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나 봐.
라일레이로 들어가기로 한 날이다.
나의 하루는 아이들이 잠이 들면 내일 갈 곳의 정보를 찾아본다. 라일레이로 들어가는 롱테일보트의 티켓을 끊는 법, 선착장을 찾는 법 등을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아침, 다시 둘째와 투닥였다. 그리고 라일레이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기분이 좋지 않은 데다가 날도 더우니 걸을 힘이 없다.
오토바이에 사람이 탈 수 있도록 되어있는 택시가 보이기에 우리의 목적지를 말했더니 120바트라고 한다. 5,000원이 안 되는 돈이기는 하나 거리를 생각하면 또 비싸기도 하다. 그런데 지친 마음에 택시를 덜컥 타버렸다. 우리는 라일레이에 가고 싶어서 아오낭비치에 간다고 하고 가는데 아이들이 말한다.
"엄마, 이 쪽 아닌 거 아냐? 저쪽으로 가야 하는데.."
걸어 다니면 몸은 힘든데 길은 빨리 익힌다. 길치인 내가 보아도 내가 생각한 그곳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기사분이 우리의 말을 잘 이해했으니 일단 가보자고 한다.
그리고 금세 도착한 곳은 라일레이에 갈 수 있는 롱테일보트 티켓을 사는 곳이다.
"어? 여기가 맞는거구나. 얘들아, 엄마가 오늘 둘째랑 싸우기를 잘한 것 같아. 그러지 않았으면 택시를 타지 않았을 테고 그랬으면 엄마는 저쪽으로 갔을 테고 그럼 또 길을 헤맸을 텐데.. 택시를 타는 바람에 여기로 왔네. 이러려고 아침에 우리가 싸웠나 봐."
그리고 도착한 라일레이는 정말 멋진 절경이다. 절벽에 둘러싸인 바다는 아주 멋졌다. 물론 아이들 눈에는 그냥 바다일 뿐인 데다가 신나서 바다에 뛰어들더니 이내 내게로 온다.
"엄마, 몸이 너무 따가워."
우리 아이들은 여름이면 바다에서 사는 아이들이다. 오죽하면 아이들 어릴 적에 아침 9시에 바다에 도착해서 오후 6시에 집에 가려고 짐을 꾸리는 데 엄마, 아빠는 나쁘다며 벌써 간다고 한다고 툴툴 댔던 아이들이다. 평일보다 더 힘든 주말을 보냈으나 아이들에게 8시간은 바다에서 놀기에 충분치 않은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나 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인데 금세 나오는 아이들이다.
"태국은 염도가 높아서 몸이 더 따가울 거야. 자그마한 상처에도 소독한 것처럼 따가운 거야. 그래서 바다의 물고기 색도 정말 예쁜 거고, 괜찮은 거야."
그런데 둘째 아이는 참기가 힘든 것 같다. 그럴 만도 하다. 아이는 여드름이 심한데 얼굴뿐 아니라 가슴과 등에도 여드름이 많은 편이고 심하지는 않아도 긁은 모든 곳이 얼마나 따가우랴.
그리고 사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곳은 내가 인터넷으로 알아본 그곳이 아니었다. 우선은 점심을 먹고 나서 그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점심을 먹은 곳은 2층에서 식사가 가능한 작은 식당이었는데 2층에 올라 천천히 바라보니 인터넷에서 본 그 인어동상이 보인다.
밥을 먹고 그 인어동상을 지나 가로질러 가보았다. 점점 무언가 보이는 듯한데 둘째는 계속 이 쪽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도 우겨서 갔는데, 둘째 말이 맞다. 여기가 아니다.
라일레이에 도착하고 보니 사람들이 카약을 빌려 자유롭게 놀고 있었다. 어제처럼 코스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 카약을 타는 것이라면 해볼 만할 것 같았다. 게다가 카약을 타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수영을 했다는 후기도 보았던 터였다. 그래서 우리는 카약을 타기 좋은 곳을 찾아가던 중이었는데 우리가 내린 그쪽이었던 것이다. 날은 덥고 물놀이는 해서 몸은 젖었는데 신발에 모래는 다 들어오는 상황에서 왔던 길을 돌아가야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내 말이 맞지!" 하고는 왔던 길을 다시 걷는다.
