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고 싶지만, 작정하고 떠나다

- 이런 일도 있구나

by 낮은돌담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다.

저렴한 곳에서부터 내 입장에서는 조금 괜찮다 싶은 곳까지 숙소를 다니면서 계속 계속 고민했던 그 숙소로 옮기는 날이다.

지난번 라일레이에 들어갔다가 결제까지 진행해 버린 그곳이다.

항상 숙소를 옮기는 날이면 똑같다.

아침을 먹고 수영을 하고 짐을 싸고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랩을 불렀다. 옮기는 숙소는 그랩을 타면 우리 돈으로 약 5,000원 정도이다.

처음에는 짐이 많은데 그랩을 타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여행객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차들은 트렁크가 넓었고 우리 짐 정도는 트렁크에 가볍게 실리는 것을 경험하고는 편하게 그랩을 부르는 것이다.

아무래도 거리가 가까우니 한 번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기다리다 보니 드디어 그랩이 잡혔다.

10분가량 기다리고 그랩이 도착했다.

그런데 우리를 보더니 안된다고 하시고는 그냥 가버리셨다.

짐이 많아서 안된다는 것 같기는 한데, 지금까지 이 짐으로 잘 타고 다녔는데 안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

다시 그랩을 시도하고 걸어가면 얼마나 걸리나 하고 봤더니 1시간 30분.

걸어가야 하나를 함께 고민하며 두 번만에 그랩이 다시 잡혔다.

감사하다!

정말 그랩이 왔는데 취소당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하나가 익숙해지니, 또 다른 무언가가 새로워진다.


드디어 가장 기대한 숙소로 옮겼다.

외진 곳에 있기는 하지만 수영장 깊이가 1.8m이고 그 길이도 엄청 길다. 수상가옥 형태의 이 숙소는 지금까지 중 가장 큰 비용을 지출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은 라일레이비치로 들어가는 셔틀보트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라일레이비치로 들어가기로 했다.

외관도 압도하고 숙소도 너무 예쁘다.

그런데 무언가 건물과는 다르게 일하는 직원이 두 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고, 우리도 로비에서 마냥 기다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로비도 예쁘니 즐겁게 기다렸으나 기다림이 길어진다.

체크인이 가능한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도무지 우리를 부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점심을 먹지 않고 왔고, 이제 주변을 다니면서 점심도 먹고 무언가를 해보아야지 하던 참이다.

그렇게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이 와서 수영장 이용이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아직 점심 전이어서 체크인이 된다면 숙소에 짐을 두고 싶고 시간이 걸린다면 점심을 먹고 오겠다고 하니 숙소의 식당을 안내해 준다.

호텔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가격적인 면에서도 부담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냥 천천히 동네를 산책하며 근처에 먹을 곳을 찾아보고 싶기도 한 것이다.

이런저런이야기 끝에 곧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하니 다시 기다리기로 했다.

잘 기다리는 편인 첫째가 나에게 이 정도 기다렸으면 말을 해봐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

아이에게 원래 체크인이 가능한 시간이 2시인데 숙소에서는 우리를 배려하여 얼리체크인을 해주는 것이고 그것이 빠르지 않은 것뿐이며, 아직 2시가 되지 않았으니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아이는 또 이해를 한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 그래도 2시 전에 우리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간 아이들은 환호가 이어진다.

처음으로 커넥팅룸이다.

그러니 화장실도 두 개고, 방도 두 개인 것처럼 느껴진다.

수영장을 보고 오더니 또 즐거운 아이들이다.

나는 그 사이에 방콕으로 돌아갈 비행기 편을 예약하는데 뭐가 문제인지 결제가 되지 않는다.

다른 앱을 활용해도 안되고, 총 4명의 여권번호를 결제 실패로 인해 10번은 넘게 넣었지만 해결되지 않는다.

끄라비로 오는 항공편 예약은 한국에서 했다.

