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작업 35
25.12.09
꿈#1 (24년 1월경)
나는 어떤 디저트 박스를 받는다. 그 박스에는 털이 나지 않은, 완전 태아같은 생 박쥐들이 만쥬처럼 배열되어 있었다. 그 박쥐를 2개 먹고는 엄마랑 같이 보면서 얘네가 살아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아직 살아 있는데?' '그러네?' 엄마와의 대화는 일상 대화와 톤앤매너가 동일하다. 전후로 기억나지 않는다.
꿈#2 (25.06.09)
앞 부분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길을 걷다 어떤 전시장에 가게 됐다. 거기서 숨겨진 비밀 통로 같은 곳으로 들어가니 또 다른 전시장이 나왔고, 거기서 줄서서 들어가는 공간이 있었다. 분명 꿈에서 어떤 전시장인지 선명했는데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전시장 공간 끝에서 난 어떤 에메랄드 토끼를 잡았다. 이후 집으로 돌아오고, 뭔가 대 가족 이동이 진행 중이었다. 짐을 차에 싣고 그러다 내가 누나에게 내 짐이 실렸는지 물었다. 내 가방과 어떤 중요한 물건을 꼭 챙겨가야 한다는 걸 확인해야 하는 정황이 있었다. 그러다 이동이 지체되고, 내가 어떤 한 집을 지키는? 그런 상황이 있었다. 가족 구성원은 아니었는데 같은 무리 중 한 명인 한 남자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내가 집을 잘 지키는지 연락을 주고 받았던 상황이 있었다. 그리고 이 집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할머니 집? 같은 인상이 희미하게 남아 있고, 이 집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문이 안 잠기는 장면도 있었다. 내가 계속 문을 닫고 열고를 반복해도 걸쇠가 걸리기는 하는데 고정인지 잠금인지가 되지 않아 문을 열려고 하면 자꾸 열려서 난감했던 상황이 있었다.
그러다 내가 잠깐 여기를 빠져나와 혼자 길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 도중에 여자 두 명을 만나 어떤 대화를 했는지, 어떤 사건을 같이 겪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만남이 있고 난 후 다시 앞서 갔었던 전시장에 갔다. 근데 거기서 누가 내 등을 툭툭 쳐 뒤돌아보니 나와 연락하던 남자가 있었다. 서로는 ‘어 너도?’하는 식의, 우리는 집단 생활에서 잠시 빠져나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동료로 느꼈다. 그 남자도 나와 같이 예술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전시장에 같이 들어갔는데 이 전시장의 비밀을 이 남자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전시장 맨 끝으로 가 뭔가를 봤다. 우리 뒤로 사람들이 매우 많아 줄 지어 앉아 있었다. 뭔가를 다 보고 난 뒤 내가 에메랄드 토끼를 잡고 싶어 하는 남자를 위해 도움을 주려 했다. 난 앞서 토끼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고, 또 잡는 방법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끼를 찾아냈는데 꿈에서는 뭔가 검은 털이 뒤덥힌 어떤 작은 동물 새끼처럼 막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그 생명체를 두 손으로 잡고 붙들고 있었고, 남자에게 빨리 잡으라고 말했다. 남자는 가방에서 포켓몬스터에서 나오는 포켓볼을 꺼내 이 생명체에게 던졌다. 근데 조준이 잘 안 돼서 내 손에 맞았고, 난 계속 이 생명체를 붙들고서 빨리 잡으라고 소리쳤다. 이 남자의 잡는 속도가 내게는 약간 느리고 서툴게 느껴졌지만 계속 붙들고 기다려줬다. 3번의 실패 끝에 남자는 하이퍼볼(포켓몬스터에서 포획률이 훨씬 좋은 포켓볼)을 던져 마침내 이 에메랄드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잡자마자 난 속으로 처음부터 하이퍼볼로 잡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 후 전시장에서 군데군데 에메랄드 토끼가 나타나 돌아다녔고, 우리는 이미 잡았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이후 꿈에서 깬 거 같다.
