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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폰더 Jul 18. 2022

이성(異性)과 이성(理性)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_4

유행이라 불릴 만큼 비혼이 늘고 있다. 사회, 경제 제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성(異性)보다는 이성(理性)에 집중한 결과로 보고 싶다.




나 역시 비혼족이다. 결혼과 출산의 적령기라고 하는 나이가 훨씬 지났음에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 영혼의 동반자라고 생각하는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어릴 적부터 결혼에 대한 기대나 환상이 없었다.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은 제도라 여겼다. 그래서 비혼은 나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남들보다 일찍 이성(異性) 보다 나의 이성(理性)에 집중하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종적으로 내 인생에 결혼은 없다고 선언하고 나니 인생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성장을 지켜봐야 할 아이도 없고 함께 늙어갈 남편도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슬프지 않았다. 나에겐 평생을 약속한 친구가 있고 기혼자들이 아이와 남편을 핑계로 못 하는 일들을 실컷 할 수 있어서 신났다. 여행을 하고 스쿼시를 배우고 서핑도 시작했다. 생각만 하고 있던 대학원에 진학했고 마음의 부채로 남았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이제는 디지털 노마드를 꿈꾼다.

결혼과 비혼.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이고 그 사람의 선택이며 만족이나 후회 또한 당사자가 감당해야 할 개인의 영역이다. 같이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다름의 인정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결혼은 왜 안 하냐, 애인은 있냐, 몇 살 이냐, 직업이 뭐냐... 이런 질문이 고맥락 사회의 문화적 특성이고 정(情)으로 하는 말이라고 하기엔 우린 너무 현대에 있다. 스마트워치에 태블릿을 들고 다니면서 농경사회의 대화를 하는 건 너무나 이질적이지 않은가?

차별은 모두 비교에서 시작되지만 다른 것이 존재하기에 서로 빛나는 것이다. 좀 다르다고 '왜?'라는 의구심을 품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가 보자. 이런 유연함이 시간을 거듭하면 인식의 변화로 자리 잡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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