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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리 Mar 30. 2020

코로나 19 시대에 연극하기

액트리스 시리즈가 시작된 이야기

"들어오셨어요?"

"네."

"그런데 얼굴이..."
"아, 이거 화면을 아직 안 켰어요."

"수연 배우님은 왜 안 오시지?"

"세수하고 있나 보다." 


얼굴이 왜...


일요일 저녁,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우왕좌왕하던 우리는 결국 스크린을 통해 얼굴을 마주했다. 모자를 눌러쓰고 잠옷 바지에 상의만 외출복을 입고서.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던 만남은 코로나 19와 함께 한없이 미뤄졌고, '그냥 온라인으로 만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다들 요즘 어떻게 지내요? 


성수연 배우는 "저 요즘 이거 연습하고 있어요."라며 저글링을 했다. 정진새 연출이 농담을 던진다. "이번에는 외발자전거 타는 거 어때요?" 하지만 이제는 안다. 저 농담은 어떻게든 현실이 된다. 작년에도 "배우 없는 연극 어때요?"하고 농담했는데 정말 배우 대신 기계가 말하는 연극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성수연 배우는 천연덕스러운 립싱크 기술을 선보였다.) 이렇게 말하면 '너의 예측에서 벗어나 주겠어'라며 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국민로봇배우 1호: 액트리스 원>에서 기계와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성수연 배우




시리즈물 어때요?


우리는 '액트리스 투'를 계획하고 있다. 그것도 '시리즈물 어때요?'라는 농담 섞인 말에서 시작됐다. 오오! 나는 무척이나 흥분했다. 좋아하는 극단이나 배우, 연출을 따라 그들의 작품을 꾸준히 관람하는 경우는 많지만 작품 자체가 시리즈물인 경우는, 연극에서는 흔하지 않다. 


시리즈물이라고 했을 때 내가 상상한 이미지
아마도 정진새 연출이 상상했을 이미지


뭐, 각자가 그린 이미지가 무엇이건 '시리즈물을 하자!'는 것에는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그것도 같은 멤버로 말이다. 사실 나는 그 지점이 가장 좋았다. 우리가 함께한 순간을, 서로를, 다들 좋아했다는 의미이니까. <액트리스 원: 국민로봇배우 1호>는 신촌 골목 작은 건물 꼭대기에 있는 '신촌극장'에서 올렸던 연극이다. 쌀쌀한 겨울바람이 따뜻한 봄기운으로 바뀌어갈 무렵 우리는 그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고, 옥상에서 신촌의 풍경을 바라보며 기차가 덜컹거리는 소리를 듣곤 했다.


진짜 이런 골목에 극장이 있다.


신촌극장 주연배우 대기석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




성수연극제 어때요?


사실 그러고 보니 애초에 <액트리스 원: 국민로봇배우 1호>를 하게 된 것도 오래전 주고받은 (진심 어린) 농담에서부터였다. 얼마나 진심이었냐면 이렇게 메일을 주고받을 만큼이었다. 



그때는 기획자의 역량 부족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추진하지 못했던 기획이지만, 4년이 흐른 2019년에 우리는 진짜로 함께 하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래 서로를 지켜봐 오고, 애정을 보내왔구나, 말랑말랑한 기분이 된다.


2014년 <소소한 극장> 에서 1인극을 하고 있는 성수연 배우


2015년 <노래의 힘> 연습 현장의 정진새 연출


2015년 <우리 동네>에서 부산스러운 행인을 연기 중인 성수연 배우


2019년 <액트리스 원: 국민로봇배우 1호> 로봇춤을 연습 중인 성수연 배우


2019년 <액트리스 원: 국민로봇배우 1호> 극장 보습 중인 정진새 연출




액트리스 원의 영광



그렇게 함께 한 작품이 계기가 되어 성수연 배우는 같은 해 백상예술대상에서 18년 만에 부활한 젊은연극상을 수상하게 된다. (현장에서 오열함.) 물론 성수연 배우가 오랫동안 걸어온 길로 인해 받게 된 상이지만, 그래도 저 화면에 우리 작품의 이름이 뜬 것이 참말로 영광스러워 이렇게 또 자랑해 본다. 성수연 짱!




아무튼 프로덕션은 오늘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랜선에서 만나 함께 보면 좋을 자료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동시에 정진새 연출은 작가 모드로 집필을 하고, 성수연 배우는 역할 연구를, 나는 이렇게 기획 일기를 쓰기로.


이번 주는 작년에 촬영한 <액트리스 원: 국민로봇배우 1호> 공연 영상을 다시 보고 셀프 비평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무사히 공연을 올릴 수 있을까? 올해는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까?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어떻게 작품에 담길까? 기획 일기는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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