꿈#3 (25.06.12)
왠지 기억이 잘 안나는 꿈이다. 앞 장면에서 내가 어떤 힘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뭔가를 막는 건지, 해결해야 하는 건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내게 어떤 힘이 스며들어 있었는데 내가 이 힘을 잘 쓰지 못했다. 마치 게임을 하듯 정황이 펼쳐졌다. 내게 어떤 고대 여우와 고대 호랑이 힘이 스며들어 있었는데, 내가 이 힘을 잘 쓰지 못했다는 게 선명히 기억난다.
꿈#4 (25.12.05)
대학 교내 식당에서 남자인 친구와 애인이랑 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 앞 장면이 있었나, 잘 기억나진 않는다. 우리는 주문표 얘기를 했다. 이 교내 식당 시스템은 키오스크로 주문을 넣으면 영수증이 나오고 그 영수증은 번호표를 대신하여 번호가 뜨면 주문한 메뉴를 가지러 가는 방식이었고, 이에 대해서였다. 난 콩가루를 섞은 비빔 국수를 먹고 있었는데 애인이 한 입 달라고 해서 한 입 줬더니 애인이 자기도 먹고 싶다고 해서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본 다음 내가 사줬다. 이때 애인이 자기가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그 후 남자 친구와 주문표 얘기를 이어 했고, 식당에서 어떤 종이에 뭔갈 적어 제출하는 게 있었던 듯싶다. 나는 거기에 대화 나눈 걸 적어서 어떤 통에 넣었는데, 잠깐 뒤 갑자기 식당 안에서 어떤 직원이 날 불러 잠깐만 오라고 했다. 그래서 가보니 안에는 뭔가 분주했고, 한 젊은 남자가 일이 있다는 듯 말하며 나더러 어떤 방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거길 들어가니 독방처럼 방이 무척 좁았다. 한 칸짜리 공간이었는데, 거기에 중년 남자 한 명이 있었다. 난 뭔가 조직의 분위기를 느꼈고, 곧장 그 중년 남자가 나한테 주문표에 대한 논쟁거리가 있다고 했지 않냐며 그 때문에 날 불렀다고 했다. 난 뭔가 웃기기도 하고 상황이 좀 여유롭게 느껴져서 살짝 웃으며 정황에 대해 설명했고, 내가 친구와 줄 서는 거랑 주문표 시스템에 대해 가볍게 얘기 했던 거다, 그냥 간단하게 썼던 건데. 이게 이렇게 긴장될 줄은 몰랐다, 라고 말했다. 내가 말한 긴장은 이곳 분위기가 매우 엄숙하고 진지해 보여 내가 ‘분위기’를 운운하며 이 상황을 부드럽게 받아들였다는 걸 말함과 동시에 이 '논쟁 거리'가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때 내 왼쪽에 창문이 하나 있고 밖이 보였는데, 환한 대낮이었고, 갑자기 몸집이 큰 박쥐가 아주 천천히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때부터 갑자기 이 방이 좀 더 넓은 방이 되었고, 젊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3명이 나타나 마치 원래 여기 있었던 것처럼 있었다. 내가 창문을 열어줬더니 박쥐는 안으로 들어왔고, 이때 처음 보는 여자 세 명과 함께 이 박쥐를 구경했다. 난 박쥐를 세밀히 보며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서 처음 본다는 식의 말을 하며 관찰했다. 머리는 마치 여우처럼 생겼고 털이 무척 예뻐보였다. 털의 윤기가 좋아보였고, 뭔가 손 발의 어떤 얇고 긴 가느다란 발톱? 같은 것도 봤다. 난 이 박쥐가 무척 신기해서 ‘아니 어떻게 여기에 박쥐가 있냐’고 말했다. 그후 박쥐가 나가려고 해서 다시 창문을 열고 나가게 도왔다. 그리고 창 밖을 보는데 창과 창 사이 기둥이 막고 있는 사이를 박쥐가 이동하다 다음 창문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 갑자기 청바지와 에메랄드 색 스웨트를 입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난 ‘박쥐가 옷을 입고 있어!’라고 막 소리치며 엄청 놀라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여자들도 ‘정말? 정말?’하며 다같이 지켜보는데 다시 보니 그 옷은 한 여자의 옷이었고 마치 그 박쥐가 자기 애완동물인 것처럼 목줄을 잡고 같이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때 너무 웃겨서 엄청 박장대소를 했다. 같이 있던 여자들도 막 웃는데 갑자기 머릿속으로 순간 ‘혹시 저 여자가 여기로 들어오는 거 아냐?’하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여자가 박쥐를 데리고 들어오자마자 진짜 배 아플 정도로 막 웃었다. 그 순간 같이 있던 한 여자가 ‘너무 웃겨 시트콤 같아!’라며 말했고 난 정신없이 웃다가 꿈에서 깼다.
