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생각만큼 물놀이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둘째는 투어 때 하는 스노쿨을 원하면서도 투어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내일은 뭐해?"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이다.
아이들은 내일도 하루종일 숙소에 있자고 한다. 수영을 하겠다고.
그런데 있어보니 수영을 계속하는 것도 아니고 지루한 시간들이 있다.
무엇보다 이 숙소를 예약하면서 지금까지 이용하는 중 가장 비쌌지만, 했던 것은 라일레이로 들어가는 셔틀보트를 이용할 수 있는데다가 이틀치를 벌써 예약해두었다.
그런데 당일 아침에 취소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 때문에 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테니.
그런데 또, 고민이 된다.
나는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칼칼했다. 한국에서는 약을 먹지 않는편이다. 잘 아프지도 않는 편이지만 아프다고 해서 약을 먹는 편이아니었다. 그냥 길게는 삼사일정도를 아프고 나면 몸이 다시 회복하는 편이었다.
처음 코로나에 걸렸을 때 너무 아파서 "약!"하고 외쳤더니 남편은 내가 정말 아파서 죽는 줄 알았을 정도였다.
그런 내가 감기의 시작을 느끼는 순간, 약을 챙겨먹고 처음으로 밥을 한끼 다 먹었다.
약을 먹으려면 밥을 먹어야 하니까.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상비약을 챙겨왔고 나는 내가 스스로 약을 챙겨먹었다.
여기서는 내가 보호자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아이들의 보호자로 존재하여야 한다.
그리고 둘째는 배탈이 났다.
둘째는 태국에 도착하고나서 자신의 몫을 시켜주었는데 부족하다며 누나의 것을 먹었다. 나는 어차피 먹지 않을거라 처음에는 시키지 않았는데 둘째가 있으니 내 몫도 종종 시켜서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아이는 야채도 정말 잘 먹는 편인데 육류를 워낙에 좋아하는 아이인데다가 집에서 먹지 못하는 햄과 빵이 많다. 그러니 숙소의 조식을 먹으면서 아이는 야채에는 손을 대지 않고 빵, 햄, 음료를 주되게 먹었다.
엄마의 샐러드도 먹으라는 말은 잔소리처럼 넘겼고, 먹는 속도가 빠른 편인 아이는 더우니 먹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러더니 어젯밤에는 자다가 일어나 화장실을 갈 정도로 배가 아팠고, 그런 아이는 어제 점심부터 먹지 않았고 오늘 아침에는 가서 샐러드만 겨우 먹었다.
나와 둘째의 몸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운 땡볕 아래에 있어야하는 라일레이로 가야하는가는 오늘 아침에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종일 숙소에 있는 것도 크게 방법이 되지 않는다.
둘째는 배탈이 났어도 에너지는 넘쳤다.
나도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누워있을수만은 없을 것이 뻔했다.
우리는 결국 가기로 결정을 하고 라일레이로 들어갔다.
나는 오늘은 물에는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읽을 책과 보드게임을 조금 챙겨갔다.
그리고 세 명의 아이들은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수영복을 입고 갔다.
자리를 깔고 누웠는데 아이들도 덩달아 내 주변에 있는다.
어쩐 일인지 물놀이를 좋아하는 첫째도 물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나는 이 지루하고 무료하게 보내는 시간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두번째 장기여행이다.
첫번째는 첫째와 함께 간 핀란드, 스웨덴, 에스토니아로 28일간 다녀왔었다. 보름 넘게 친구네 집에 머물렀으니 장기여행이라고는 해도 친구네 집에서 보냈기에 할 일이 없을 때는 동네 산책을 가기도 했고 친구네 집 마당의 체리나무의 체리를 따서 체리 음료를 만들기도 했다.
하다못해 친구의 조언을 듣고 버스를 타고 나갔다 오기도 했다.
그러니 이렇게 아무도 없는 긴 여행은 처음인 셈이다.
한국에서 생각했을 때와 현실은 조금 달랐다.
우선, 내일은 무얼할까라는 것이 생각보다 스트레스였다.
투어를 하자니 가격도 생각을 안 할 수 없고 무엇보다 혹여나 셋째가 새벽에 발작이라도 하면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런데 셋째의 증상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참 애매해진다.
