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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리 Jun 18. 2019

성수동 동네카페, 메쉬커피

그들은 어쩌다 성수동의 힙한 사랑방이 되었나

나는 커피를 잘 모른다. 그런 내가 관심을 가진 커피 브랜드가 있었으니 성수동 동네커피, 메쉬커피다. 메쉬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꽤 오래 전부터 들어왔다.


성수동의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커피 가게가 있다는 이야기. 어찌나 사이가 좋은지 손님과 주인이 함께 해외로 커피 트립을 떠나기도 한다는 이야기. 해외에서 가져온 원두를 가지고 그 쪼끄만 가게에서 팝업을 하기도 하고, 페스티벌을 열기도 한다는 이야기. 게다가 그 가게를 운영하는 두 남자의 실력이 꽤나 출중하다는 이야기까지. 그들은 스스로를 아티스틱 커피 듀오라 칭한다 했다.


그리고 최근 그들이 펴낸 책 <오예! 스페셜티 커피!>를 읽고는 제대로 빠졌다. 로스터 김현섭이 글을 쓰고 바리스타 김기훈이 삽화를 그린 책이다. 스페셜티 커피 가이드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고 브랜드 매거진 같기도 한 책. 한 번 펼치면 닫을 수 없다. 그들의 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왜

메쉬커피 이야기냐고?


요즘 현대백화점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 <Made in Seong-su> 때문이다. 성수동 기반의 제조 장인과 디자이너, 스몰 브랜드의 스토리와 아이템을 소개하는 팝업 이벤트다. 그러던 차, 성수동의 커피 브랜드도 함께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듣고 내가 외친 곳은 당연히 ─ '메쉬커피'였다. 그리고 오늘, 그들을 만나고 왔다.




메쉬커피는 서울숲길에 있다. 그들이 처음 문을 열었을 무렵, 그 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서울에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없는 동네가 아직도 있었구나’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손님도 참 없던 그 거리의 사람들은 유대감이 꽤 끈끈했다. "오늘도 장사 잘 안 됐죠? 술이나 한 잔 할까요." 하면서 모이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의 안내소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는, 귀여운 동네 사람들.

그 시절 메쉬커피에서는 어쩌다 손님이 오면 그 손님들을 데리고 성수동 여기저기를 소개해주며 '과잉친절'을 베풀었다고 했다. 워낙 손님이 없어서 자리를 비워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고.



“심심하면 무슨 일이든 하게 돼요.”


한적한 오후 동네 사람들과 모여 앉아 이번엔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을 해 볼까, 하며 벌린 일들이 많았다. 하필이면 그 동네 사람들도 좀 특이한 사람들이었고. 북유럽 여행을 갔다가 원두 전 라인을 수입해 함께 마셔보는 이벤트를 열었던 적도 있다. 그곳에서 사 온 LP를 틀고 북유럽의 디저트와 함께. 이유는 ‘맨날 우리 커피만 마시면 동네 사람들도 재미없을 것 같아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 어딘가 좀 독특한 사람들이 많았던 성수동에서 그들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성수동이 좀 예술적인 동네라는, 거기 가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긴다는, 그리고 거기 가면 메쉬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오래전 시나리오 작가를 꿈꿨던 로스터와 미대를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 했던 바리스타. 그들은 결국 커피를 선택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커피를 통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요즘도 그들은 ‘MCC(Mesh Coffee Culture)’라는 타이틀로 다양한 이벤트를 전개한다. 동네 디저트 가게랑 콜라보하기, 커피랑 간식 들고 아차산 가기, 커핑 이벤트, 북 토크까지. 작품을 발표하듯 재미난 커피 프로젝트를 펼쳐내는 아티스틱 커피 듀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던 시간.



조공 중인 덕후 (도쿄에서 사 온 마루야마의 커피 젤리)


서울숲이 생기기는 했지만 원래 성수동은 공장 지대였고, 가죽과 신발 부속 도매 시장으로 유명했다. 더구나 성수동 내에서도 뚝섬은 워낙 낙후된 동네였다. 오래전에 경마장이 있었던 곳이라 이미 우범 지대로 낙인찍혔고, 근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뚝섬 주변에 가는 것을 막았다. 그럼에도 이 동네에 처음 들어섰을 때 마주한 오래된 은행나무 길은 유독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침 서울숲 근처에서는 사회적 기업들이 들어서고 있었고, 예술가들의 작업실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었다. 취향이 비슷하고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 서울숲 공원, 지하철 2호선이 지나가는 편리한 교통. 주택가와 회사가 적당히 섞여 있고 카페가 많이 없는 동네. 바로 이 곳이었다. 드디어 조건에 딱 맞는 곳을 찾았다 싶었다. 예전부터 내가 알던 성수동답게 뜬다는 동네치고는 거리가 한산해 임대료도 적당했다. 이중에서도 가장 외진 자리. 기억에 깊이 남았던 가로수 길 끝자락 택시 회사 옆에 공간을 마련했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여기라면 임대료가 오르는 데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이곳에서 지금은 유명해진 선배들의 카페처럼 조용하고 꾸준하게 실력을 키워 나가고 싶었다.

주변에 뭐가 너무 없고 동네 사람들도 다들 사람이 고팠기 때문에 서로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그렇게 성수동에서도 서울숲길만의 독특한 유대가 생겨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카페는 일 년을 견디기도 힘들다는데, 성수동 사람들과 주변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메쉬 커피>는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잘 버티고 있다. 근처에 새로운 카페들이 계속 생기고 있지만 그새 또 여럿이 문을 닫아 <메쉬 커피>는 서울숲 블록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가 되었다. 심지어 힙스터들이 테라스라고 부르는 길거리 야외 테이블에 앉아 사진을 찍어 올리는 사람이 많은, 그야말로 힙한 장소가 되었다. 카페를 열고 처음 한두 해는 밥벌이가 힘들었지만 점차 살림살이는 나아졌다. 다만 우리가 아끼는 단골들은 급격히 오른 월세와 핫하게 변한 분위기가 싫어 서울숲을 떠났다. 너무 아쉬웠다.

안타깝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 현상은 우리가 노력한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도 언젠가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자리를 지키며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숲을 떠난 사람들이 오랜만에 들렀을 때도 함께 옛 추억을 나눌 수 있도록 말이다.

김현섭 글, 김기훈 그림, <오예, 스페셜티 커피!> 中


메쉬커피는 성수동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는 것이 목표다. 10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가게가 되고 싶다고. 만약 성수동에 더 이상 있을 수 없게 되는 날이 오면 시골로 갈 거라고 하니, 그 날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메쉬를 방문해야 할 것이다.


기왕이면 6월 28일, 현대백화점 천호점 <Made in Seong-su> 현장에서 만나보면 어떨까. 그 날이 어렵다면 29일이나 30일, 또는 7월 6일과 7일에도 그들은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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