꿈#5 (25.12.09)
앞 장면은 기억나지 않는다. 애인과 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 신생아를 내 품에 받으며 그 모습을 보고 무척 작고 소중하다는 걸 느끼며 매우 조심하게 안았다. 친구가 5일 전에 아이를 낳았는데, 우리 아이와 5일 차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때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이 아이가 처음엔 분명 사람 태아였는데 나무 판 상자 안에 있는 한 생명체로 바꼈다. 작은 숨구멍 하나로 숨을 쉬고 있었다. 태어나려면 좀 기다려야 한다고 했고, 난 안에 잘 있는 건지 귀를 갖다 대 숨을 쉬는 호흡 소리를 듣기도 했다. 혹시나 온기가 부족할까 따뜻하라고 뭔가를 덮어줬다. 곧 이어 그 작은 생명이 태어났는데 매미였다. 태어나 우화하는 장면을 보고 마치 내 아이처럼 드디어 태어났구나 하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 매미가 날아 벽에 붙더니 갑자기 작은 매미 새끼, 근데 애벌레나 그게 아니라 크기만 작은 성체 모습을 한 매미 새끼를 8마리나 연속으로 낳았다. 그걸 보고 아 저 애기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어미 매미였고, 저 매미가 다시 아이를 낳은 거구나, 생각했다. 그리고는 이 매미들을 어떻게 키우지 생각했다. 집에는 애인과 애인의 동생들이 있었다. 여자 동생 2명과 막내 남동생 1명이었다. 이때부터 또 아무렇지도 않게 이 매미를 키우는 게 포켓몬 게임처럼 마치 게임기 안에서 키우는 걸로 여겨지고 있었다. 난 내가 이제는 할 나이가 아니라고 느껴졌고 그러면 누굴 주는 게 좋을까 생각한다. 처음엔 막내 남동생은 너무 어리니 둘째 동생을 줄까 했는데 애인이 그래도 첫째 줘야지 서운해 해, 라고 말했고 난 뭔가 내가 쓰던 기기로 주는 것보다 새걸 사서 주고 싶은 생각을 한다. 이때 애인이랑 같이 외출을 한다. 바깥에서 길을 걸으며 방금의 대화를 나눴고, 올리브영에 들어갔다. 난 애인을 따라온 것인데, 애인이 어떤 과자를 보더니 이거 동생이 겁나 맛있었다고 했는데, 라고 말했다. 그 과자는 한 곽에 6개 들어 있는 초코가 발린 막대 과자였고, 그 얘기를 듣고 난 속으로 그 과자가 무슨 맛일지 상상하며 뭔가 엄청 맛있는 과자 맛이 생생하게 느껴져 나도 먹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후 장면이 더 있었던 거 같은 데 기억나지 않고 꿈에서 깼다.
한동안 꿈 기록을 하지 않다가 요근래 꿈이 강렬해 기록하고 있다. 또다시 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기록하지는 않았는데 꿈에서 애인과 나 사이에 아이를 낳는 꿈이 2번 있었다. 요즘 유난히 생명 느낌이 물씬 나는 꿈을 꾸고 있다.
