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문화를 발견하고 해석하고 연결하는 사람
나는 올해 서울문화재단의 생활문화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생활문화’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은 낯선 개념이라 보통 한번씩 되묻는다. 그게 뭐야? 무슨 일을 하는거야?
생활문화활동가는 서울의 각 자치구를 기반으로 지역의 문화를 발견하고, 새롭게 바라보고, 고유의 문화가 활성화되도록 연결하고 돕는 역할을 한다. 나는 성동구를 선택했다. <메이드 인 성수>를 하면서, 얼렁뚱땅 어른 학생들과 서투른 동네 학예회를 열면서, 동네의 문화가 내 일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실감했기 때문이다. 아래의 글은 활동을 시작했을 때 페이스북에 쓴 일기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생활문화 2.0’을 선언했다. 생활문화예술은 장르 기반의 예술, 전문예술 중심의 개념과는 다르다.
오늘 서울문화재단에서 새롭게 제시한 생활문화의 개념은 ‘다양한 생활문화 환경 속에서 주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타인과 소통하여 만든 일상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자기다움’을 추구하며 일상에서 주체적으로 사부작거리고 교류하는 모든 행위라 할 수 있겠다.
생활문화활동가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활예술활동을 발견하고, 기록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다. 개인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돌보는 문화,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를 소망하는 나에게 꼭 맞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논문 쓰며 생활예술개념을 치열하게 탐구한 것이 헛되지 않았구나 )
나의 활동 무대는 성동구다. 성동구의 로컬 콘텐츠(지역 자원)를 탐구하며 로컬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했던 ‘기획자의 서울산책’, ‘메이드 인 성수’ 그리고 ‘성수동 학예회’와 이어지는 작업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올해 또 성수동에서 더 열심히 사부작거리며 돌아다닐 예정이라는 거
경계의 일을 하고 싶었다. 일상과 예술 그 사이의 일을. '내가 좋아하는 일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던 나에게는 반가운 기회였다. 그래서 나에게 이 일은 단순한 수행사업으로 느껴지지 않고, 모호하게 느껴지던 정체성과 역할을 새롭게 발견할 계기로 느껴졌다.
사실 문화매개자의 모호한 속성에 대해서는 논문으로 다루어질 정도다. (내 졸업 논문도 결국 밀레니얼 시대 문화매개자의 무경계적 속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현진님과 페북을 통해 '독립기획자는 예술가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직종'이라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정말 백만천만 공감한다.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상상하기 어렵고 그 상이 너무나 다양하거나 어렵게 느껴져 지레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나 역시 대학 시절 문화기획을 꿈꿨지만, 나와는 너무 다른 캐릭터들만 보여서 무서웠고, 어떻게 삶을 꾸려갈 수 있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결국 한예종 예술경영에 진학하는 방향으로 선택했지만.) 그래서 독립기획자로서 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어쨌든 생활문화사업 또한 이제 막 만들어지는 사업이고, 그래서 생활문화활동가의 역할과 업무도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다.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요즘 나는 이게 재미있기도 하다. 내 역할이나 업무의 방향성을 내가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독립기획자로 살아가면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감각 중 하나다. 내 역할을 내가 주체적으로 정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만들어가는 것. ‘제가 뭘 해야 하죠?’하고 정답을 내려주기를 바라기보다 ‘전 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전 이걸 잘하니 이걸 할게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벌써 8월이다. 생활문화활동가로서의 시간 또한 이곳에 기록해 보려 한다. 내가 처음에 어떤 그림을
그렸고 그래서 무엇을 했고 어떤 것을 느끼고 배웠는지를.