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날, 타임머신을 타다.
드디어 떠나는 날이 되었다.
나는 '제주'에 산다. 제주에 살며 여름에는 바다에서 하루종일 놀고 겨울에는 산으로 올라 자연이 만들어 놓은 눈썰매를 탄다.
내 친구는 전 세계를 다니는 일을 했던 적이 있다. 그 친구가 말하길, 제주의 해변은 자신이 본 해변의 베스트 3안에 든다고 했다.
그래, 나는 바다가 예쁜 제주에 산다. 그리고 겨울, 나는 바다가 그리워 태국으로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여정은 길고 길다. 제주-김포, 김포-인천, 인천-방콕의 여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동일한 항공사이면 짐을 연결해 주었는데 이제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큰 캐리어 2개, 짐보따리 같은 가방이 2개, 그리고 각자 배낭을 하나씩 메고 출발했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는데 둘째가 너무 가렵다고 한다. 몸을 보니 두드러기가 온몸 가득이다. 사실, 아침에 아이가 발목 쪽이 가렵다고 해서 봤더니 두드러기가 올라왔었다. 집에 있는 상비약을 먹이고 분명 점심을 먹기 전까지는 가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났더니 온몸이 두드러기이고 아이의 가려움은 더 심해졌다.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가 목이 부으면 어떠지.. 짐은 이미 태국행 비행기에 다 붙였고 아이들은 여행에 잔뜩 들떠 있었다.
우선은 병원에 가보기로 한다. 다행히 시간은 여유가 있었고 셋째는 첫째에게 맡긴 후 공항 지하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대기 시간이 최소 1시간 30분이란다. 그래, 다행이다. 그 시간을 기다려도 출발 전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그 사이 큰 아이는 막내를 데리고 탑승 수속을 하겠단다. 막내는 12살이지만, 또래보다 작은 편이었는데 학생이 어린 동생을 데리고 서 있으니 고생한다며 빠르게 통과시켜 주었다고 하며 신나서 전화가 왔다. 그래, 둘째 덕에 네가 할 수 없는 경험을 또 해보니 또 얼마나 좋으냐.
둘째는 긴 대기 시간을 보내고 주사를 맞고 약도 여유 있게 2주 치를 받았다.
소아뇌전증인 막내가 혹여나 비행기에서 증상이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아이의 컨디션을 잘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했다. 유로좌석이 무료로 바뀌는 출발 48시간 전 잔뜩 긴장하여 듀얼석으로 좌석배정을 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아이를 편하게 재우고 싶으니 나는 의자 끄트머리에 앉고 종종 서 있으며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과 고생을 했다. 그래서 겨우 한 시간 정도 잔 것 같다. 엄마로서 보살핌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어 도착! 우여곡절 끝에 공공택시를 타고 첫 번째 숙소까지 들어왔다. 긴장이 스르르 풀린다.
그런데 아이들은 숙소에서 신이 났다. 나의 목소리와 억양에 미묘한 짜증이 섞인다. 그런 나를 보고 첫째가 육아동반자가 되어 동생들을 마무리시키고는 우리 모두 그렇게 긴 긴 하루의 마무리를 하였다.
비행기에서 2024년 새해를 맞았다. 그리고 태국에 내렸는데, 다시 2023년이다.
2023년의 마지막을 두 번 보낸 것이다. 캄보이아 어느 상공에서 한 번, 그리고 태국땅에서 한 번.
타임머신을 탄 듯한 이상한 시간의 흐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