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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리 Aug 16. 2019

지난 1년 여러 겹의 커뮤니티로부터 받은 영향

그로 인해 내 삶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지난 1년, 내 삶에 찾아온 변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되돌아보니 내가 경험한 여러 겹의 커뮤니티로부터 받은 영향이더라.


전에는 그 의미조차 짐작이 가지 않던 '커뮤니티'라는 단어의 의미를 지난 경험을 통해 되짚어봤다. 이것은 나를 두드려 깨워 줄 자극이 간절했던 개인이 여러 낯선 세계들과 충돌하며 변화한 과정에 대한 기록이자, 변화를 모색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만난

'개인'이라는 감각

나만의 일, 나만의 콘텐츠



퇴사를 고민하던 무렵, 나에게 영감을 준 선배가 있었다. 1인 기업 워크베터컴퍼니의 대표이자 '마케팅 천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강혁진이다. 그는 결코 퇴사를 장려하지 않았지만 퇴사 후 자신만의 업을 찾아나가는 능동적인 행보는 나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멈춰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던 때였고 변화를 원하던 시기였기에 더욱 와 닿았던 것 같다.


그는 1인 기업가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니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는 모임을 하면 어떨까? 관심 있는 사람 있을까?’ SNS에 툭 올려본 것이 ‘월간서른’의 시작이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반응은 더욱 뜨거워져 내가 그곳을 찾았을 때쯤엔 이미 100여 명의 참가자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월간서른 '남의집 프로젝트' 편



나는 월간서른을 통해 ‘조직’이 아닌 ‘개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를 인지하게 됐다. 그들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과 일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딴짓' 혹은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직장에 매이지 않고 자신이 '주체'가 되는 일들을 실험하고 있었다.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실감했고, 내 안으로 충격이 밀려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저 퇴사했어요.’라는 말에 ‘밥이나 한 번 먹자’ 던 선배와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월간서른 특별편’을 함께 만들기도 했고, 중국으로 비즈니스 인사이트 트립을 떠나기도 했다. 선배는 '너도 너만의 일을 찾아봐'라고 적극적으로 격려해 주었다. 그때의 나는 엄두도 나지 않아 전 그럴 깜냥이 못 돼요, 라며 손사래를 쳤었다. 그러면서도 그 말이 계속해서 머리에서 맴돌았다. 생각해보면 항상 '직장보다는 직업'을 말하면서도 정작 어떤 직장에서 일할 것인지를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이 무서웠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내 삶을 마음대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낯선 사람 효과, 연결의 힘.

삶을 변화시키는 창조적 충돌



작년 폴인에서 주최한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그중 놀라운 에너지로 내 마음을 뒤흔든 연사가 있었으니, 바로 록담이다. 당시 카카오에서 근무하고 있다던 그는 여러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본명 백영선, 워킹네임 로리, 소셜네임 록담. 그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개념을 설파했다. 언어유희를 좋아하는 그의 설명에 따르면 회사와 집 ‘사이’에서 할 수 있는, 나를 객체가 아닌 주체로 전환시키는 일들이란다. (참고로 사이‘드’는 묵음 처리해달라고.) 낯선 대학, 낯선 컨퍼런스, 100일 프로젝트, 리뷰빙자리뷰... 그는 엄청나게 많은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었다. 그중에서 나는 리뷰빙자리뷰와 낯선 컨퍼런스를 경험했다.






리뷰빙자리뷰



‘리뷰를 통해 너를 다시 본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일명 리빙리는 경험을 나누는 살롱이다. 무언가를 해 본, 어딘가를 다녀온 사람들이 자신의 독특한 경험을 나눈다. 소중한 경험 자산을 나누어 받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참가한 첫날, ‘돈 좀 걷어주실래요?’ 해서 ‘네, 그럼요!’ 한 것이 시작이 되어 리빙리의 시즌 1 스탭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리빙리는 시즌 2로 전환, 매월 일정한 주제로 리뷰를 진행하고 있다.)



리빙리의 특징이라면,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꽤 많은 분량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회 리뷰어의 리뷰에 앞서 참가자가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만 1시간이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면서 간단한 단어로 스스로를 표현하던 사람이 회를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살이 붙고 구체적으로 변한 소개말을 꺼내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애틋해진다.


