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 지금의 나

그때는 그때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아, 사실 지금도 그래

by 폼폼

5년 전에 지냈던 동네를 걸었다.


이곳을, 이 길을 걷던 당시의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굳이 상상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나는 내가 바라보고 마주하는 세상이 내 세상의 전부일 거라 여겼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 세상을 아주 열심히 가꾸고 이해하며, 때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품으려 애썼다. 그렇게 해야만 나의 불분명한 미래가 조금은 선명해질 거라 생각하면서. 어렴풋하게 스케치만 되어 있는 내 세상에 정교하게 선을 덧입히고 색을 채우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당시에 그린 그림과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림은 너무나도 다르다. 구도도, 분위기도, 색채도. 그때의 나는 내가 살게 될 공간, 하게 될 일, 보내게 될 시간, 만나게 될 사람이 어떠한 모습일지 하나도 예측해내지 못했다. 아주 당연하게도.


아마 지금의 나 또한 지금 마주하는 세상이 나의 전부라 생각하고 있을 테다. 그래서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애달파하고 괴로워하면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부단히 애쓰고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5년 뒤에 내가 물끄러미 보고 있을 그림은 역시나, 지금의 내가 구상한 그림과는 너무나도 다를 것이다. 예측할 수도 없게.


달이 찼다. 이 달 또한 어느새 기울고, 다시 채워질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나도 모르게 그림을 고치고, 때로는 새로이 그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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