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고 싶지만, 작정하고 떠나다

- 첫 자유여행

by 낮은돌담

오늘은 홍섬투어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엊저녁 계획을 수정했다. 코끼리센터를 가서 코끼리 돌봄을 할 것이다. 아이들이 오후에 움직이고 싶다고 해서 오후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신청을 해두었다.

사실, 어제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분명히 그전에 앱으로 결제하던 것이 되었던 식당인데 갑자기 안 되는 것이다. 당황스러웠지만 있는 돈을 모두 모아 현금으로 결제를 했다. 우리에게는 바트가 없다.

그래서 오전에는 숙소에서 제공하는 셔틀을 타고 나가서 환전과 이른 점심을 먹고 들어오기로 했다.

아오낭 시내를 돌아다니며 환율을 비교했다. 그중에 제일 저렴한 곳으로 가서 30만 원을 환전했는데 계산했더니 6만 원가량은 그냥 수수료로 들어간 것 같다. 너무 아깝다.

이제 돈도 아껴 쓰자며 함께 다짐한다. 그런데 돌아가는 셔틀까지의 시간이 남고 오늘 오전은 유난히도 덥다. 인터넷을 찾아보았을 때 맥도널드의 콘파이는 태국에서만 파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먹어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 시원한 곳에서 콘파이도 먹고 점심은 햄버거로 먹기로 하고서는 맥도널드로 들어갔다.

태국에서 처음으로 키오스크주문을 받는 곳을 들어갔다. 그리고 햄버거 가격을 보는데 너무 비싸다.

양이 많은 둘째는 세트로, 첫째는 햄버거 하나만, 먹거리 조율이 필요한 셋째는 해피밀세트로 하고 내 몫으로 콘파이를 시켰다.

우리는 모두 이해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맥도널드 커피가 저렴해서 정말 가끔 마셨다. 그런데 여기서는 커피도 못 먹겠다. 커피도 더 비싸고, 정말 큰 마음먹어야 햄버거를 사 먹을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원하지 않다.

그래도 이런 것도 경험이라며 메뉴를 받아왔는데, 콘파이를 먹다가 너무 뜨거워서 입술이 살짝 데었다. 먹어보니 햄버거 맛은 별다를 것이 없고 콘파이는 구태여 사 먹을만하지는 않다.

아이들은 한국에서는 햄버거를 일 년에 두어 번도 사주지 않는 편이어서 아이들은 햄버거를 너무 좋아하는 데다가 막내는 먹거리 조절을 하기에 한 번도 사주지 않아서 생애 첫 햄버거였다.(계속되는 외식이니 햄버거든, 외식이든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에 한 번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도 아이들 반응이 시큰둥하다.

그리고 우리끼리 결론을 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좋다는 맛집이든 뭐든 크게 맞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그냥 이름 없는 동네밥집이 더 맛나고 구태여 찾아디니지는 않아도 되는 것이 우리에게 잘 어울릴 것이라는 거다.

그래, 오늘은 이런 경험을 해보는 날이었던 것이다.


나는 동물을 사랑하는 편이 아니다. 정확히는 무서워하는 편이다. 동물을 사랑스럽게 껴안는 것은 나에게 매우 어색하고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동물을 학대하는 것은 더 싫다. 세상의 그 어떠한 생명도 함부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물을 가둬두는 것도 돈을 주고 어떤 생명을 사는 것도 멀리하고자 하는 편이다.

태국에서도 이전에는 관광상품이었던 코끼리를 보호하고 돌보는 곳이 많고 돌봄을 경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그런데 이 돌봄도 상업성이 더해지기도 한다고 하니 망설여진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돌봄이라는 것이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고 목욕을 시켜주는 것인데 나는 도저히 코끼리와 함께 물에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어쩌랴. 나는 엄마이고 아이들은 코끼리가 좋다는데..

코끼리에게 사탕수수를 주는데 정말 순하다. 큰 눈망울, 저마다 조금씩 다른 눈동자색을 지닌 코끼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도 하나의 생명, 그도 하나의 생명이구나.'

아이들은 코끼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이 처음이니 처음에는 무서워하다가도 이내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코끼리 목욕시키는 시간에는 물속에서 첨벙 눕는 코끼리를 솔로 문질러주기도 하고 물을 뿌려주기도 하며 정말 코끼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코끼리는 먹고 씻는 순서에 따라 장소를 이동했고 코로 물도 뿌려주고 사진을 찍을 때는 코끼리가 일렬로 서 있기도 했다.