특히 꿈#4인 박쥐의 등장은 몹시 놀라운 꿈이었다. 무의식을 배운 뒤로 꾸기 시작한 꿈 중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박쥐는 꿈#1이다. 이때는 비몽사몽 상태에서 이 기록을 했었고, 어머니의 항암 치료를 위해 간병하던 시절의 꿈이었다. 박쥐는 내게 너무나 생경한 상징이라 고이 덮어뒀던 꿈이기도 하다. 현실 의식으로 짚을 만한 게 전무했다. 그러다 4일 전, 내가 먹었던 태아 박쥐 2마리가 허리춤까지 덩치가 커져서는 나타났다. 참 신비하고도 놀라운 무의식 체험이다.
이 박쥐는 나의 그림자 사절인 거 같다. 보통의 박쥐 상징은 어둠, 공포, 두려움, 감춘 진실에 가깝다. 즉 내가 현실에서 만약 진실을 덮는 죄의식을 의식 아래로 억압하여 '내남없이 모르게' 사는, 즉 뭔가 저질러 놓고 남도 모르게 하고 나도 결국 잊은 듯이 모르게 산다면, 그 어둠의 세계에서 오는 사절은 매우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쫄리고 들통날까 두렵고, 혹은 자신의 어둠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자신을 위협한다고 느끼며 그 어둠의 존재를 공격하거나 죽이려 들 것이다. 만약 내가 나의 어둠과 등을 지고 살았다면 나 또한 그런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처음 박쥐가 태아 상태로 나타나 내게 먹으라고 나타난 건, 역시 원형 아니마의 도움으로 볼 수 있다. 또 살아있는 생명을 섭취하는 건 내게 정신적으로 거부감이 없다. 즉 21세기 대도시에서 태어나 살고 있지만, 정신적 야생의 구조를 간직한 채 살고 있다. 여담이지만 내면 작업을 할 때 적극적 명상에서 두려운 존재가 나타나면 난 늘 내 몸을 먹도록 내어준다. 내가 잡아먹히도록 날 내어줄 수 있는 '죽음의 준비'는 소위 '이성-합리'라 부르는 의식에 있어 너무나 중요하다는 걸 깨우치고 있기 때문이다.
꿈#4에서 나타난 박쥐는 약 1년 10개월 만에 훌쩍 커서는 허리춤에 닿을 정도의 덩치가 되어 있었다. 또 대낮이라는 환한 밖에서 날 찾아오고, 난 그 박쥐를 보며 정말 얼굴이 여우 같다고 느낀다. 이 여우는 짐작이지만 꿈#3에서 나타났던 '고대 여우'인 거 같다. 솔직히 이 여우 상징도 잘 모르겠다. 의식적 흐름으로 글을 썼을 때는 '다른 성질'을 의미하는 이성異性이라고 느꼈지만 사실 박쥐처럼 잘 모르겠긴 했다. 다만 이 이성 능력이 곧 (고대적?)직관과 지혜를 가리키고 있다는 걸 희미하게 느낄 뿐이다. 또 박쥐의 털이 무척 윤기가 났으며 잠시 앉은 모습을 보며 예쁘고 아름답다고 느꼈다. 만약 실제로 그 박쥐의 생생한 모습을 사람들이 보면 징그럽다고 할 게 뻔한, 즉 일반적으로 예쁘고 아름다운 느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무섭고 징그러운 면모다. 손과 발이 마치 가느다란, 길게 뻗은 손톱 발톱처럼 뭔가 나 있었는데 그걸 봤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뭔가 신비롭고 영롱한 느낌이랄까.
경계의 감각도 박쥐와 여우의 상징을 좀 보여주는 거 같다. 밤의 사절인 박쥐가 낮에 나타난 것, 또 각종 신화에서 여우가 문턱에서 나타나는 동물이라는 점을 보면, 이 둘의 조합인 나의 박쥐가 경계를 허물고 통합된 느낌을 자아내준다. 무엇보다 꿈이라는 나의 무의식적 상태에서 감정적으로 편안하고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게, 즉 심정적 포용력이 크게 느껴지는 존재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존재를 낯선 한 여자가, 그것도 에메랄드 색의 스웨터를 입은 여자가 데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이전까지 꿈에서 동물-생명체가 나타날 때는 뭔가 포획하는 코드가 강했었다. 즉 내가 직접 잡고, 그 보상을 얻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의 아니마가 직접 길들일 수 있는 단계로 매우 안전하게 데리고 와준다. 여기서 길들인다는 의미는 현대 사회의 의미가 아닌 야생의 의미로, '순수한 관계 맺기'에 가깝다.
