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올라갈 수 있어
호텔의 셔틀보트를 이용하여 라일레이비치로 들어가기로 했다.
셔틀은 10시 30분 출발하여 라일레이비치에서 3시에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반나절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기는 하였으나 우선은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둘째가 자신은 회의가 11시에 있다고 한다.
아이의 회의 시간을 맞춰주기가 어렵다.
우선은 라일레이로 들어가서 나의 데이터를 공유해 주기로 하고 셔틀을 타러 간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트를 타는 곳이 있는데 이상하게 중간에 애매한 곳에서 갈아타고서 부둣가로 로 가는 경로이다.
라일레이에 도착하고 섬 안으로 들어가는데, 돌아갈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안내도 받지 못했다.
함께 온 외국인에게 물어본다.
모르겠다고 하신다. 나는 프라낭비치에 갈 계획이었으므로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왼쪽으로 가려는데 그분이 나를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어떠한 안내도 없이 롱테일보트를 운전해 주신 분의 뒤를 따른다.
정확히 우리가 내린 반대편으로 가는 것이다.
우리가 처음 들어왔을 때 카약을 빌려 탔던 그곳이다.
대략 20분 정도를 영문도 모른 채 그분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거기서 들은 것은 우리를 내려준 그 항구에 3시까지 가면 된다는 것이다.
보트에서 안내해 주셨다면 각자 시간을 보내고 갔을 텐데 그 말을 들으려고 그렇게 땡볕 아래 걸은 것이다.
우리는 프라낭비치로 가려면 걸어온 그 길을 다시 고스란히 되걸어서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오는 길에 뭐든 이해하자는 편인 아이가 왜 이렇게 안내하실까에 대해 질문한다.
내 생각에는 아마 보트를 운전해 주신 분은 영어를 못하시는 분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를 데리고 영어가 가능한 분에게 갔던 것 같다.
그러자 아이는 또, 그러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또 걸어서 프라낭비치로 갔다.
야시장에서 만난 할아버지를 만나기로 한 곳이 프라낭비치였다.
할아버지를 다시 한번 뵙고 싶었다.
매년 오신다는 할아버지께 이런저런 정보를 듣고 싶기도 했고, 다시 뵙자고 말하고 헤어진 것이 마음에 남기도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바닷속으로, 둘째는 땡볕 아래 회의를 시작한다.
천천히 걸어서 바위 근처로 가는데, 절로 감탄이 나는 비밀공간 같은 곳을 발견했다.
해가 비치는데 바위들로 이루어진 그곳을 보는 순간,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에 오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로 다시 향했다.
그런데 물을 사랑하는 둘째는 아직 회의를 시작도 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회의에 참여하기로 한 친구 한 명이 오지 않아 모두들 기다리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둘째는 놀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마냥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시간을 지키지 못해서 이렇게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답답하여 아이에게 너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놀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이는 놀고 싶지만 참여해야 하는 중요한 회의라며 그 땡볕 아래 그냥 모래를 만지작 거리며 기다린다.
어떤 것들을 그저 괜찮다고 하는 아이가 때때로 답답한 순간이 있다. 혹여나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보아도 아이는 화가 나는데 참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것대로 괜찮은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정말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그 장소에 오셨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할아버지가 말씀을 시작하신다.
할아버지의 인생을 듣게 되었다.
나는 몇 마디 하지도 못하고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있다.
아이는 내 곁에서 떠나지도 못하고 함께 말을 듣다가 어느 순간 가버렸다.
그러는 사이 셋째는 와서 언제까지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지만 곁에서 기다리다가 또 가버린다.
대략 한 시간쯤 서서 그렇게 할아버지 말씀을 들었다.
나는 사실, 무언가를 거절하지 못하는 성향은 아니다.
아마 내가 그만 내 시간을 쓰고 싶었으면 적당하게 마무리하고 나왔을 것도 같다.
할아버지 말씀이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할아버지의 말씀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다.
그런데 할아버지 말씀은 끝날 것 같지 않다.
그 사이 회의가 끝난 둘째가 와서 셋째가 없다고 한다.
