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못 올라가겠어
라일레이에 도착하고 가다 보면 사람들이 잔뜩 상기되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을 보게 된다.
밧줄이 내려와 있고, 한눈에 봐도 암벽등반 수준이다.
이곳은 뷰포인트라고 하는데 거기서 더 가면 라군이 나타난다. 라군은 석호라는 뜻을 가지는데 호수 같은 것인데 바닷물이 섞여 염분 농도가 높다고 한다. 우리가 이곳에서 만나는 곳은 블루라군이 많은데 물 색이 정말 푸르르다.
이 암벽을 등반하여 라군을 만나게 되면 라군에서 수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오늘은 암벽을 등반해 보기로 한 날인 것이다.
우리는 한국에서 올 때 신었던 운동화를 꺼내고 처음으로 양말도 챙겨 신는다.
첫째 아이의 신발이 발에 맞지 않아 아이는 한국에서도 그 신발을 불편해했다.
태국에 도착하였을 때 아이는 그 운동화를 신었지만 계속 불편하다고 했고 숙소를 옮기면서 짐을 줄이고 싶었던 나는 아이의 운동화를 쓰레기통 위에 고이 두고 왔다.
그런데, 오늘 암벽등반을 하려니 운동화가 필요한 것이다.
함께 이야기 나누며 그나마 크록스는 뒤꿈치를 잡아주니 그것을 신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출발.
밧줄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져 있다.
많은 길이 밧줄이 내려져 있고 정말 자연암벽등반이다.
첫째와 둘째는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셋째는 나와 함께 가고 있다.
그런데 셋째도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나는 운동신경도 없지만 몸도 무거운 사람이다.
내 어깨와 손의 힘만으로 내 몸을 올려야 하는 등반이 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뚱뚱한 편인 나는 땀이 많지 않은 편인데 오늘은 땀이 온몸에서 흐른다.
올라가면서 내가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나는 여기를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진짜 할 수 있나?'
초입은 올라가야 하는 것이고 중반부는 내려가는 것인데 완전 직벽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돌을 만져가며 내려가야 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볼 때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많이들 포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출발 전에 둘째가 선두, 그다음은 셋째 그다음은 나, 그다음은 첫째로 순서를 정했다.
그래도 날렵하고 몸을 잘 쓰는 아이인 둘째의 뒤를 따르면 그 뒷사람은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처음에는 대형을 맞춰 올라갔다.
그리고 나는 이내 깨달았다. 이런 대형은 크게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먼저, 둘째는 몸을 잘 쓰는 만큼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것을 편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밧줄을 잡는 것보다 돌을 잡는 것이 편했다.
운동신경이 없는 나는 움직이는 밧줄을 잡으며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보다 조금 더 힘들더라도 움직이지 않는 바위를 잡는 것이 균형을 잡을 일은 없기에 더 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려갈 때 둘째는 뒤로 내려가는 것을 선호하지만 나는 앞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
뒤로 내려가면 내가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 나는 더 무서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호하는 방법이 정 반대이니, 둘째의 발자취는 내게 의미가 없다.
둘째가 딛는 부분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선호하는 방법이 정 반대인 나에게는 오히려 더 힘든 방법이 되기도 했다.
나는 내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익혔고 그렇게 나만의 방법으로 가는 것이 더 안전하였다.
어쩌면 인생도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나이도 많고 부모이니 나의 경험이 더 많아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며 조언보다 더 한 나의 길이 맞다고 강요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자신의 삶에서 그 발걸음을 내딛는 것은 그 자체로도 애씀이고, 그가 생각한 최선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그 디딤보다 안전한 곳이 보일 수 있겠지만, 의외로 그의 삶에서 그 디딤은 최적의 디딤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먼저 걸어간 나의 디딤을 조언으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오로지 그 방법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가 안전을 위해 찾은 방법으로 각자의 속도로 이 암벽등반을 해나갔다.
그리고 어려운 암벽등반과 함께 보이는 풍경은 정말 놀라웠다.
성인 여럿이 둘러도 모자랄 큰 나무, 그 나무가 드리우고 있는 큰 잎사귀들..
그리고 절벽 사이로 보이는 라군.
그 라군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그냥 앉아서 그 풍경 속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
이제는 힘이 빠져 내가 한 마디 한다.
"엄마는 못 올라가겠어."
물론, 그 말은 투정일 뿐 내가 스스로 걸어온 이 길을 나는 다시 오롯이 나의 힘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수영할 생각이 아니어서 그냥 온 아이들은 내일 다시 이곳으로 와서 수영을 하고 싶다고 한다.
이런 순간, 나는 이상하게 힘이 솟는다.
몸을 가볍게 놀리는 아이들, 그리고 모험을 즐기는 모습.
그러면 나는 다시 이렇게 말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 다시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