에메랄드 색은 처음 융을 읽기 시작한 이후 꿈 기록에서 간간이 등장하던 네 가지 색 중 하나였다. 보석으로 나타나던가 문의 색깔로 나타나던가 식물의 어떤 공간으로 나타나던가 하는 식이었다. 특히 자주는 아니어도 '고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꿈을 꾸곤 하는데, 그곳에서 한 할아버지와 마법을 발휘하는 꿈에서도 에메랄드 색이 나타났던 기억이 난다. 꿈#2에서 당시 난 이 에메랄드 토끼를 직접 잡고 또 다른 남자로 하여금 이 토끼를 안전하게 잡을 수 있게 돕는 꿈을 꿨었다. 당시는 창조적 직관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생명과 창조는 그 상징의 인접성이 매우 높다. 직관도 이 에너지와 결을 같이 하기 때문에 나의 아니마가 직접 이 색의 옷을 입고 등장한 것도 내겐 의미 있게 다가온다. 여러 꿈에서 간간이 낯선 여자가 한 명으로, 두 명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뭔가 꿈에서 '집단'의 분위기를 풍길 때는 곧잘 3명으로 등장했었다. 나를 포함하면 늘 4의 구성을 유지한다. 매미가 태어나던 집 공간에서도 애인의 구성원이 총 4명, 여자 셋에 남자 하나였다. 예전에 어떤 해변가 예술 마을에서 친구와 같이 이동하던 꿈에서도 프리마켓 상인 여자가 3명으로 나타났던 것도 기억난다. 이는 꿈속에서 내가 느끼는 미묘한 '아니마 감각'에 따라 구분이 가능하다. 즉 박쥐 꿈에서 처음 대학 교내 식당에서 애인이 나타나는 건 나의 현실 자아-의식이 나의 무의식적 아니마와 통합된 상태로, 쉽게 말해 나의 아니마와의 관계를 내가 현실적으로 구축하는 얼굴로는 늘 애인의 얼굴을 하고서 나타난다. 반면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무의식적 존재로서의 아니마로 나타날 때는 늘 낯선 여자의 얼굴로, 그러나 내가 느끼기로는 뭔가 참 신비롭고도 기묘한 감각을 자아날 때가 바로 무의식의 아니마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두 번째 아니마와 관계 맺는 게 꿈의 주요한 이슈였다. 이 2명의 아니마가 등장할 때는 여자 2명에 남자 2명으로, 여자 중 한 명은 주로 애인으로 나타나고, 다른 한 명이 이제 내가 다뤄야 하는 낯선 여자로 나타나기 일쑤였다. 2명의 남자는 나와 다른 남자인데, 내 안의 폭력성을 다뤄야 하는 꿈을 꿀 때만이 남자 무리가 대거 등장한다. 즉 꿈에서 여자가 단 한 명이라도 등장할 때는 늘 애인이거나 아니마가 주로 나오고 남자는 최대 2명을 넘지 않는다. 혹은 상황에 맞춰 현실에서 내가 알던 여자 얼굴을 마스크로 입고서 나타나기도 한다. 과거 여자친구들의 얼굴이 간혹 나타날 때는 대개 화해와 관계 회복, 통합 같은 나의 여성성 회복이라는 코드에 따라 꿈이 펼쳐진다. 여튼 두 번째 아니마와의 관계 통합을 얼추 진행시켰는지 요근래 꿈의 코드가 좀 바뀐 느낌이다.
