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가 탄생하는 순간 <이야기의 탄생> 기획노트
'이야기의 탄생'을 기획하게 된 것은 우리가 필로스토리를 함께 하게 된 이유와 맞닿아 있다. 처음 대화를 나누었을 때 서로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만의 일하는 방식을 정립하고, 나만의 방법이 담긴 툴킷을 설계하고 싶다'는 욕구, 그리고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태도. 필로스토리의 첫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 '이야기의 탄생'을 기획하게 된 시발점이다.
'이야기의 탄생'의 이름은 채자영 대표가 지난 3월 취향관의 멤버들을 대상으로 기획했던 프로젝트에서 이어왔다. 나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FIND), 구조화하고(BUILD), 전달하는(KEEP) 과정을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만의 이야기를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로 키워 보기로 했다. 그리고 참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었지만, 사실 결국은 '주체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다중의 정체성'과 '주체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여겼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기 위해서, 타인과 다른 '나'만이 가진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 단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유연한 다중의 정체성을 지녀야 한다. 그러한 변화와 창조적 충돌을 통해 '다름'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삶을 가꾸어 가는 주체적인 '예술가'로 살아가기를 제안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FIND - BUILD - ACTION 단계별로 Collector - Curator - Artist 라는 정체성을 부여했으며, 'Be(~되기)'라는 단어를 사용해 그 의미를 강조하고자 했다.
이러한 생각들이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은 진지하지만 늘 가볍고 유쾌하고 싶은 우리 둘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들어갔으면 했다. 그래서 '나만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떠나는 내 안으로의 여행'이라는 스토리를 입혔고, 사람들에게 첫 인사를 하는 모습을 '살롱'의 형태로 선택했다. 그러니까 사실 살롱은 시작일 뿐, 우리는 '이야기의 탄생'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일들을 할 계획이라는 말이다.
나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싶으신가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으로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그 여행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단번에 답이 나오지 않죠.
여러 도구들의 힘도 필요해요.
하지만 즐거울 거예요.
같은 마음으로 향해 가는
동료들과 함께라면.
그 마음을 담아 '이야기의 탄생' 로고도 만들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찾는다는 것은 삶의 나침반을 찾는 것과 같다는 생각, '이야기의 탄생'이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오래된 지도 속 손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리의 의도를 잘 표현해 준 디자이너분께 감사드린다.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일은 단 한 번에 뿅, 하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결국엔 '과정'이 중요하다. 들여다보고, 꺼내보고, 나눠보는 작은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야만 한다. 영감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테마와 함께 ─ 우리의 삶에는 적절한 매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볼 수 있는 작은 무대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야기의 탄생'은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객체'가 아닌 '주체'로 모든 사람들을 대하고자 한다. 따라서 스토리 살롱 또한 매회 영감을 불어넣는 Talk, 자신의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발화하는 Salon -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 진행했다. 그렇게 네 번의 살롱이 열렸다. 그 현장을 짧막하게나마 여기에 기록해 본다.
좋은 이야기는 좋은 질문으로부터 나온다.
첫 번째 시간은 우리가 왜 '이야기의 탄생'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하려고 하는지를 공유하는 것과 더불어 '나만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 힘을 느껴 보는 자리로 기획했다.
TALK
이 이야기를 채자영이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아나운서에서 전문 프리젠터로, 한 단계 더 나아가 '스토리젠터'라는 자신만의 키워드로 나아간 경험, 이를 통해 일어난 삶의 변화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삶의 전환점에서 만난 '질문'들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음을 밝혔다.
SALON
이어서 모두가 각자의 '질문'을 만들어 보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이 인터뷰어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상대방에게 좋은 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질문을 5개씩 뽑아본다. 재미있게도 모든 질문에는 그 사람만의 관점이 담겨 있었고, 이를 통해 생각보지 못했던 답과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살롱의 결과 총 100개의 다른 질문들이 만들어졌고, 모인 질문들은 살롱 종료 후 참가자들에게 레터로 발송하였다.
