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아껴 나의 행복을 위해 쓰기

나의 에너지가 어디에서 새고 있는지 잘 살펴볼 것

by 폼폼

에너지가 속절없이 새는 날이 있다. 원치 않는 곳에서, 원치 않는 상황에, 원치 않는 상대로부터 에너지를 빼앗기면 정작 '나'를 위해 쓸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다. 퇴근 후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저 축 처져 누워있게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업무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감정적으로 짜증부터 내는 상사, 원래 성격이 이렇다며 직설적인 말로 아무렇지 않게 비수를 꽂는 동료, 상대와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 이성을 붙잡으며 쏟게 되는 힘, 타인에게 친절하고자 애쓰는 정성, 조금만 신경 써 주면 두 번 할 일이 아니지만 언제나 그렇듯 대충대충 일을 넘겨버리는 동료 때문에 불필요하게 쏟는 시간과 집중력 등 하루의 일과에서 에너지가 새어 나가는 순간은 다양하고도, 넘친다.


소소하게 쓰는 에너지는 티가 나지 않기에, 퇴근 후의 늘어진 내 모습이 전혀 어색함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인 양 느껴지게 만든다. 우리는 '아, 오늘 좀 피곤한가 보다', '퇴근하니까 힘이 쭉 빠지네', '역시 월요일은 힘들어', '그래, 수요일이니까 피곤할 만하네'와 같은 생각들로 나의 무기력한 모습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나의 소진된 상태를 무심결에 지나친다. 이런 나날들이 반복되면, 나는 내가 어디에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지친 나만 되풀이된다. 어느새 그러한 모습이 고착화되면, 나는 특정한 날이 아닌 '늘' 지쳐있는 사람이 되고 만다. 나조차 그 모습에 익숙해져 버린다.


우리는 각각 유독 에너지를 쏟는 장소, 상황,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각자의 특성과 성향을 지닌 존재들이니까. 딱따구리는 부리로 나무를 쪼는 데에 힘을 쏟지만, 연어처럼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에 힘을 쏟지는 않는다. 사람에 적용하여 예를 들자면, 나는 책임감이 과하게 강한 사람인지라 어떠한 역할을 맡으면 평균 이상으로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사실 평균의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으면서. 그렇다 보니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놓고는 그 틀에 나를 욱여넣느라 '나도 모르게' 하는 일들에 에너지를 과하게 소모하는 사람이다. 충분히 내 몫을 하고 있음에도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에너지 소모, 잘한 것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아쉬워하며 오래도록 기억하느라 또 에너지 소모, 사소한 일을 완벽하게 하려고 에너지 소모, 내 코가 석자인데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다른 사람까지 챙겨주느라 또 소모. 그러한 시간들이 누적되면 제 풀에 지쳐버린다. 언뜻 보면 나를 위해 하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결코 나를 위한 시간들이 아니다. 그것이 나를 위한 시간이라면 그 시간 속에서 나는 '행복해야 한다'.


게다가 여러 사람들에게 밝고 잘 웃으며 친절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는 난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쓰는 에너지 또한 상당하다. 때로는 타인에게 친절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 같아 보인다. 웃지 않아도 될 상황에 나조차 모르게 웃고 있느라 에너지 소모, 늘 분위기를 둥글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휩싸여 에너지 소모, 불가피한 또는 필요한 갈등이 벌어지려는 상황에서도 그 분위기를 못 견뎌 이내 완충제 역할을 자처하느라 또 소모. 역시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행복하지 않다'.


더욱 속상한 사실은 에너지가 바닥나 버리면 나를 포함한 나의 소중한 이들에게 쓸 에너지가 없다는 것. 그리 가깝지 않은 타인에게 밝게 웃으며 지내느라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는 지치고 버거운 이야기를 쏟아낸다. 내 몫의 것 이상을 해내느라 나와 가까운 이들에게는 아쉽고 부족한 모습을 내민다. '아니 근데, 이래서는 안 되는 거잖아?' 요즘은 이러한 방향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무한정하다면 종종 에너지가 새어나가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는 당연히, 한정적이다. 나의 에너지를 잘 아껴두었다가 내가 쓰고 싶은 곳, 써도 아깝지 않은 사람에게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나라는 사람과 나의 하루를 잘 돌아보며 내가 어디에서, 무엇으로부터, 왜 에너지를 유독 뺏기는지 알아차리는 일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작은 것부터 찾아보고 실천하며 힘을 기르기. 행복한 나, 행복한 삶을 위해 길러야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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