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다 말고 한 생각
한참 수영에 빠져 있던 친구가 있었다. 그게 요즘의 낙이라며, 꽤 오랫동안 수영장을 다녔다. 당시 그녀의 수영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그녀는 하다보니 자꾸 잘 하고 싶어진다고 했다. 함께 휴양지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모두가 유유자적 떠다니는 풀장에서 혼자 진지한 얼굴로 수영 자세를 연마하던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웃기던지.
그런 그녀의 수영 에피소드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유독 힘들어서 그녀의 수영 메이트들을 하나씩 앞세워 보냈던 어느 날에 대한 이야기였다. 링에 힘 없이 매달린 채로 "먼저 가세요~" 라는 멘트를 날렸다는, 어찌 보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에피소드다. 하지만 특유의 손짓과 함께 그 순간을 재연하던 친구의 모습이 재미있어서였나, 종종 그 이야기가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이야기를 다시 회상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뒤에서 달려오던 사람이 "지나갈게요~" 라고 외치며 나를 지나쳐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대단한 속도였다. 나는 ‘네에~ 마음껏 지나 가십시오’ 하는 마음으로 옆으로 쓱 비켜 주고 내 갈 길을 갔다. 그러다 또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나 피식 웃었다.
나는 요즘 자전거에 빠져 있다. 그렇다고 엄청난 라이더가 된 건 아니다. 따릉이를 탄다. 처음엔 일일권, 그 다음엔 일주일권, 요즘은 한달권을 끊어서. 호기심에 타 본 것도 있고, 운동을 조금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국 가장 매료된 건 자전거를 타는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혼자 비행기를 탈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핸들을 쥐고 있는 순간만큼은 모든 할 일에서 해방돼 이런 저런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다.
게다가 한강의 풍경이 기가 막힌다. 한강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갈 때는 꼭 그 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아 마음이 벅찰 때가 많다.
그렇게 한강에서 따릉이를 타다보면, 장비를 갖추고 빠르게 달려가는 본격 라이더들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가끔은 그들의 옆에서 연두색 따릉이를 천천히 몰고 있는 내가 너무 소박하게 느껴진다. 괜히 힘차게 페달을 밟아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뭐, 그래도 상관 없다. 내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속도가 아닌 즐거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삶을 사는 것과 자전거를 타는 것이 무엇이 다를까?
중요한 것은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
내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를 잊지 않을 것.
물론, 타다가 잘 타게 되면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