리빙리를 통해 정말 다양한 세계들과 만났다. 파리까지 가서 보고 온 세계적인 푸드 박람회 이야기, 케냐에서 달리기를 하고 온 이야기, 남의 집 대문에 양말을 놓고 온 프로젝트 이야기, 부여의 버려진 집들을 문화적 콘텐츠로 되살리는 이야기, 브랜딩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물 끓이는 이야기, 그래픽 디자이너의 정체성으로 서점을 기획하고 운영한 이야기 … 그런 경험들을 듣다 보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는 감각들과 만난다. 내가 처음 예술학교에 입학했을 때 느꼈던 충격, 그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결국 리빙리는 낯선 세계와의 창조적 충돌(타인의 삶에 대한 리뷰)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내 삶에 대한 리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록담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주체'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 '이 힘들고 불안한 세상 모두 함께 잘 살아보자'라는 따뜻한 마음이 엿보인다. 그래서일까. 리빙리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는 '서로 돕자'는 묘한 연대의식이 느껴진다. 그들은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 주고, 나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때론 조언하고, 때론 위로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어찌나 든든하고 고마운지. 나도 그들에게 무엇이든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오른다.  


리빙리를 통해 파생된 커뮤니티들도 많다. 리뷰어 장준우 셰프를 중심으로 한 '월간 장준우'는 1년 가까이 유지되어 왔고, 나이가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 그 즈음의 생각을 나누는 모임도 꽤 여럿이며, 리빙리와 비슷한 포맷으로 특정한 주제를 탐구하는 살롱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렇게 '연결'은 계속해서 퍼져 나간다. 록담은 그게 좋다고 했다. 리빙리와 비슷한 모임들이 많이 생기면 사회가 더욱 건강해질 것 같다고 했다.






낯선 컨퍼런스



리빙리를 인연으로 제주도에서 2박 3일간 벌어지는 '낯선컨퍼런스'에도 참가했다. 올해의 주제는 '셀러'였다. 인사이트를 파는 사람, 콘텐츠를 파는 사람, 스토리를 파는 사람, 베이컨을 파는 사람, 보편적이지 않은 마케팅을 파는 사람, 일상을 파는 사람, 잠을 파는 사람, 영화를 파는 사람, 디자인을 파는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그만큼 다채로운 키워드들로 자신을 표현했다. 서로 나누어 가질 선물도 하나씩 가져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물건들에도 각자의 개성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쓴 책, 아끼는 음반, 재치 넘치는 장난감 등.




왜 '컨퍼런스'일까? 궁금했다. 일반적인 컨퍼런스와는 꽤 다른 풍경이기에,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 이름 같다. 하지만 경험해 본 결과, 낯컨은 분명한 컨퍼런스다. 컨퍼런스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화제에 관해 협의하는 사람들의 모임 또는 회의'라고 나온다. ‘형식’보다 ‘주제’다.


낯컨은 계속해서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진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2박 3일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크고 작은 무대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은 여러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이를 계기로 모두는 '나의 주제'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나에겐 너무 익숙한 '나'를 낯설게 바라보게 된다. 다시 무언가를 새롭게 해 보고 싶은 에너지를 얻는다. 나와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연결점을 생각해본다.




삶에도 예술경영이 필요해


록담을 ‘귀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이들이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그가 만든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이를 발판 삼아 성장했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그가 깔아준 판을 통해 수십, 수백 개의 낯선 세계들과 연결되었고, 새로운 감각들과 충돌하면서 변화했다. 그는 일상의 평균을 높이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벌이고 있는 프로젝트는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이를 꿰는 맥락은 같다. 낯선 연결을 통한 개인(주체)의 '성장'과 '확장'이다.


