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호불호의 인간

인간관계의 퍼스널 컬러

by 사과나무

직장에서 미움 받아 본 경험이 두 번 있다. 강렬한 경험이라 마음 속에 선명하게 남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욕할지언정, 면전에 대고 나를 불호하는 사람을 만난 건 그 두 번이 유일한 기억이다. 어린 시절부터 인기 많은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미움을 사는 타입은 아니었다. 삼남매 중 하필 차녀로 태어나, 태생적으로 인정과 관심에 굶주린 내가 미움받을 짓을 할리가 없다. 그래서 늘 의문이었다. 나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도대체 왜?


나는 불호를 호로 반전시키기 위해 애썼다. 우선 최대한 내 존재가 거슬리지 않게 했다. 두 사람 모두 상급자였으므로, 납작 엎드린 태도는 기본이었다. 나를 지적하고, 나를 배제하고, 나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고, 나에 대한 평가를 절하하고, 나를 찍어 누르는 말과 행동을 해도 기분 상하거나 슬픈 티를 내지 않았다. 웃으며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척 했다. 그리고 열심히 장단을 맞추었다. 그들이 선호하는 화법을 장착하고, 원하는 공감과 기대하는 리액션을 보여줬다.


돌이켜보면, 그건 정말로... 고되고 서글픈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 불호가 반전되었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다만, 조금씩 개선되는 것은 느껴졌다. 두 사람 모두 헤어지는 순간에는 나에게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게 내 노력에 대한 응답이었는지, 단지 마지막이기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두 사람과는 각각 퇴사, 귀임을 이유로 헤어지게 되었는데, 이후 두 사람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 고되고 서글픈 기억 탓일까? 솔직히 우연이라도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


언젠가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 준 적이 있다. 거침 없고, 직선적인 성격 탓에 세평이 극과 극을 달리는 특이한 친구였다. 그 친구는 "너 같은 애도 호불호가 있어?" 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물었다. 그 질문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무난하기 짝이 없는 나같은 애도 호불호가 있다. 나는 줄곧 무난한 인간이었는데, 어떤 사람 옆에 서느냐에 따라 호감이 되기도, 불호가 되기도 한다는 게 흥미롭게 느껴졌다. 인간관계에도 퍼스널 컬러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두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이 덧없게 느껴진다. 맞불을 놓듯, 척을 질 필요는 없지만, 그들의 마음에 들어가기 위해 나를 누르고, 깎아 낼 필요까지는 없었다. 봄 웜톤인 내가 퍼플와 카키를 뱉어 내듯이, 사람 사이에도 그런 조합이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어떤 관계에서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내가, 또 어떤 관계에서는 거슬리고 불편한 사람일 수 있다. 그게 나의 부족함이나 결함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모든 사람의 호감을 얻고 싶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나도 호불호가 있는 인간임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대면하는 것은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 불편함을 지우기 위해 스스로를 소모하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불편함이란 결국 서로의 색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신호일뿐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못 견딜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