그래, 우리 아이들은 아무리 헤매고 많이 걸어도 이런 상황에서 별 말하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이런 순간, 아이들이 참 어여쁘다. 그리고 카약 렌털 사무실로 들어가 빌리고 싶다니, 예약 마감이란다. 마음이 급해진다. 아이들이 오늘 너무 고생해서 카약을 꼭 빌려주고 싶었다. 다시 입구 쪽으로 갔더니 내 순서에서 다시 마감.
그리고 세 번째에 간 곳에서 카약을 빌릴 수 있었다.
어제는 깊은 바다가 아니었지만, 오늘은 원하면 얼마든지 깊은 바다로 갈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 마음대로 가면 된다. 우리는 절벽 사이를 지나기도 하고 망망대해처럼 느껴지는 바다 한가운데로 카약을 몰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제 여기서 물에 들어가도 되냐고 묻는데 아무도 뛰어드는 이 없다. 그리고 주변에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아, 여기서 해보자고 하니 카약에서 다이빙! 둘째는 구명조끼를 벗고 싶다는데 그것은 허락해 줄 수 없다. 정말 꿈같은 시간이다.
그리고 어제의 미안함이 있었던 나는 셋째에게 말한다.
"오늘은 우리 셋째가 선장입니다. 말씀하시면 제가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아이는 대장 놀이를 하며 신이 난다.
어제와는 너무나 다른 오늘이다.
"우리, 어제 맹그로브 카약 체험하기를 잘한 것 같아. 어제 안 했으면 오늘 이렇게 카약을 잘 몰지는 못했을 것 같아. 오늘 잘하려고 어제 그랬나 봐.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나 봐."
맞다, 어제의 힘들었던 그 노동보다 더 강했던 경험이 오늘을 여유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제의 경험이 더해져 오늘을 더 빛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은 이 숙소의 마지막 날이다. 처음부터 3박을 예약했고 더 이상 연장하고 싶지는 않다.
침대는 가운데가 꺼져 있어서 누우면 가운데로 가서 셋째와 함께 자는 나는 셋째와 만난다.
그래도 괜찮다. 셋째가 침대 아래로 떨어지는 것보다 나으니..
밤마다 창 밖으로는 파티 소리가 이어진다. 12시가 되어서야 파티가 멈추는데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보는 듯하다. 아이들이야, 잠을 잘 자는 편이어서 크게 방해되지는 않지만 나는 그 소리가 멈추어야 잠이 든다.
그래도 삼일을 묵으며 이 숙소에 적응했고 그래도 좋은 점을 찾아내었다.
라일레이에서 돌아와 아이들은 다시 한바탕 수영을 하고 나는 씻고 바다에 다녀온 뒷정리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섰다. 사실 인터넷으로 맛집 검색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씻고 나서 구글로 주변 식당을 검색했는데 오며 가며 보았던 곳의 평점이 높다.
걸어서 3분이면 되는 거리. 밥을 먹는데, 세상에나! 너무 맛있다.
아이들은 내일 점심도 여기서 먹자며 오늘이 이 숙소의 마지막 날인 것을 아쉬워한다.
참으로 작은 것 하나에도 행복해하고 불편한 것은 또 잘 적응해 내는 아이들이다.
지금까지의 일정보다는 조금 빨리 오늘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오늘은 숙소에 들어가 같이 보드게임을 하자고 제안했고 제일 신난 것은 셋째이다.
그리고 침대에 올라, 보드게임을 하는데 우리 숙소는 조명이 진짜 어둡다. 밤이 되면 무언가를 하기가 어렵다. 그 와중에 우리는 스탠드까지 켜서 게임판을 비춰가며 보드게임을 했다.
둘째는 자기가 이기지 못한 게 아쉬웠는지 한 판 더 하자고 하고 셋째는 더 신이 난다.
그렇게 행복한 하루가 또 마무리된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며 집에서도 가능했던 것인데 사실 쉬이 가지지 못했던 시간이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데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이런 시간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는 저녁 9시면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평일엔 집에 와서 밥 먹고 씻으면 잘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주말이면 바다로, 산으로, 그리고 아이들이 활동하는 곳에서의 활동들을 하고 나면 또 잘 시간이다. 그리고 집에서는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또 많은 일들이 존재한다. 설거지, 빨래, 집청소.. 그것들을 하고 나면 도저히 집에서는 이렇게 편안하게 보드게임을 펼쳐낼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여행은 시간을 여유롭게 만들고, 그래서 평범한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