이전까지 꿈에서 매우 빈번하게 '음식'이라는 생명-창조의 원형적 상징이 나오고 늘 누군가에게 뭘 먹이거나 차려주거나 준비하러 부단히 애쓰거나 했다. 또 내가 먹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근데 근래 내 아이를 낳는 체험을 한다. 난 생물학적으로 직접 애를 낳을 수 없는 안타까움(놀랍게도 난 이 '원초적 결핍'을 유년 때부터 느꼈다)의 존재라 꿈에서 갑자기 아이를 낳았다는 정황으로 등장한다. 즉 꿈에서 애인과 나 사이의 '아이'로 그냥 떡 하니 나타나고, 근데 전혀 이상하지도 않게 꿈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체험한다. 특히 오늘 꾼 꿈이 뭔가 의미심장했다.
처음에는 분명 신생아가 담요에 둘러싸여 내가 품에 안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무 판으로 된 상자에 담긴 뭔가 다른 생명체로 전환되어 이미 태어났다+사람의 아이라는 현실적 인식의 인과가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전환되어 곧 매미가 태어난 것이다. 꿈에서 이 장면의 흐름은 내게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꿈에서 매미가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미는 내가 9살 때 뒷산인 국사봉에서 여름방학 내내 하루종일 매미 잡기를 하며 유년을 보낸 체험으로 남아 있는 상징이다. 몇 년 전엔 매미와 개미에 대한 시 '유치'를 쓰기도 했다. 이 시는 나의 경험적 체험이 들어간 시로, 이 체험은 내가 매미를 하루종일 정신없이 잡아 채집통에 가둔 채 집에 와 퇴근한 엄마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방 거실에 걸어두었는데 다음날 우리 집에서 동거하던 집개미가 갇힌 매미를 뜯어먹고 있는 걸 발견했던 체험이다. 9살이었던 내가 그 모습을 봤을 때, 지금도 생생한, 그런데 대가리가 이렇게나 커졌음에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기묘한 징그러움'의 감정이 남아 있다. 나는 보자마자 상황 파악을 했고, 개미가 먹고 있구나를 인식하면서 동시에 새벽 잠결에 매미 울음 소리가 끊기듯 들렸던 걸 '이해'하며, 곧장 그 '채집통'을 갖다 버려야 한다는 충동을 느꼈었다. 밀려오는 죄책감, 그러니까 매미의 생명을 내가 몰랐구나와 더불어 내가 죽였구나를 강렬히 느끼며 그 후로는 매미를 잡지 않게 되었다.
매미는 내게 유년의 '가장 살아있는 경험'인 산 속에서의 맹렬한 사냥 체험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그 행위가 가져오는 '생명의 현실'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내가 처음으로 사랑했던 다른 생명체가 매미였다. 당시의 체험은 하루아침에만 일어난 게 아니다. 처음에는 친구를 따라 산 입구에서 메뚜기나 잠자리 등을 잡아보는 놀이로, 그때 친구의 잠자리채와 채집통이 너무나 갖고 싶었고, 엄마가 그걸 사준 뒤로 난 늘 혼자서 산에 올랐다. 자고 일어나면 집에 아무도 없었고, 전날 쿨피스나 네스퀵을 얼려뒀던 걸 숟가락으로 파먹으며 티비를 보다 잠자리채와 채집통을 들고 산으로 향했다. 해가 질 때까지 매미와 잠자리를 계속 찾고 잡았다. 산에서는 주로 매미를 잡고, 해가 질 때가 되어야, 즉 석양이 보일 때야 잠자리가 동산에 마구 나타났기에 주로 매미를 잡은 셈이다. 그 나날 동안 집에서는 곤충 책을 보며 매미를 배웠다. 그때는 매미가 성충이 되기 위해 땅 속에 묻혀 몇 년을 잠자다 어느 날 새벽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 변태한다는 걸 직접 목격하는 게 꿈이었다. 여튼 그런 나날이 여름방학 내내 이어지다 하필 너무 많이 잡았던 그날, 다른 날은 늘 집으로 오기 전에 놓아주고 왔었는데, 집으로 갖고 와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개미의 먹이로 줘버린 날 이후 난 더 이상 산에 오르지도 않았고 매미도 잡지 않았다. 손에서 채와 통을 놓아버렸다.
