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고 싶지만, 작정하고 떠나다

- 아직도 재미있고, 이제는 재미없고..

by 낮은돌담

오늘은 다시 투어를 하기로 한 날이다.

첫째가 가고 싶다고 했던 온천

둘째는 온천을 찜질방쯤으로 생각하는지, 계속해서 그러면 삶은 달걀이랑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여기서 어떻게 미역국을 사 먹느냐 했더니 그럼 삶은 달걀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자기는 삶은 달걀을 싫어하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된단다.

그렇게 처음 보는 사람들과 다시 투어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는데 이제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투어도 익숙해져 간다. 간단하게 눈인사를 하고 때때로 물어보아야 할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아니면 그냥 자신의 그룹원끼리 이야기를 나눈다.

온천에 도착하고, 들어갔더니 정말 물이 따뜻하다. 너무 신기하다. 계곡처럼 생겨서 마치 차가울 것 같은데 따뜻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더운 날, 따뜻한 물이 별로일 것 같은데 너무 좋다. 물이 낮아서 싫어할 것 같은 둘째는 저 밑의 조금 깊은 물을 찾아가는데 아이는 물의 깊이보다 물이 따뜻하다는 것이 더 신기한 듯 신나서 여기저기 다녀본다.

그리고 두 번째 장소는 에메랄드풀이라는 에메랄드 빛깔의 호수 같은 곳이다. 정확히는 호수라기보다는 자연 한가운데에 펼쳐진 수영장 같은 곳이다.

자연휴양림 같이 관리되는 곳인데 그곳을 들어서니 안내자가 가는 길이 두 가지인데, 한 곳은 600m이고 한 곳은 800m라는데 800m를 더 추천한다고 한다. 미리 인터넷을 검색해 본 첫째의 정보로도 조금 더 긴 길이 좋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긴 길을 선택하는데 조금이라도 걷는 걸 싫어하는(여기서는 늘 의문이다. 걷는 것을 싫어하지만 정말 잘 걷고, 시작할 때만 조금 투덜거리고 시작하고 나면 누구보다 앞서서 갈 뿐만 아니라 가면서 장난도 치고 즐겁게 간다. 둘째와 가장 비슷한 남편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마음이라고 하는데 참 이해하기가 어렵다.) 둘째가 또 투덜거린다.

아이에게 그럼 아이만 짧은 길로 오라고 했더니 또 투덜투덜. 이번에는 함께 짜증을 내는 대신 그러느냐고 아기 어르듯 장난스럽게 달래준다. 그래도 여전히 투덜대지만 늘 그러했듯 또 잘 걸어 나간다.

그리고 도착했는데 정말 물 색이 에메말드빛이다. 게다가 높이가 가장 깊은 곳도 아이들의 키를 넘지 않아 아이들이 놀기에는 너무 좋다.

첫째와 둘째는 신이 나서 물속에 뛰어드는데 셋째는 들어가기 싫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러라고 하고 나도 아이들과 함께 물에 들어가서 잠깐 놀아주고는 밖에 있는 셋째가 신경 쓰여 이내 나와 셋째에게 말을 건다.

사실 여기서 조금만 더 걸어올라 가면 블루풀이 있는데 그곳은 들어갈 수는 없으나 또 아름답다고 한다. 다른 팀은 아마 거기도 다녀올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물을 좋아하니 그냥 포기했는데 셋째에게 엄마와 산책을 가자고 제안한다.

여느 때 같으면 얼른 엄마 손을 잡고 따라나서는데 입을 삐죽거리며 싫다고 한다.

셋째는 겉으로 보면 겁 없이 덤벼드는 것 같지만 사실은 겁이 많다. 무서워서 오히려 더 자신 있는 듯한 태도를 지니는 아이는 그래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나는 안다.

아이는 계속되는 바다 수영이 힘들었을 것이다. 발이 닿지 않는 데다가 수영을 하지 못하는 아이는 암링을 낀다고 해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물속의 상황이 마냥 신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자기는 바다 수영은 싫고 수영장이 좋다고 내게 말하기도 했다.

