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카 포 트 의 비 밀
사실은 아직도(매일 쓰는 것은 아니지만 첫 모카포트를 사용한지 언 14년차) 모카포트를 볼 때마다 신기하다. 분명 물은 맨 아래에 넣었는데 열을 가하면 쿠륵쿠륵 밥 짓는 소리를 내며 탬퍼로 꾹 눌러 담은 고운 커피가루층을 통과해 위로 커피를 뽑아낸다. 단순한 원리이지만 문과생이 도달할 수 있는 이해점은 위치가 다른 것인지 볼 때마다 신기하고 궁금해서 그 원리라는 것을 또 듣고 싶다.
라면을 끓일 때 면보다 수프를 먼저 넣으면 높은 온도에서 조리할 수 있어 더 맛이 좋다고 했다. 순수한 물의 끓는점은 100도인데 수프를 넣으면 불순물이 섞인 것이니 끓는점이 더 오른다는 것이다. 무려 물리학과 선배가 직접 라면을 끓이면서 해준 말인데 처음으로 과학이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요즘도 종종 라면을 끓일 때 아차차 수프를 먼저 넣었어야 하는데 하고 이미 손을 떠난 면을 휘저으며 얕은 후회를 한다. 그러나 저러나 라면은 어떻게 끓여도 맛있어서 또 잊고 말지만.
글 사진ㅣ pomme soupe. 김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