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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폼폼 Jun 13. 2024

창밖에는 우울한 비가 내리고 있어

저의 일기를 정리하고 공개합니다 2023년 12월

2023.12.12. 화요일


일기용 메모를 보면 아침에는 소재가 북적북적하고 저녁에는 썰렁하다.  점점 떨어지는 내 체력을 반영한다.



관심웹툰으로 등록되어 있어서 '은주의 방(노란구미)' 업데이트 시 푸시가 오는데 부담스럽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인테리어만화인 줄 알고 2013년에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2023년이다. 인테리어 이야기는 1부 어드메에서 어물쩍 사라지고, 2부쯤부터 인물 간의 감정선과 복선이 폭발하며 엄청난 고구마와 안도의 한숨이 오갔다. 그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견디지 못하고 어느 순간 하차했는데 아직 관심웹툰에서 떨구지 못했다. 잘 그린 만화임은 분명한데.



투두리스트에 '집에 있는 책 읽기'를 최우선순위로 등록해 놓고 며칠째 한 줄도 읽지 않았다. 하다못해 집에 있는 장르소설이나 만화책이라도 읽었으면 좋겠다. 맨날 맨날 노니까 뭐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없다! 하지만 딱히 바꾸려 하지 않는. 예전에 어디선가 허망하게 보낸 시간만큼을 죽은 뒤 다시 살게 되는, 그런 설정을 들었었는데 그것에 따르자면 나는 영원히 살게 된다.




수영, 어깨에서 힘을 빼라는 말을 들었다. 내 인생에서 많이 들은 조언 중 하나 아닐까.



비가 오고, 자영업을 하는 친구가 단톡방에서 투덜거린다. 자신의 업무시간이 얼마나 길고 고된지와 경기가 어려워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한창 장사가 잘 될 때 그녀는 우리에게 본인이 얼마나 돈을 잘 벌고 그 돈을 어떻게 펑펑 썼는지 떠벌렸었다. 그 돈을 벌기 위해 그녀는 사람을 쓰지 않고 자기 몸으로 2~3인분의 일을 해내며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일하는 데 바쳤다. 병이 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보상심리로 돈을 써대고(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 돈자랑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소파에 누워서 자꾸 올라오는 그녀의 불평을 보며 변변한 위로의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 다시 대화를 읽어보니 불평이라기보단 슬픈 넋두리다. 그래도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자꾸 내 안의 T가 해결책을 말해주고 싶어 하는데 방도가 없고, 그런 건 넋두리에 적절하지도 않다. 그렇게 친구가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나는 누워있다. 학교를 그만둘 생각만 맨날 하고 있다니. 먹고사는 일에 진지함이 좀 많이 떨어진다.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으로 누워서 밥이 입에 들어오길 기다린다. 쓰고 나니 이건 어제 일이다.



정신과에 가서 지지난주 검사에 대한 결과를 들었다. 3년 전 병원에 처음 왔을 때보다 우울 정도가 살짝 더 안 좋아졌다고 한다. 이럴 수가? "선생님 저 2주간 아주 좋았어요." "자신의 우울을 인정하는 상태로 임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제 자살사고는 거의 하지 않아요."라고 주절댔다. 그럴 이유가 없음에도. 그냥 적당히 좋아졌다고 믿는다, 나는.



약국에 가니 직원이 긴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드디어 진짜 겨울이 온 것이다. 체력이 고갈되었고, 이것이 내일까지 차오를 가망이 없어 보여 수요일 필라테스 수업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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