우리는 프로그램참가자이고 아무리 이곳이 코끼리쉼터라고는 하나 완전히 자유로운 코끼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고 체험형의 이런 프로그램에 괜스레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데 코끼리가 물을 뿌려대면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즐거워했고 코끼리를 조심스레 만지며 또 행복해했다.

정말 그저 코끼리가 머무는 곳이고 먹이 주기나 목욕시키기가 없다면 누가 이곳을 찾아올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코끼리가 이렇게 사람들과 같이 살았던 것이 맞는지에 대한 생각, 그런데 이미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코끼리와 길들여서 사람을 태우는 상품이 아닌 그래도 돌봄을 받는 이곳의 프로그램이 더 나은 것은 아닌가 하는 오만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제 라일레이섬에서도 많은 쓰레기를 보며 인간이 가장 지구에게 나쁜 동물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만이 유일하게 쓰레기를 만들어내니까 말이다.

그리고 오늘 코끼리 돌봄 프로그램에서도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흐른다.

하나의 결론에 다다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언제나 균형을 잡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내가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심이다.


셋째는 코끼리를 보고 잔뜩 신이 나서 우리가 세운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화가 났다.

숙소로 돌아와 셋째에게 지금까지 미뤄뒀던 과제를 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셋째는 숙제를 다 가지고 태국을 왔지만 매일을 즐겁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숙제가 미뤄졌고 나는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가 해야 할 의무를 다하라고 하는 것이다. 아이가 누리는 권리는 당연하고 책임은 멀리하는 것을 멈추라는 의미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혼자서 아이 셋을 데리고 다니는 것을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나의 선택에 경외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나의 아이들은 막내가 12살이니 사실 큰 돌봄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아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엄마를 잘 알고 맞춰주는 편이다. 편하게 장난치고 짜증을 내다가도 엄마가 정말로 멈춰야 한다는 신호를 준다면 기꺼이 멈추는 아이들이고 설사 멈추지 않아서 싸움이 되더라도 그 싸움이 나쁜 결과를 향해 치닫는 경우는 없다.

셋째와 엄마의 흐름을 본 첫째와 둘째는 기다려준다. 오늘의 일정은 짧아서 이후에 숙소에서의 시간이 긴데 그 시간 동안 셋째가 숙제를 한다면 첫째와 둘째의 시간이 불편할 것 같아 제안을 했다.

숙소의 셔틀을 타고 나가서 둘 만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했다. 나가서 저녁도 사 먹고 다시 돌아오는 셔틀을 타고 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한다.

그렇게 셋째는 숙소에 남아 숙제를 시작하고 나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첫째와 둘째는 생애 첫 자유여행을 떠난 것이다.

유심칩이 없으니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간단한 영어도 익숙지 않는 아이들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최대 장점은 한 번 부딪혀보는 것에 대한 망설임이 적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보이스톡이 걸려온다. 식당에 들어가면 와이파이가 되니 전화를 한 것이다. 300바트를 줬는데 자신들이 메뉴를 두 개를 시켰는데 300바트가 넘는다는 것이다. 어쩌냐고 했더니 이전에 첫째 아이에게 용돈처럼 준 100바트가 있어서 괜찮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여기 오는 길을 잘 봐두었기 때문에 만약 셔틀버스를 놓치더라도 걸어가면 된다는 말도 덧붙인다.

우리 아이들의 또 좋은 점은 긴 긴 거리도 걸어서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둘째가 즐겨하지는 않지만 걷는 것을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엄마 없는 아오낭을 다니며 자신들의 살 궁리로 길을 익히며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전화가 온다. 분명히 자신들끼리 계산해 보았을 때는 310바트인데 계산하려고 하니 180바트만 받는다며 돈을 더 줘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점원이 계산한 것이 맞을 거라고 답하자 그럼 정말 180바트만 줘도 되냐고 묻는다. 내가 생각했을 때 그 정도가 우리가 여기서 경험하는 물가이니 그 돈이 맞다.

아이에게 잘 되었다며 남는 돈으로 맛난 것을 또 사 먹으며 놀다 오라고 하니 또 마음 편하게 전화를 끊는다.

세 시간가량의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의 자유여행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삶에서 엄마를 떠나 시작될 수많은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 오늘처럼 낯설고 긴장되고 어려운 순간들이 올 것이다.

그 순간에 오늘처럼 아이들이 나를 떠올린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렇게 오늘처럼 괜찮다는 나의 말에 아이들이 다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KakaoTalk_20240117_003752847.jpg 동생이 숙제할 때 곁에서 자기 공부도 하는 첫째,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어여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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