"이야기는 사실 늘 곁에 있는 것", "좋은 이야기는 좋은 질문으로부터 나온다." 첫 번째 시간인 오늘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가장 바탕이 되는 '질문'에 대해 함께 돌아보고 내 안의 질문을 직접 찾아내는 시간을 가졌다. 그저 흘려보냈던 나의 일상을 '질문'을 통해 다시 바라보았던 시간. 오늘 스토리 살롱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각자 '질문'을 적어보았던 시간이었다. 각자 5개 정도의 질문을 적어보고, 공유하다 보니 100개 가까운 질문을 들어볼 수 있었다. 질문은 결국 현재의 나의 고민을 반영하게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참가자 김경도님의 리뷰
질문들을 들으면서 역시 각자의 고민이나 생각, 개성이 드러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들은 그 사람을 담고 있다.
─ 참가자 조대형님의 리뷰
만나고 싶었던 누군가를 인터뷰하게 된다면 던질 5개의 질문을 각자 뽑아보고 왜 그런 질문을 하려고 하는가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좋은 질문들, 신선한 질문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좋았다. 프로젝트를 하면 초기 스토리 자원 발굴 단계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때가 많은데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도록 돕는 것이 스토리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이다. 활용해봐야지 생각한 질문들이 여럿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 각자 인상적으로 들은 질문에 대해 답하고 이야기 나누는 경험을 채우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그런 것이 가능하려면 한나절 워크샵 혹은 1박 2일 스토리 캠프로 진행되어야겠다 생각할만큼 많은 것들이 나누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았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갖고 있지만 스스로가 인정한 자기 이야기로 꿰어 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하면 할수록 재밌는 법이니.
스토리 살롱을 통해 꼭 자기 이야기를 찾고 주인공으로서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가기를!
─ 참가자 조민욱님의 리뷰
기획이 되고 의미가 되는 수집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야기 자산을 쌓고 수집하는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두 번째 살롱은 '콜렉터(수집가)'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쌓아올리고 있었던 경험들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꾸렸다.
TALK
독립출판에 이해 최근 정식출간된 <퇴사는 여행> 작가 정혜윤이 이 날의 호스트였다. 우리는 '콜렉터'로서의 정혜윤에게 주목했다. 그녀는 좋아하는 마음으로 행했던 많은 일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이야기로 연결되었는지를 들려 주었다. 이를 통해 수집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물건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전달하고, 자신의 안에 쌓여 있는 그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SALON
두 번째 살롱에서는 준비물이 있었다. 자신이 수집하고 있는 물건, 그리고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어떤 순간에 대한 사진을 가져올 것. 호스트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참가자들은 이를 매개로 자신의 지난 경험들을 돌아봤다. 그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방향성을 가늠하고, 자기도 모르게 쌓여온 이야기와 발전 가능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모인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테이블 위에 꺼냈다. 커다랗게 둘러 앉아 내가 수집해온 사물이나 경험,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이야기했다. 누구나 서로에게 선생이자 학생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자기 삶의 이야기꾼임을 실감했던 날. 즐겁고 감사하고 영감을 주는 시간이었다. 일요일에 와주신 분들, 좋은 자리 준비해준 필로스토리 다시 한 번 고마워요. 좋아하는 경험과 순간의 수집과 공유. 계속해봐야지.
─ 호스트 정혜윤님의 리뷰
사소한 것으로 여겨 그저 흘려보내고 있었던 찰나, 순간의 경험. 아무런 의도 없이 찍어둔 사진 한 장, 모아 온 종잇 조각 한 장에서도 그 안에 담긴 순간의 경험에 대해 너무 이야기 해주고 싶어 눈이 크게 떠지고, 당시로 돌아간 듯 목소리가 격앙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모두 멋진 스토리 텔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 참가자 김경도님의 리뷰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큐레이션의 힘
'콜렉터'로서 이야기 자산을 쌓아올렸다면, 그 다음 단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덜어내고 맥락에 맞게 조합하는 '에디터'가 되어 본다. 무엇에 초점을 두고 빼고 더해야 할까. '마이너스의 기술'은 참 어려운 일이다.
TALK
그래서 세 번째 살롱의 호스트는 글과 영상으로 말하는 에디터 김기은이었다. 그녀는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들어 온 지난 경험에서 느낀 '큐레이션'과 '캐릭터'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녀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란, 결국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결국 '좋은 큐레이션'의 기준은 '자기다움'이라는 것이다.
