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차원이 달라진 기분
2020.11.
만 5살을 한 달 앞에 두고 아이는 첫 학원으로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피아노 이야기를 한지는 벌써 일 년은 된듯하다.
드문드문이지만 꾸준히 이야기하길래 작년에 근처 학원에 문의했더니 매일 와야 한다고 했다.
"그럼 안 할래~"
짧은 몸을 삐딱하게 누워서 만화를 보면서 나의 보고를 들은 아이는 쿨하게 마음을 접더라.
올해 또 이거 저거 배우고 싶다며 손가락을 접었다.
가베, 발레, 미술, 피아노, 태권도! 아마 자기가 아는 것은 다 말하는 듯했다.
"그중 두 개만 골라볼까?"
"음... 가베랑 피아노!"
그래, 그럼 알아나 보자. 알아보니 주 5회 매일 40분씩 수업한다고 하셨다.
단풍잎 손으로 무얼 할까 싶었다. 이번에도 쿨하게 접을걸 예상하며
"매일 가야 한데~"
"할래. 매일 갈래!"
그렇게 급하게 다음날 상담을 받고 왜 오늘부터 안 하냐는 아이를 데리고 나와 그다음 날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음악이론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한글도 좀 알아야 하고 스티커 부치고 색칠하기 등을 주로 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피아노도 매일 조금은 친다고 하니 그래, 놀이터 가듯이 가보자 싶었다.
첫날 수업을 마친 아이는 나를 보자 흥분하며
"엄마, 피아노에서 이쁜 소리가 났어"
하는데 아이가 예뻤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 손을 잡고 이야기하였다.
"윤서야 이건 윤서가 행복하려고 하는 거야 재미없어지거나 힘들면 언제든 이야기해~"
"그럼 어떻게 돼?"
"우선 한 달은 끊었으니 다녀보고 안 다니는 거지?!"
"알겠셔~"
난 아직도 아이를 아기로 보고 있었구나.
만화나 보여주고 인형놀이, 소꿉놀이나 하는구나. 의식주만 책임져주고 있구나..
내가 고민할 필요 없겠구나.
아이가 해보고 아이가 고민하면 되는구나.
우리 아가가 벌써 이만큼 커서 이런 생각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낯선 환경도 용기 내서 이겨내 볼 수 있구나.
이제 사교육의 세계의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다.
문득 스카이캐슬이 스쳤지만 난 그럴 재주가 전혀 없다. 그냥 내가 어릴 적 못해봐서 지금까지 남는 아쉬움들... 발레, 바이올린, 피겨스케이팅 등 얼마 해보고 내 적성이 아님을 반드시 깨달았을 그것들이 시작도 못하니 삼십 년 넘게 나의 마음에 작지만 선명히 남아있는 걸 보면
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은 웬만하면 그냥 체험 삼아 몇 달이라도 해보고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게끔
난 그 정도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지금도 아이를 기다리며 일기를 쓰고 있다
나에게는 조각나는 시간들이 더 많아지겠지?
나의 시간과 경제력이 되는 정도까지는 이것저것 다 해보자꾸나.
그러다가 정말 오랫동안 하고 싶은걸 찾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