사람 하나가 갑자기 들어왔다고 생각해봐. 퐁토르송 수요일 시장에 나타난 한국사람은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꽃이 시들기 전에 떠나야 할 것 같지만 어쩐지 그렇게 해보고 싶어 꽃가게에서 분홍색 스톡 부케를 한단 샀다. 프랑스 이름은 다른 것이었는데 여러 번 가르쳐주셨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말았다. (나중에 지호플레 giroflee라고 누가 가르쳐 주셨다. 맞아요 그거였어요.)









낮은 벽돌 건물들. 시간을 품은 나무 문과 창문들 낡은 담 사이 핀 풀까지 예쁘다.

사진 잘 안 찍지만 꽃을 얼굴 삼아 사진도 좀 담아보았다.














19. 6. Pontorson


꽃을 산 기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나는 젊고 아이들은 이렇게 어리다. 










하나만 고르기는 너무 어려워.



거짓말 조금 보태 손목굵기만한 아스파라거스.



갈레트 아저씨.





*

Pontorson은 몽생미셸과 숙소가 있던 보흐 부아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옆 마을. 주유도 하고 차에서 먹을 주전부리들과 음료를 사러 마트에 여러 번 들르게 되었는데 학교와 식당, 생필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있고 보흐 부아와는 또 다른 느낌의 어여쁜 집들이 모여있다.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아주 예쁜 공원묘지도 있다.) 관광객들을 위한 호텔도 있다고 하니 노르망디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이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꽃을 안고 차를 달려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Paris France. 19. juin

수요일 시장


글과 사진pomme soupe. 김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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