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면 각자의 자리에 앉아 각자의 노트북을 켜고 출근을 한다. 책상과 식탁마저 내 차지가 되지 않아 나는 주로 침대에 베개를 고여 만든 자리에 기댄 채 원고를 쓰거나 조각 글들을 읽는다. 남편의 오전 회의가 마무리 지어질 즈음 늦은 아침을 차려 먹는데 모두 함께 식탁에 모여 앉는 이 순간이 집안에 해가 가장 예쁘게 드는 시간이다. 그것이 큰 위안이 된다.
얼마 전 아주 오래간만에 영화 <남극의 셰프>를 다시 보았다. 남극이라는 극(정말로 극)한 상황과 좁디좁은 기지(基地)라는 공간의 한계성 안에서도 그들만의 소소한 재미를 만들어 가는 장면이 꼭 지금의 우리들을 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 안의 음식들. 꽝꽝 얼어 있는 눈을 파 모아 물을 만드는 힘든 작업을 할 때 그들을 버티게 한 것은 저녁으로 먹을 에비 프라이였다. 에비 프라이! 를 연호하며 삽질에 기운을 내던 그들. 오니기리를 빚었다는 말에 눈보라를 뚫고 기지로 달려오던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그래. 뜨끈뜨끈 갓 만들어낸 음식이 아니면 또 무엇으로 기운을 낼까.
글 사진 ㅣ pommesoupe. 김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