이 현실 체험이 있기에 내게 매미라는 상징은 무엇보다 먼저 '생명'을 느끼게 한다. 그 매미가 처음엔 신생아로, 다시금 태어나(꿈에서 우화하는 장면을 똑똑히 봤다) 갑자기 아기 매미(근데 성체인) 8마리를 막 낳는 장면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숫자도 8이라는 완전수 상징으로 나타난 것도 참 신기하다. 밖에서 나에게 도착하는 박쥐와 달리 매미는 나와 아니마 사이에서 낳은 생명으로 나타났다. 다만 내가 직접 이 생명을 거두지 않고 갑자기 이때부터 '게임화'되어 속으로 '아 내가 할 나이는 지났지' 하는 상황으로 흘러간 게, 현실 의식이 주요하게 봐야 할 지점인 것 같다. 즉 게임이라는 대리 상징으로 전환되는 그 포인트에서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물려주려고 하는 모습이 좀 뜨끔하는 건, 이 생명-창조 에너지를 그에 걸맞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현실 경계 사이의 균열이다.
난 유년을 통으로 게임 중독자로 살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나의 무의식은 게임 상징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여담이지만 현실의 다른 시에서 '도시 네이티브들의 무의식'이 여즉 등장하지 않는 게 무척 수상해 보인다) 문제는 내가 게임에 대한 무의식적 직관과 이해를 발달시키긴 했어도, 그 코드를 좀 열등하게 써먹고 있다는 데 있다. 내 안의 고대 여우와 고대 호랑이의 힘을 써야 하는데 아직 쓸 줄 모르는 걸, 근래 꿈들이 '이제 쓸 준비가 됐다'고 말해주는데 말이다. 특히 나의 무의식적 아니마가 직접 나타나 인도해주는 건 꽤나 많은 단계를 무사히 거쳐 도달한 증거이지만, 아직 현실로서 내가 잘 써먹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일상에서 내가 뭘 해야, 꿈의 무의식 작업이 진행될까?에 대해선 사실 아는 게 없다. 자신의 그림자나 열등함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의 의식적 노력은 얼추 알지만, 나의 심층 무의식 공간의 상징인 러시아에 간다는 식의 그런 '진행'을 현실의 내가 이렇게 해야 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자주는 아닌데 꼭 한 번씩 아니마가 나타나 나에게 러시아로 가자고 오라고 초대를 한다. 난 매번 애인을 생각하며 거절한다. 다른 건 꿈에서 뭔가 나타나면 현실 의식으로 보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걸 잘 하는 편인데, 이 깊은 곳으로의 여정은 정말 태어나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잘 안 된다. 꿈에서 그렇게 대놓고 '너 준비 다 됐어'라고 말할 정도라는 건 분명 나의 현실 의식도 모르는 게 아닌데, 사실 뭔가 희미하게 '이건가?'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잘 모르겠다.
여튼, 정리해두려고 꿈 기록을 해놓는다. 꿈에서 뭔가 강렬한 맛을 느끼면 난 마치 신탁을 따르듯 현실에서 그 음식을 잊지 않고 구해 먹는다. 이번엔 빠다코코낫이어서 그걸 먹었는데, 오늘 갑자기 초코 발린 막대 과자가 다음 숙제로 나타났다. 이거 분명 아는 맛이긴 한데 뭐였는지 좀 불분명하다. 일단 초코맛은 로이스에서 나오는 감자칩에 발린 그 초코맛이다. 막대 과자는 롤리폴리 계열인 롤 웨이퍼인데 그 바삭한 식감의 강렬한 달콤함을 언제 먹어본 거 같은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뭔가 딱 한 입 먹는 순간 '상쾌한 단맛'이 느껴지는 고급 과자 맛이다. 거기에 로이스 감자칩에 발린 초코 맛이 더해진 건데, 당연히 현실 올리브영에서 먹어봤을 리가 없다. 한동안 이 과자와 비슷한 걸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