셋째는 물놀이를 하고는 햇볕 아래 있겠다고 내게 말하고 갔다. 그런데 셋째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께 상황을 대략 말씀드리고 셋째를 찾아 나선다.
셋째는 크게 길을 잃어버리거나 걱정이 될만한 아이는 아니다.
곧 셋째는 찾을 수 있었고, 우리 자리로 돌아가려고 보니 할아버지는 걱정이 되셨는지 우리 쪽으로 오고 계신다.
아이를 찾았다고 말씀드리고 크게 걱정될 만한 아이는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그리고 다시 한 두 마디 나누고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드디어 아이들과 그 장소로 향했다.
둘째는 보자마자 매료되어 바위를 탄다.
나는 자신이 없어 바위에 올라갈 생각은 하지 않는데, 셋째가 형의 뒤를 따른다.
가지 않았으면 싶은데,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 네가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을 거야.
아이에게 다만 내려와야 한다는 것만 잘 기억하고 올라가기를 당부한다.
아이 셋은 신나서 바위를 탄다.
그렇게 스스로를 믿는 아이들이 어여쁘다.
셔틀보트를 타기 위해 오고 가는 길에 10분 정도만 걸으면 인근에 식당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
저녁은 걸어 나가서 먹어보기로 한다.
걷고 걷고 걸어서, 현지인들의 식당에 도착하여 밥이 있는지 물었더니 없다고 하신다. 국수만 파는 곳 같다.
그리고 조금 더 가면 밥을 파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조금 더 걸어서 밥을 먹고 오는 길에 늘 갔던 편의점이 아닌 슈퍼 같은 곳에 가서 간식도 샀다.
아이들이 내일은 하루종일 숙소에 있으면서 수영을 즐기고 싶다고 하여 그러기로 했다.
그래서 간식거리를 또 충분히 샀다.
우리가 밥을 먹었던 식당에서 주스를 먹고 싶지는 않아 돌아가는 길이 거리가 있으니 편의점에서 주스를 사 먹기로 했다.
간식거리까지 들고 또 편의점에 들어갔다.
비가 오는가 싶더니 편의점 도착 바로 직전에 폭우가 내린다.
처음으로 비 내리는 풍경을 마주한다.
비가 올 듯 몇 방울 흩날리다가 멈춘 적이 한 번 있었고 그 외에는 늘 날씨가 좋았다.
그런데 정말 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진다.
양철지붕이 많아서인지 빗소리는 더욱 크다.
당황해서 얼른 양철지붕 아래로 비를 피했다가 와다다다 편의점을 향해 뛰었다.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을 보니 곧 그칠 것인가 보다 추측하며 음료를 주문한다.
그리고 비가 그칠 것 같은지 묻자 웃으며 그렇다는 대답도 들었다.
그렇게 편의점 안에서 음료를 마시며 기다리는데 편의점 바깥에는 우리와 함께 셔틀을 탔던 노부부가 있다.
이 상황이 웃기니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기다리는데 비가 그칠 것 같지 않다.
둘째는 그냥 지금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우리는 기다릴 만큼 기다린 것 같은데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폭우 속을 걷기로 했다.
비를 맞으니 춥고, 비는 더욱 거세진다.
빗 속을 향해 가는 우리를 보고 노부부는 쌍따봉을 날려주신다.
이 폭우 속을 걷는 낯선 여행자를 보며 어느 가게의 현지인은 브라보를 외친다.
비를 맞으며 걸으니 웅덩이를 밟지 않으려 고민하지 않아서 좋다.
비를 맞으며 걸으니 오늘 하루 두 번 씻어서 더 깨끗해지니 좋다.
비를 맞으며 걸으니 젖지 않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다.
그냥 우리끼리 깔깔거리며 그렇게 걸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하여 개구리를 보았다.
제주도에서 올챙이는 봤는데 생각해 보니 나도 개구리를 본 것은 참 오랜만이다.
우리는 그렇게 또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새긴다.
따뜻한 물에 씻고서 보드게임하며 깔깔 웃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