나는 여기에서 '예술적 개입(Artistic Intervention)'이라는 용어를 떠올렸다. “베를린사회문화연구소의 Arian Berthion Antal이 제시한 용어인 '예술적 개입(Artistic Intervention)'은, 예술가나 예술 단체가 기업, 기관 등의 조직에 투입되어 예술가와 조직원 간의 상호 작용 및 학습의 과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차원의 조직 개발을 일으키고, 또한 그 자체가 예술적 작업으로서의 미학적 성취를 얻는 과정을 일컫는다. (브랜드 구축이나 상품 개발을 위한 예술가와의 협업이나 예술가에 대한 일방적 지원을 뜻하는 스폰서십과는 다른 개념이다.) 예술과 조직, 어느 한쪽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술과 조직이 전혀 다른 세계를 탐험하는 창조적 충돌(Creative Clash)의 과정을 통해 학습하고 상호 발전하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


안탈은 예술계와 조직 사이를 매개하는 작업을 중심으로 이 개념을 제시하였지만, 나는 다양한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 동일한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과정이 Know-how가 아닌 Know-feeling을 촉발시킨다면, 그 또한 예술적 개입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프로젝트가 일종의 대안적인 예술교육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도 이어졌다.


이른바 정답 사회에서 이유도 모른 채 내달려온 사람들이, 답을 잃은 채로 사회에 쏟아져 나온다. 불안하고 무서운 감정을 느끼며. 그럴 때 역시 똑같이 불안한 그가 먼저 깜빡이를 켰다.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여기에 나도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같이 깜빡이를 켜고 한 발짝 한 발짝 걸어 본다.







전에 없던 개념을 제시하는 사람들

거실 여행 플랫폼 남의집 프로젝트



자기 자신을 ‘문지기’라 칭하는 김성용 대표는 남의 집으로 떠나는 ‘여행’을 제안하는 사람이었다. 남의집 고수, 남의집 음악감상, 남의집 보이차 … 주제도 다양했다. 호스트의 취향을 매개로 형성되는 일시적이고 느슨한 커뮤니티의 개념이 흥미로웠다. 그 모든 일이 개인의 '집'에서 벌어진다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1회로 끝나 버린 '방구석 페스티벌'이 퍼뜩 떠올랐다. 우리 집을 축제 장소 삼아 창작자와 관객을 모으고, 모두가 주최자가 되어 이 방 저 방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기획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늘 아티스트와 관객을 비예술 공간에서 매개하는 일을 좋아했고 관객에게 주체성을 부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다시 열지 못해 아쉬웠던 그 기획이 어른거렸다. 마침 '그거 또 안 하냐'라고 옆구리를 찌르던 친구도 있었던 차다. 간단한 기획안을 써서 문지기를 찾아갔다.


문지기도 '방구석 페스티벌'에 흥미를 보였다. 하지만 그 기획을 실행하려면 함께 할 '호스트'들을 먼저 확보해야 했다. 진행을 시켜본 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내가 처음 생각한 '호스트' 후보들은 '아티스트'들이었다. 배우, 연출가, 미술가... 내 주변의 작가들에게 운을 띄웠다. 그리고 놀랍게도, 생각보다 그들은 비예술 공간에서 관객과 만나는 행위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상 밖의 반응에 자연스레 문지기에게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본업은 유지한 채로 느슨하게 협업하는 ‘크루’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는데 함께 해 보지 않겠냐고. 당연히 오케이였다!




아니 뭐 이런 것까지



그는 '뭐 이런 것까지'도 주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누구나 호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개념이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나는 막연하게 어떤 창조적인 결과물을 내놓는 사람은, '아티스트'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에게 국한된 행위라고 생각해왔었나 보다. 누구든 주체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호스트를 마중물로 모이지만 게스트 모두가 수용자가 아닌 발화자가 되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 또한 매력적이었다.


남의집 프로젝트의 크루 '참새'로 활동하면서, 이 시대의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처음 크루가 되었을 때, 이 곳을 통해 세상과 연결하고 싶은 사람들의 테마는 ‘아티스트’였다. 하지만 곧 단순히 예술을 업으로 하는 전문예술인으로 한정 짓는 생각은 그만두었다. 그리고 내가 자신의 삶을 예술적인 에너지로 조직하는 사람들에게 이끌린다는 것을 알았다.