그러니 오후 출발을 선택해야하고 이런 중에 첫째와 둘째의 회의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
처음에는 숙소에서 편히 쉬면 될 것 같았는데 해보니 에너지가 넘치는 둘째는 장난이 심해지고 아이들을 향하는 잔소리가 잦아진다.
그리고 물을 좋아하니 끄라비에 머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물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제주의 바다가 더 놀기 좋다고 생각하고(여기는 물벼룩이 있어서 물놀이중 따끔 따끔 문다. 제주에서는 물벼룩에 물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 물에 들어가기 전에 약간의 긴장이 동반되며 들어가서 물리면 이내 나오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물고기를 보고 싶은데 그러면 깊은 바다를 가야하고 투어를 해야하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일정을 잘 보내는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 내가 느끼기에는 그 정점에 다다른 것 같았다.
이럴 떄면 나는 그냥 그런 날도 있는거지,라고 나를 다독인다.
아이들은 내 곁에 있는 듯 하더니 그 땡볕에 갑자기 모래놀이를 시작한다.
둘째는 삽을 사달라고 하면서까지 모래를 파기 시작한다.
누나, 형이 모래놀이를 하니 물에만 들어가는 것이 내심 싫었던 셋째는 신이 난다.
그렇게 나는 누워서 쉬고 아이들은 모래놀이를 한다.
첫째는 그러다가 내 곁에 누워 쉬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쉬이 나갈 수 없다. 나가는 셔틀은 3시이기 때문이다.
크게 움직임이 없었으니 배고픔도 덜하다.
우리는 점심은 챙겨간 간식으로 대충 먹고, 나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땡볕 아래 보드게임도 하고 함께 모래뺏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큰 웃음소리가 들린다. 듣는 것만으로도 함께 행복해지는..
바닷 속에서 청년과 중년의 무리 중 한 명이 패들보트를 타고 나간다. 그러다가 넘어지면 괜찮다며 응원하는 소리, 그렇게 조금이라도 길게 멀리 가게 되면 환호의 소리.
그들의 경쾌하고 맑은 웃음소리는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듯 했다.
그런데, 둘째가 갑자기 자기도 패들보트를 빌리고 싶단다.
누워서 매우 느슨한 상태였던 내가 알아보고 오라고 하니 아이는 혹시 모르니 돈을 들고 가고 싶단다. 나는 아무생각없이 200바트를 주었고 아이는 한참을 오지 않았다.
그리고 첫째의 이제 아이를 찾아봐야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일어나볼까 고민하는 찰나, 우리는 패들보트와 함께 돌아오는 둘째를 발견했다.
지금 시간은 1시 30분, 셔틀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나는 당황스러운데 아이는 신이 난다. 그리고 셋째와 함께 그대로 바다로 뛰어든다.
1시간 뒤에 저 먼 바다에 있는 아이들을 부르는데 들리지 않나보다.
그렇게 아이들을 겨우 부르고 나니, 남은 시간은 단 25분.
첫째는 우선 짐을 챙겨 셔틀보트 타는 쪽으로 가고 나는 두 아이를 챙겼다.
우리는 편히 있으려고 안쪽 해변으로 들어와있었다.
힘이 센 편인 둘째이지만, 물놀이 후에 패들보트를 들고 가는 것이 힘이 딸린다.
그렇게 패들보트를 반납하고 이제 가려는데 둘째의 신발이 없다.
해변에 두고 왔다. 아이는 뛰어야만 한다.
"뛰어! 뛰어!"
그저 무료했던 하루였다.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모래놀이를 했고, 보드게임을 했다.
누워있었더니 햇볕도 햇볕이지만, 내 몸에 와서 붙는 파리며 개미.
잠깐이지만 비용지불하고 빨리 숙소로 갈까라는 고민도 했다.
그렇게 어여 빨리 3시가 되기를 바랬다.
그런데, 지금은 그 3시가 조금이라도 늦게오기를 바라며 달리고 있다.
우리는 땡볕 아래 달리고 달려서 셔틀보트 시간에 늦지 않았다.
주변을 환하게 만들었던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우리 마음에 들어와 우리의 하루를 환하게 만들었다.
짜증이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 놀이를 찾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그리고 이때는 알지 못했다. 우리가 그렇게 뛰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