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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떠나고 싶지만, 작정하고 떠나다.
- 이해되지 않는 것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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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돌담
Jan 6. 2024
숙소를 이동하는 날이 아니라면, 하루에 한 군데 정도는 다녀보자는 것이 계획이다.
처음부터 아이들과 하는 여행에서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계획 없음 안에서 우리는 자유로이 움직이고 싶었다.
그리고 새로운 숙소에 적응하고 내일은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앱으로 신청하려고 하니 내일 가능한 것은 모두 마감이다.
계획 없음은 이런 결과를 낳기도 한다.
고민하다가 호텔 직원에게 물어본다. 호텔 직원은 아주 친절히 알려주고 내 마음을 끈 것은 팔라우 폭포이다. 폭포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니 물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나 신나는 경험일 것 같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자려고 누웠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후기를 살펴보는데 검은 물고기가 많단다.
아, 그럼 첫째는 힘들어할 것 같다.
그러다 문득 구글 지도를 열고 가까운 관광지를 살펴보았다.
맹그로브 숲.
여기를 가야겠다. 걸어서 30분이 넘게 걸린다고 하니 가는 길에는 그랩을 타고 오는 길에는 걸어오면서 점심을 먹으면 딱 좋겠다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그랩을 불렀더니 오지 않는다. 음.. 곤란하다.
왕복을 걸을 수는 없다. 고민 끝에 돈을 조금 더 주는 그랩 기사를 선택했더니 잡혔다.
궁시렁 거리는 나의 곁에서 첫째가 "엄마, 한국에서도 택시앱을 부르면 돈을 더 주면 잡혀. 조금 치사하긴 하지만 한국이랑 같네~" 한다. 그래, 한국이랑 같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호텔 같은 건물이다. 이건 뭘까 궁금해하며 물어보았더니 호텔이었다.
아마도 내가 목적지를 잘못 친 것 같다.
지도를 펼쳐서 내가 갈 곳을 보여주며 '바이 워크'했더니 잠깐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방법이 없다.
땡볕 아래 다시 걷기 시작한다. 아무리 가도 사람도 관광지로 보이는 곳도 없다. 겨우 만난 동네 할머니.
다시 지도를 보여주니 뭐라고 하신다. 하지만 언어는 의미 없다. 우리에게는 방향이 중요하고 방향은 손가락으로 충분하다.
할머니,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는 아저씨, 차를 타고 지나가는 아저씨.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만나고 만나서 길을 찾아낸 것은 처음 택시를 타고 내렸던 바로 그 근처이다.
음.. 호텔같은 그곳의 맞은편으로 갔어야 하나 우리는 그 길을 쭉 따라나섰고 그렇게 다시 돌아와 출발지점으로 온 것이다.
그리고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맹그로브 포레스트 테일(Mangrove Forest Trail)이라는 선명한 글자와 화살표.
그렇게 다시 삼십여분을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
나는 나무뿌리 모양이 신기한데 아이들은 더위에 지치고 여기가 관광지가 맞느냐고 몇 번을 물었다.
그래도 함께 전망대도 오르고 다시 한 시간여를 함께 걸었다.
원숭이사원을 갔을 때도, 무계획이니 관광객이 없는 이상한 길로 가다가 많이 걸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나름대로 관광지라고 찾아가는데 참으로 사람이 없는 곳만 다닌다.
왜 그런 걸까 하고 말하니,
"엄마,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니었어?"
"응, 엄마는 오늘 진짜 관광지를 갈 계획이었다니까!"
"아, 나는 엄마가 일부러 그러는지 알았어."
엄마가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다고 하면서도 땡볕의 고생에도 그저 함께 따라주는 어여쁜 아이들이다.
다시 그랩을 잡으려니 막막하다. 그리고 문득 그렇다면 근처 음식점을 찾아서 그리로 바로 그랩으로 이동하고 다시 숙소로 그랩을 잡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번뜩이는 생각! 아이들이 나에게 천재란다!
그리고 구글지도로 음식점을 검색하는데 우리가 찾는 것은 맛집이 아닌 나름대로 그랩이 잡힐만한 위치의 음식점이다. 다시 돈을 조금 더 주는 그랩을 선택하고 그랩으로 이동!
그런데, 이 식당 맛집이다! 너무 맛있다.
게다가 구글 지도로 우리 숙소를 검색하니 걸어서 대략 10분이다. 이럴 수가! 무엇이든 계획대로 흐르지 않는다.
맛나게 점심을 먹고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를 사서 다시 걸었다.
기분이 좋은 둘째의 흥겨운 장난이 점점 심해진다.
나는 둘째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너무나 사랑한다. 어쩌면 나에게 그런 모습이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동시에 너무나 이해되지 않기도 한다.
이런 둘째를 보며 내가 작게 한숨을 쉬면 첫째가 그런다.
"엄마, 이게 이 아이의 매력! 엄마가 이해되지 않는 건 다 매력이라고 했잖아!"
태국에서의 첫날 내가 한 말이다.
그래, 그것이 그 아이의 매력!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이 서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까?
그렇게 순간의 이해되지 않음을 유쾌하게 넘어가는데 정도가 지나치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저녁 먹으러 나간 식당에서 둘째의 매력은 더 이상 내가 받아들이기에 힘든 수준이다.
"엄마가 여러 번 말하는데 계속하니까 이제는 엄마가 불쾌해. 오늘 저녁동안은 엄마에게 말 걸지 말아 줘."
이해되지 않음을 매력
으로 생각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러한 매력을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또다시 자신이 선택하자고 말해두었다. 나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
식사량이 많은 아이는 밥을 더 시켜달라고 했는데 기분이 상해버린 나는 말을 걸지 말라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아이는 슬쩍 눈치를 보면서 차지 않은 배를 참아낸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슬쩍 내 옆으로 와서는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밥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인 것이냐! 그래도 사과하는 그 마음이 예쁘다.
집에서도 육아를 하며 아이들과 다투는 일이 있다.
육아와 다툼은 아주 긴밀한 관계이다.
집에서는 아이들은 학교로, 나는 직장으로 서로 떨어져 지내다가 아침, 저녁에만 만나도 싸우게 되는데..
여행지에서는 꼬박 24시간을 함께 지내니 얼마나 티격태격할 일이 많겠는가.
이해되지 않음을 매력으로 생각해 버리고 받아들이는 태도도
그러다가 나의 임계점에 도달하였음을 알리는 것도
상대의 사과를 어여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아이들 또한 나를 참아주고 있음을 안다.
우리는 서로의 노고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우선 오늘은 앙금 없이 하루가 흘렀다.
땡볕의 행군에 지칠 법도 하지만, 어떤 상황도 그냥 즐겁게 받는 어여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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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나 내성적, 길치, 편식, 초등저학년 영어를가진 한계를 인정하며 모자른 듯 평화로운 시간을 향해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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