그리고 여기서 하려고 하니 결제가 되지를 않는다.

게다가 나는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여행을 할 거니 내 핸드폰 번호는 정지해 놓은 상태라 본인인증이 불가하다.

혼자서 이리저리 애쓰다가 아무래도 한국에 있는 남편이 결제를 해야 할 것 같다.

남편은 자신의 통장 비밀번호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니 인터넷 결제를 해야 하는 상황을 남편이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했으나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포기를 하고 이런저런 것을 하는 동안 점심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숙소에서 아오낭비치까지 셔틀이 있으니 셔틀을 타고 나가서 밥을 먹고 다시 셔틀을 타고 돌아오면 될 것 같다.

모든 것을 멈추고 로비로 가서 셔틀을 예약하고 싶다고 하니 오늘 나가는 셔틀은 마감이라고 한다.

또, 처음 겪는 경험이다.

이 호텔의 3분의 1 정도 되는 가격의 숙소에 머물 때도 셔틀을 탄다고 말만 하면 인원수가 많더라도 새로운 툭툭를 불러서 셔틀을 운행했는데 셔틀 마감이라는 상황이 당황스럽다.

금세 일정을 짜본다.

그러면 가는 것은 그랩을 불러서 가고 오는 셔틀을 타는 것으로 다시 수정을 하고 오는 셔틀을 타기로 했다.


그랩이 도착하고 우리는 아오낭비치로 향한다.

그랩은 내가 목적지를 미리 입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 번도 어디 가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

다만, 우리가 유명한 숙소를 다니는 것이 아니니 가끔 그곳이 맞는지 확인하는 분은 계셨어도 어디 가는지 묻는 분은 안 계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디 가는지 묻는다.

그러고는 결제를 현금으로 할 것인지 묻는다.

또 처음 겪는 일이다. 이런 일도 있구나.

기사분께 이미 앱으로 결제가 되었다고 하자 자신은 앱으로 결제할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이상하다. 그랩이 잡히고 나면 연결된 계좌에서 자동으로 먼저 돈이 빠져나가는 시스템이다.

인터넷뱅킹으로 들어가 봤더니 이미 돈은 빠져나갔다. 그랩에서는 나의 메일로 영수증을 보내주기 때문에 나는 메일로 들어가 영수증을 확인한 후, 그 화면을 유지시켜 두었다.

우리의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은 우선은 기다려보기로 결정했다.

그랩은 기사분이 움직이는 동선이 나의 앱에서도 다 나온다. 그래서 확인하며 다니는 편인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뜨고 결제도 유지된 상태이다.

도착하고 나서 기사분께 영수증을 보여드렸다.

나는 이미 결제가 되었으므로 더 이상 결제하지는 않아도 되는 것 같다고 하니 알겠다고 한다.

전후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오늘은 처음 겪는 일들이 많다.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숙소는 정말로 외진 곳에 있다.

우리는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먹을거리를 사서 들어가기로 했다.

그래야 내일 라일레이비치에 가서도 먹을 간식이 있을 것 같아서이다.

저녁을 먹고 편의점에 들러 간식거리를 산다.

그리고 셔틀 시간이 남아 또 어김없이 아오낭비치로 가서 그네를 타고 시간 맞춰 셔틀 타는 곳으로 향했다.

둘째는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늘 배낭을 멘다.

그리고 짐도 본인이 다 든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별 불만이 없다.

손에 무언가 드는 것을 귀찮아하는 아이는 기꺼이 자기 배낭에 장바구니를 매달고 걷는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는데 마냥 고맙다.

그렇게 또 우리는 오늘 하루를 낯선 경험과 익숙한 경험을 하며 보낸다.

KakaoTalk_20240123_184802177.jpg 가방에 장바구니까지 매달고 기꺼이 짐꾼이 된다. 자신이 짐꾼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않은 채로. 덕분에 우리는 여행기간 동안 내내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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