SALON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재미있는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경험을 나눴다. 처음에는 편안하게 생각나는대로, 두 번째는 객관적인 '에디터'의 관점으로 이를 편집해 봤다. 이야기를 다섯 개의 키워드로 구조화하고, 오프닝과 클로징을 재설정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정해서 다시 말해보는 연습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이야기가 명확해지고 새롭게 느껴진다는 것을 경험했다.
배포시기, 배포채널, 키워드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타인의 도움으로 전략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캐릭터와 키워드를 아는 것, 그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 아닐까?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5가지 키워드로 재배치하여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횡설수설이었던 나의 제주한달살기 경험이 "사람"이라는 키워드로 하나의 스토리가 되었다. 역시 이야기를 할 땐 기획이 필요하구나! 를 느꼈다. 다른분들의 비포&애프터를 들어보니 대부분 훨씬 정돈된 구조에 메시지가 뚜렷이 들렸고, 개개인의 캐릭터도 알수 있었다. 이게 바로 기획의 힘인게지.
─ 참가자 김인숙님의 리뷰
나의 이야기가 작품이 된다면
네 번째 살롱은 '아티스트'가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고 표현하는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 시간을 통해 일상을 창조적으로 디자인하고 주체적으로 표현하는 ‘삶의 아티스트’가 되기를 제안하고 싶었고, 이 시대의 예술성을 사유하고 싶었다.
TALK
우리는 신소영 셰프에게 '아티스트'라는 키워드를 부여했다.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하게 된 요리,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를 만난 후 빠지게 된 '재료'의 매력, 신선한 재료에 대한 사유에서 시작한 생각을 담는 창작요리.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과 작업이 자신만의 방향을 지닌 작가와 다름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신소영 셰프의 지난 작업들과 노트, 메뉴판을 통해 우리는 '창작'의 힌트를 엿봤다.
SALON
네 번째 살롱은 '나의 인생 한 장면을 영화로 만든다면'이라는 이야기로부터 출발했다. 자신의 경험을 말이나 글이 아닌 '감각'으로 치환하여 돌아보기를 원했디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타파스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제철 재료들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참가자들은 재료의 향기를 만져보고, 맡아보고, 맛보며 서로 다른 타파스를 구상하고 표현했다. 각자의 타파스에 이름을 붙이고 노트를 썼다. 이를 통해 그 누구와도 다른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는 경험을 나눴다. 맛은? 신기하게도 모두 훌륭했다!
타파스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에 나는 재료와 이야기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맛있는 타파스를 만들기 위해서 좋은 재료를 찾아낸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좋은 재료를 만들기 위해서 농부가 어떤 정성을 들였을지 가늠해보았다. 우리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좋은 재료를 찾는 과정과 같다. 그리고 그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 곁에 일상적인 재료들을 잘 다듬는 것이다. 필로스토리를 통해서 경험한 것들을 돌이켜보면 마치 마르셰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르셰에서 농작물을 사고 팔 수 있듯 필로스토리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약한 유대 관계의 힘'이라는 개념이 있다. 데이비드 비커스의 저서 '친구의 친구' 에서 등장하는데 우리의 통념과는 달리 어떤 혁신적인 조언은 나와는 덜 친밀한 관계로부터 더 효과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미 기존에 만들어진 관계들은 나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하게 마련이고 그러다보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조언이 나오게 마련이지만 나와 약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상당부분 다른 사고 방식으로 살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생각하지 못 했지만 유용한 조언들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성적 낙관주의자'에서도 등장하는데, 인간의 진보는 생각들이 서로 연결되고 합쳐진 뒤 새로운 후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나는 필로스토리를 통해서 이러한 교류의 가능성을 경험했다. 물론 지금 당장 내가 어떤 큰 일을 벌이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서로 다른 사람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과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이야기를 구한다는 것은 나의 인생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생이란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고 시작했지만 딱 떨어지는 답을 얻지는 못 했다. 다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며 분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었고 아직까지 나는 채워가는 것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참가자 조대형님의 리뷰
그렇게 네 번의 살롱을 마쳤고, '이야기의 탄생'은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기능적으로 완벽한 솔루션과 정답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의도는 아니었다. 다만 당신의 여행에 도움이 될 작은 나침반과 지도,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말과 글, 함께 하면 든든할 동료들을 선사하고 싶었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참가자 분들이 보내 주신 애정에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앞으로의 날들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기를, 또 가끔은 함께 해 주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