새로운 예술, 새로운 예술가


그래서 신소영 셰프를 첫 번째 호스트로 꼬셨다. 오랫동안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온 인물이다. 신소영 셰프는 문화예술기획자로 일하다가 서른이 넘어 스페인 요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 요리사가 된 인물이다. 독특하게도 팝업 키친과 마켓을 기반으로 스페인 창작 요리를 선보여 왔는데, 그 방식에 나는 매력을 느꼈다. 최근에는 시흥의 ‘빌드’에서 로컬과 연계한 특색 있는 요리들을 연구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에 대한 고민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남의집 인생식탁'을 열었다. 하던 일을 접고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고 계신 분, 또는 그런 새로운 전환점을 고민하는 분들과 모여 취향을 나누고 스페인 요리를 나누어 먹는 시간을 계획했다. 그녀의 인생이 담긴 식탁, 인생을 나누는 식탁, 맛있는 음식 - 그야말로 '인생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탁.




결과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을 마음이 가득한 사람들이 모였다. 각자 무언가에 끌려서 이 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마침 비슷한 순간 속에 서 있었다. 적어도 어떤 한 부분만큼은 깊게 나눌 수 있었고, 오늘의 이 관계들이 어떤 형태로든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얼굴들에 왠지 위로를 느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하고 싶었던 예술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삶과 분리되지 않은 예술. 삶에 영향을 미치는 예술.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예술. 내가 최초에 이끌렸던 예술의 본질은, 기존에 만들어진 틀을 깨고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태도 그 자체는 아니었을까. 그때부터 나는 전에 없던 개념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삶을 예술로 만드는 기술

아티스틱 커피 듀오의 일상



요즘 메쉬커피에 빠져 있다. 성수동을 꽤 오랜 시간 지켜온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다. 커피의 맛도 맛이지만, 사실은 그들이 만들어 나가는 문화에 매력을 느꼈다. 메쉬커피 지하 워크룸에서 진행하는 'MCC(Mesh Coffee Culture)'가 정말 재미있다. 원두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커피를 테마로 다녀온 여행 이야기, 커핑 이벤트 등 커피 전문가 및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주제도 있지만 ‘MCC의 친구들’과 함께 음악이나 자전거 등 동네의 특색 있는 사람들과 연계한 이벤트도 연다.


요즘엔 그곳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메쉬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성수동 사람들이 모여 9월 말엔 학예회도 개최하려고 한다. 못 하면 못 하는 만큼, 배운 데까지만 치기로 했다. 자신의 취향이 담긴 곡을 연습해서 함께 나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나는 재즈 버전으로 편곡된 동요를 연습하고 있다. 멜로디가 너무 흥겨워서 그런지 치다 보면 자꾸 어깨가 들썩거리는데 그 모습이 우스워 크게 웃곤 한다. 그런 순간에 마시는 커피는 즐겁고 따뜻한 순간을 상징하는 맛으로 각인된다. 이런 감정을 가능케 해 준 메쉬에 감사한 마음.



 


다중의 정체성



커피를 업으로 삼고 있지만 이를 매개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고 확장하는 그들이 좋았다. 그들이 삶을 조직해 나가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커피를 하는 사람이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성수동의 문화를 만드는 사람,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에 스스럼이 없는 사람, 삶을 예술적이고 능동적으로 조직하는 사람, 그렇게 다양한 결로 느껴졌다. 다중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BE AN ARTIST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개인의 이야기'는 어떤 가치를 갖는가.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에너지는 무엇으로부터 파생되는가. 삶의 주체가 되는 개인이 늘어났을 때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가. 그런 막연한 질문들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최근에는 그 메시지를 담아 ‘스토리살롱 : 이야기의 탄생’을 오픈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다져가고 있는 사람들과 연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만들어보는 살롱이다. 궁극적으로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BE AN ARTIST'. 내 삶을 예술적으로 경영하는 내 삶의 예술가가 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커뮤니티라는 건 ‘공통의 지향성을 가진 사람들 간의 관계 시스템’인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상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면 이처럼 여러 겹의 커뮤니티에 뛰어들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비슷한 지향점을 지닌,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 교류하고 대화하는 순간들이 작은 무대처럼 느껴졌다. 나에 대해서 말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게 됐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손열음의 말이 떠오른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A Different Story였는데, 무엇이 좋고 나쁜지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 다른지를 찾는 게 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에 'Different'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우리네의 삶도 매한가지가 아닐까. 무엇이 좋고 나쁜지가 아닌, 남들과 다른 나만의 것을 찾아나가는 모두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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