아이는 아이대로 이 일정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물에 들어가기 싫다고 삐죽거리는 것이 함께 노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기에 이를 설명하며 들어가서 놀거나 산책을 하거나 선택하라고 했다.

그리고 물속에서 첫째는 계속 여기 깊지 않다고 함께 놀자며 셋째의 마음을 달래준다.

셋째는 잠시 새초롬해하더니 엄마가 원하니 물에 들어간다며 자존심 앞세워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더니 누구보다 신나게 논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적절하게 내가 반응하는 것이 참 어려울 때가 있다.

왜 그런지 뻔히 알면서도 화가 나기도 하고

왜 그런지 몰라서 화가 나기도 한다.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어서 늘 그런 마음들 앞에서 갈팡질팡이다.

그래도 오늘 이 순간은 이렇게 넘어갔다.


점심을 포함된 투어였는데 점심은 도시락이 아니라 뷔페식이었다. 에메랄드풀을 들어가기 전에 식권을 나누어 줬는데 식당에 식권을 냈더니 손등에 도장을 찍어주신다.

이것 참, 새롭다.

스티커를 붙여주거나 그냥 통과해 주는 건 봤어도 도장이라니..

그래서 도장 찍힌 손등을 보며 우리는 또 함께 웃었다.


숙소로 돌아오면 당연한 듯 다시 수영장이다.

종일투어는 한 번 정도 했고 대부분은 반나절 투어인데 아이들은 그러고 나면 바로 숙소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꼭 수영장을 들린다.

정말 힘이 넘치는 아이들과, 체력이 부족한 엄마이다.

체력으로는 자신 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현실을 느낀다.

그런데 아이들은 내가 잠시만 물에 들어가서 함께 놀고 그다음엔 나와서 썬베드에서 쉬고 있어도 여전히 잘 논다.

그냥 엄마가 함께 아이들과 물속으로 풍덩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아이들이 이만큼 크고 나면 사실 아이들을 보살필 손이 필요한 나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상황을 봐서 아이들끼리만 나가서 밥을 먹고 오라고 해도 인터넷도 되지 않으면서 타국에서 나가 밥을 사 먹고 오는 아이들이다.

그러니 숙소 내에 위치한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는데 내가 구태여 따라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어딜 때는 함께 여기저기 다니고 엄마, 아빠가 움직여야 아이들도 다닐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아이들끼리도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것이다.

할 수 있는 나이이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아이들은 자꾸 나에게 함께 가자고 한다.

그냥 함께 가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를 부르고 물속에서 묘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커서 내가 필요 없지만, 아이들은 커도 내가 필요하다.

어릴 때는 돌봄이 필요했지만, 큰 지금도 엄마, 아빠가 곁에 있기를 바란다.

많은 부분을 알아서 하는 아이들인데도 그냥 보고만 있어 주는, 지켜봐 주고 있는 부모라는 존재가 필요한 것 같다.

그렇게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 힘을 얻는 아이들에게 새삼 고마운 날이다.


그리고 수영을 마치고 우리는 또 아오낭비치 쪽으로 가다가 저녁을 먹고

늘 사 먹었던 과일과게에 들러 과일주스를 사서

아오낭비치로 가서 지는 해와 함께 불쇼를 보며 저녁 시간을 보낸다.


돌아오는 길, 첫째가 말한다.

"엄마, 나는 불쇼는 두 번째부터 재미가 없었어. 근데 계속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하니까 그냥 같이 보는 거야."


이제는 재미가 없고 아직도 재미가 있는 아이들.

그런데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조화를 이룬다.

나는 그저 동행할 뿐.

KakaoTalk_20240123_181512320.jpg 샤워를 하고 나서도 지워지지 않았던 도장.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종이도 아끼고 좋은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달리기 하면 찍어주던, 도장 같기도 하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작정 떠나고 싶지만, 작정하고 떠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